주부 서 모 씨는 남편이 매주 복권을 사 모으지만 제대로 당첨된 적이 없다며 그 돈 다 모았으면 100만 원도 넘을 거라며 울상이다. 차라리 모았더라면 유용하게 쓸 수 있었을 거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한 번 쯤 막연히 ‘내게 목돈이 생긴다면 뭘 할까?’하며 한순간의 횡재에 있어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5월, 기념일도 많고 지출도 많아진다. 이때 100만원이란 공돈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지 독자들을 만나 물어보았다.
“아이 셋! 교육비에 투자할래요” 우정동 이봉남 씨
우정동에 사는 이봉남(43) 씨는 아이가 셋이나 된다. 게다가 시어머니를 모시며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생활비를 책임지는 직장인이다. 맞벌이를 하지만 식구가 많다보니 생활비가 장난 아니라는 것.
특히 교육비 충당을 제대로 할 수 없어 항상 아쉬움이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아이에게 맞는 과외도 시키고 싶지만 가장 기본적인 일반 학원 외에는 엄두도 못낸 형편이었기에 100만원의 공돈은 횡재와도 같다고 표현했다.
평소 알뜰하기로 소문난 이 씨이기에 “돈만 생기면 다른 거 생각할 겨를 없이 은행으로 직행한다”며 “만약 100만원이 생긴다면 역시 적립을 시켰다가 목돈이 되면 가장 똘똘한 아이에게 남들 다하는 한 달간의 해외 어학연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 황산에서 일출을 보고 싶어요” 다운동 오정희 씨
오정희(53) 씨는 가정 형편이 유복한 편이라 웬만한 해외여행은 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곳이 자꾸만 생긴다며 공돈으로 다시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등산을 싫어하지만 중국 황산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란다. “황산을 오르지 않고는 산을 올랐다고 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잖아요? 그동안 미루어 왔던 등산을 황산으로 한방에 정복하고 싶다”며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특히 중국 황산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날씨 변동이 있어 1년 중 한 달 정도 일출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오 씨는 그 꿈을 공돈과 함께 동시에 이루고 싶다며 벌써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소액이면 어때요? 주식 투자할 겁니다” 옥동 서정식 씨
대기업 간부인 서 씨는 10여 년 전 남들이 주식해서 망했다는 소리할 때 운 좋게도 그가 투자했던 주식이 의외로 올라 거금을 벌어 옥동에 인지도 있는 아파트 장만을 하는데 보탰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주식에 재미를 붙여 지난번에는 증권회사 주식 담당자에게 의존했다면, 이번에는 스스로 주식 채널을 통해 틈만 나면 공부를 해서 노하우를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얼마 전에는 3천만원으로 한 달 사이 500만원을 벌었다며 싱글벙글. 그래서 서 씨는 “소액이면 어떠냐”며 “신생회사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며 새롭게 투자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호텔에서 VIP고객이 되고 싶어요” 삼산동 윤미정 씨
윤 씨는 “지난해 가을 경주 현대호텔에서 식겁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라며 먼저 말을 꺼냈다. 경주까지 지인을 차로 모실 일이 있어 갔다가 점심식사까지 대접해야 했다고. 물론 상대방이 먼저 사겠다며 안내한 곳이 호텔 중국식룸.
그런데 입구에 ‘오늘은 점심특선은 자연산버섯요리’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고, 그 눈치 없는 이는 점심으로 이 엄청난 메뉴를 시켰던 것. 그 상대방 금전 상태를 모르는 바도 아니고 당연히 자신이 계산을 해야 하는데 속으로 ‘아이고, 하느님! 이 일을 어떡해요!’하며 체념을 했다고.
역시나 20만원 가까이 속 쓰리게 지불하면서 보이지 않게 가슴을 쳤단다. “호텔에서 남편 회사 망년회에서나 밥을 먹어봤지 내 돈 내고 어디 먹어봤어야죠. 아이 한 달 학원비를 한방에 날렸으니 서민층 주부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그날 일을 후회하는 듯한 눈치.
“단풍 깔린 보문호 산책로를 걷고 있었지만 낙엽이 붉은 색인지 노란 색인지 분간이 안 되었는데, 이번 공돈이 생긴다면 가슴 탁 펴고 자신처럼 돈 한 푼에 벌벌 떠는 아줌마들 모셔가서 정식 VIP가 돼보겠노라”고 큰소리 탕탕 쳤다. 그리고 여유 있게 보문 호숫가를 거닐어보겠노라고.
“나는 된장녀, 울 엄니께 명품 가방 사 드리고파요” 옥동 서지혜 씨
올해 25살 된 사회 초년생 서 씨는 음대를 졸업하고 아이와 성인 대상으로 성악과 피아노를 레슨하면서 제법 수입이 짭짤하다. “한 1년은 벌어서 필요한 것 장만하고 부모님께도 그동안 공부시켜주신 것에 대해 보답도 할 겸 평소 필요한 것들을 사드리고 있다”면서 “어머니한테 된장녀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지갑, 가방, 옷 등 명품에 관심이 많다”고 말하곤 빙긋이 웃었다.
속된 말로 일명 ‘똥가방’, 세계적인 명품 가방을 무슨 일이 있어도 사야한다는 게 서 씨의 이번 쇼핑의 목표라고 한다. 50대 어머니께 가장 멋진 선물을 해 드리고 싶다면서. 그래서 공돈이 생긴다면 물론 원하는 가방의 반값밖에 되지 않지만 공돈 현금을 보태고 카드로 결재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굳이 명품 가방을 사야 하는 이유를 묻자 “어머니 나이 때가 되면 삶의 연륜에 맞게, 또 좋은 가방 하나 장만하면 싫증 없이 평생 들 수 있으니 부가가치도 있지 않겠냐”면서 오히려 반문했다. .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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