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재현한 ''제인 에어''

설레는 봄에 돌아온 그녀,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보여줘

원작 출간 165주년, 2011년 판은 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작품으로 만나다

지역내일 2011-05-02


1847년 출간된 ''제인 에어''는 1914년 처음 영화로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22차례나 영화화 되었다. 19세기 영국의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가 배경인 샬롯 브론테의 명작 소설 속의 제인 에어. 그녀는 부모가 없고 가난하다. 못 생겼으며 자그마한데다 뭐 하나 내세울 것이 없다. 그렇지만 그녀는 당당하며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 운명을 개척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런 제인 에어를 책이 아닌 화면 속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지난 20일 개봉한 2011년판 제인 에어는 원작을 뛰어넘는 세련된 영상과 군더더기 없는 연출, 빼어난 배우들의 연기력 등 볼거리도 많고 이야기 거리도 가득하다는 평이다. 제인 에어. 그녀는 비록 소설 속의 주인공이지만 실존 인물처럼 그리운 것은 아마도 독자의 마음속에 늘 살아 숨 쉬고 있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시대가 변해도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나이와 신분을 초월하고 영혼에 끌려 열정적으로 사랑하게 된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하고 쏘온필드 저택의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면서 제인 에어는 큰 상처를 받고 로체스터의 곁을 떠난다.
아픈 이별 끝에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겪지만 뜻밖의 유산 상속을 받고 처음으로 가족도 만들 수 있었던 제인은 당당한 입장에서 목사인 세인트 존 리버스의 청혼을 받는다. 하지만 그녀는 로체스터를 잊을 수 없어 끊임없이 그의 환영을 본다.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그의 얼굴이 보이는 듯해 혼란스러워하며 그녀는 잊을 수 없는 로체스터와 세인트 존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이번 작품에서 때 묻지 않은 영혼과 지적인 매력을 지닌 제인 에어역을 훌륭히 소화해낸 미아 와시코브스카의 연기는 단연 빛난다. 감정조절을 잘 하며 감독의 의도대로 우아하고 절제된 연기를 시종일관 펼친 미아 와시코브스카는 그동안 제인 에어 역을 맡았던 배우 중에 원작인 제인 에어의 이미지와 가장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상부터 실제 무대까지 19세기를 완벽하게 재현
올해는 원작 소설이 출간된 지 165주년이 되는 해. 영화는 소설 속 자연뿐 아니라 배경과 사람, 생활상을 그대로 되살렸다. 영화 촬영지는 소설의 실제 배경인 영국 북부 더비셔로 석회암 위에 지어진 거대한 저택 해던 홀이 음침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쏘온필드 저택으로 탄생됐다.
또한 캐리 후쿠나가 감독과 제작진은 등장인물들의 의상과 헤어스타일은 물론 마차와 창틀까지 19세기 영국을 완벽하게 재현해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했다. 심지어 의상도 원작 속의 시대가 재봉틀이 나오기 이전이라 모든 의상을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또 부유하지 않은 제인 에어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중요 의상엔 일부러 스크래치를 냈을 정도다. 


원작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
원작이 제인 에어의 어린 시절부터 순차적인 흐름으로 내용을 담았던 것에 비해, 이번 영화는 제인 에어가 쏘온필드 저택에서 뛰쳐나오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외숙모에게 구박받던 시절과 자선학교에서 힘들게 공부하던 시절을 적절히 잘 구성해 그녀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배열한 것도 뛰어나다. 또 로테스터와 세인트 존 리버스를 함께 보여주면서 관객이 제인에어가 되어 사랑을 선택해야하는 고민을 함께 할 수 있게 했다. 
제인 에어의 내용을 전혀 모르고 보는 관객은 드물다. 대치동에 사는 이서진(46)씨는 "초등학생 때 제인 에어를 처음 읽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매년 한 번씩 읽을 만큼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영화로는 처음 보는데 화면 속에서 본 제인이 상상과 그리 다르지 않아 무척 반가웠다"면서 "영화 장면 어느 하나도 원작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고 감상을 말한다.
이번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원작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시도로 원작의 감동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의 라스트신은 봄꽃이 만발한 나무 밑에서 제인과 로체스터가 재회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화재로 실명한 로체스터가 촛불 하나만 켜둔 어두운 방에서 제인 에어를 다시 만난다. 보이지 않지만 제인의 목소리를 듣고도 환영이 일거라고 생각할 만큼 제인에 대한 감정이 복잡한 로체스터를 기억하는 독자에겐 다소 아쉬움을 줄 수도 있겠다.   

이희수리포터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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