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했던 지난 주말 서지예(42, 서초구)씨는 오랜만에 과천서울경마공원으로 벚꽃나들이를 다녀왔다. 가게를 운영하느라 주말에도 여유가 없었던 서씨는 가족들과 가볍게 다녀올 만한 장소를 물색하다 새봄맞이 대축제가 열리는 경마공원으로 향했다.
처음 가본 경마공원엔 가족끼리, 연인끼리 나온 봄나들이 객들로 붐볐다. 아이들과 승마도 즐기고, 다양한 말들도 구경하고 꽃마차도 타면서 봄소풍을 만끽했다. 무엇보다 경마 체험을 하기 위해 아이들과 베팅을 해보고 맘껏 소리치며 경주마를 응원했던 순간은 오랜만에 가족의 화합을 다지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서씨는 경마에 대해 삐딱한 시선이 아닌 올바른 스포츠 정신을 가지고 경마를 즐길 수 있다면 정말 즐거운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경마공원 가는 길이 여의치 않아 도심 속에서 경마를 즐길 수 있는 한국마사회 강남지점을 찾은 한덕민(57세), 이경자(55세)씨 부부. 경마마니아는 아니지만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부부가 데이트 삼아 가끔 찾는단다. 비록 경주마를 직접 보며 관전할 수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스크린을 통해서도 충분히 경마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경마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한씨는 뭐니 뭐니 해도 베팅한 말이 이겼을 때 한순간에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정도로 통쾌한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레저 스포츠의 왕으로 대접받는 경마
선진국에서는 레저 스포츠의 왕으로 대접받는 경마지만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 사람들의 뇌리에는 경마라고 하면 사행성 오락이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왜냐하면 일제강점기에 식민통치를 위한 민심무마 정책의 일환으로 경마가 탄생했고, 그 후 한국의 급격한 경제발전에 따른 과잉투자는 부정적인 인식을 낳는 배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더 이상 경마는 도박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건전한 레포츠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한국마사회 강남지점 양영진(51세) 지점장은 "국내 경마인구가 대략 수백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해가 갈수록 경마마니아뿐 아니라 건전한 오락으로 즐기는 경마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그 근거로 한국마사회는 최근 5년간 경마팬들을 대상으로 한 구매성향 분석에서 일회 구매(베팅)금액이 1만 원 이하인 경우가 약 70%라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양 지점장은 "소액으로 건전하게 경마를 즐기는 경마팬들이 늘고 있으며, 경마에 대한 인식 전환으로 경마공원이 경마와 휴식을 즐기는 가족테마파크로 거듭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심 속에 자리한 실내 경마장
한국마사회 강남지점은 과천경마공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경마를 즐길 수 있는 장외발매소이다. 금, 토, 일요일 등 주 3일 동안 열리는 강남지점에는 하루 2천여 명이 이용한다. 마권은 1장에 100원부터 구매가 가능하고 도박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10만원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강남지점은 1층에서 6층까지 경마중계용 TV를 설치해 이용객들이 불편 없이 경마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6층은 지정좌석제를 도입해 안락한 좌석에서 음료, 경마전문지, 간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새로 부임한 강남지점 양 지점장은 "주말 경마 고객에게는 쾌적하고 안전한 경마관람 공간 제공과 건전한 경마 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평일에는 지역주민에게 취미·오락·교육강좌 등 고품격 문화교실을 무료로 개설함으로써 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지점이 되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마사회 강남지점의 매출액은 연간 2천억 원에 이른다. 매출액의 20% 정도를 세금으로 내고 있으며 높은 사회 기여도에 비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많은 이익을 농어촌 복지사업과 문화사업 같은 용도로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한국마사회 강남지점
특히 강남지점 자원봉사단 ''KRA 앤젤스''는 정기적으로 농촌일손 돕기, 복지관 무료 배식활동 등 적극적인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또한 주변의 노인정이나 불우이웃,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해 매년 일정액의 기부금을 조성해 전문 사회복지법인 등에 기탁하고 있다. 강남지점은 이웃주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마가 없는 요일에는 문화센터로 변신한다. 현재 꽃꽂이, 한문교실, 탁구교실, 요가, 한국무용 등 총 7개의 강좌가 개설돼 매주 600여명의 지역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문호 헤밍웨이는 ''경마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인생에서도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도 이것은 ''경마에서 얼마나 돈을 버는 것인가가 아니라 순수한 목적으로 경마를 즐길 때 인생의 성공도 수반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김지영 리포터 happykykh@hana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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