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다닐 열정을 품은 지금의 내가 좋아”
용인시 노인복지관 실버기자, 경기도실버 기자, 용인문화재 지킴이 팀장, 강남대학교 평생교육원 학생, 온라인카페 3곳의 운영자…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줄줄이 붙은 직함에서 느껴지는 활력 종결자, 현신광(68ㆍ용인 마평동)씨의 현재를 보여주는 이력이다.
지난 3월 용인시에서는 유일하게 경기도실버기자로 위촉받은 그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약속장소를 묻자 용인시 노인복지관으로 매일 출근(?)한다며 2층에서 ‘현신광’을 찾아줄 것을 주문한다.
마치 클럽 웨이터의 주문만큼이나 강렬한 그의 요구에 따라 복지관 2층 사무실로 가자 개인 노트북으로 오늘 올린 기사와 사진을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다.
고정된 자리 없이 출장 나간 직원들의 책상을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며 기사와 사진을 전송하고 있지만 그는 현재 행복하단다.
화려한 백수에서 기자되다
두둑한 월급은 없어도 여기저기서 ‘기자님’을 찾는 호출과, 사진 찍어달라는 회원들의 부름 등 그를 찾는 러브콜에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일 만큼 천직으로 느껴지기 때문.
하지만 처음부터 쉽게 얻은 완장은 아니었다. 무보수 봉사직이지만 명예로운 타이틀을 얻기까지 30년 내공이 숨어있었다.
“젊어서 책읽기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즐겼어요. 30년 넘게 출판사를 운영했던 경험도 컸고. 교양서적과 원서번역, 대학 석ㆍ박사 논문을 발행하던 회사라 탈고 수정도 많이 봤어요. 그런데 출판업이 사양으로 접어들면서 흐름에 떠밀려 접게 된 거지.”
그렇게 2005년 본의 아닌 은퇴를 맞게 되면서 한동안 정신적 공황을 겪기도 했다. 떠안은 부채를 정리하는 데만도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을 정도. 어느덧 정리가 되고 숨통이 트이면서는 이내 노숙자 ‘밥 퍼주기센터’에서 배식봉사를 하며 마음에 평화를 얻었다.
그 동력을 기반으로 용인으로 이사와 노인복지관 등록을 하고 1년여 동안은 화장실 청소부터 잡다한 봉사까지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복지관 행사 때마다 봉사자가 부족해 늘 어려움을 겪더라고. 남 어려운 사정은 못 보는 성격이라 필요하다는 곳에는 두말없이 들어가 봉사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얼굴과 이름도 알려지고, 사진 찍는 솜씨도 알려지게 됐나 봐요.”
용인시 1명뿐인 경기도 실버 기자
복지관의 사진동아리에 들어가 활동 하면서 용인시 실버 기자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사실 실버기자직은 제가 얻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복지관이나 시청행사, 법인체 행사에서 사진을 찍고 취재를 하려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어요. 요즘은 초상권도 있어 사진을 함부로 찍으면 안 되는데 허락을 받으려면 공적인 증명이 필요하잖아요. 복지관에 어려움을 호소하니 ‘실버 기자’라는 공적신분을 부여해 주신거죠,”
기자 명찰을 받고 날개를 달듯 더욱 신명나게 행사 현장을 누비게 된 현신광씨. 복지관의 소소한 일상부터, 시의 크고 작은 행사를 가리지 않고 신출귀몰하게 된다.
여기에 기자로서 좀 더 나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강남대 평생교육원 사진아카데미에 등록, 올 가을 졸업을 앞두고 있는 만학도이기도 하다.
“카메라 메고 뛰어다니는 것이 좋으니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하는 거죠. 나이는 70이 목전인데 마음이 40대 같아서인지 자꾸만 높은 나무위에도 올라가 사진 찍고 노인들 어려운 일 보이면 달려가 도와야 되는 성격에 가끔씩 몸이 탈이 나기도 하지요.” (웃음)
특히나 그의 맹렬한 활동이 입소문을 타고 전해져 올해 신설된 경기도 실버 기자단에 추천, 전체 100명의 기자 중 용인시에서는 단 1명뿐인 경기도 기자 타이틀도 얹게 되었다.
이쯤에서 늘 마감 압박과 기사 작성의 부담을 안고 있는 리포터의 입장에서 기사쓰기의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실버 기자는 심층 보도보다는 원고지 5~6매 정도의 단신 위주로 작성합니다. 6하 원칙에 따라 정리한 기사를 사진과 함께 카페에 올리고 복지관이나 시 공보처에서 필요한 기사를 가져다 쓰는 시스템이라 크게 어려움은 없어요.”
저 바쁜 사람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에 몰입하면 날이 새는 줄 모르는 성격 탓에 낮 동안 찍은 사진과 기사를 정리하며 컴퓨터 작업을 하다보면 새벽 2~3시는 기본이다.
작업에 필요한 컴퓨터나 워드 작업도 독학으로 마스터해 복지관과 사진동아리, 경기도 문화재 지킴이 온라인 카페도 혼자서 관리하고 있는 열혈파워유저.
하루 24시간이 늘 빡빡한 그가 쉬는 때라곤 일요일 단 하루. 그것도 카페 관리를 하다보면 편하게 쉬지도 못한다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복지관에 출근하고요. 토요일에는 경기도 박물관의 문화재 지킴이로 활동합니다. 제가 박물관 영상촬영팀장이죠. 12명의 시니어 문화재 지킴이들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팀장 역을 겸하고 있어 수시로 가서 체크도 하고요. 저 바쁜 사람입니다. 웃음”
아침5시에 기상해 하루를 마감할 때까지 일주일 스케줄이 빼곡한 그는 하루 꾀를 부리고 싶어도 직장 결근하는 것 마냥 마음이 편하지 않다.
“막상 복지관에 나와서 활동을 하면 희한하게도 아픈 게 싹 가셔. 어쩔 수 없는 일중독 인생 인가봅니다. 어느 곳이든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게 이렇게 신명나고 지금의 내가 좋으니 말입니다. 하하하”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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