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게 만든 해물칼국수 한 그릇 어때요?
딸 바보, 아들 바보라는 말이 회자된다. 애니골에 가면 ‘칼국수 바보’가 있다. 8년 동안 칼국수만 만들어 온, 칼국수밖에 모르는 사람, 홍두깨 칼국수 대표 김준규 씨다.
“음식은 양심이잖아요. 양심을 속일 수 있나요.”
똑똑이들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 홍두깨 칼국수는 바보 같다. 그래서 참 고맙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만든다
홍두깨 칼국수에 들어서면 널찍한 탁자가 보인다. 상판 전체가 도마로 되어 있는 탁자다. 사장 김준규 씨가 서서 반죽을 만드는 자리다. 탁탁, 쓱쓱, 홍두깨를 움직이니 반죽덩어리가 금세 넓은 치맛단처럼 펼쳐진다. 빠른 손놀림이다. 여기까지 완성한 다음 손님이 칼국수를 주문하면 길게, 만두를 주문하면 동그랗게 잘라 낸다. 미리 만드는 것은 없다. 주문이 들어온 순간 만들기 시작한다.
김준규 씨는 서른한 살 나이에 장사를 시작했다. 그때까지 음식점 쪽으로 일을 해본 적은 없었다. 어느 날 맛있게 칼국수를 먹고 나서 ‘먹고 살기 위해’ 식당을 열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칼국수로 유명한 집에 취직해 반죽하는 법부터 몸으로 배웠다.
“맛의 진짜 비결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주방에 들어가 파 한번 썰어보지도 못하게 했으니까요. 직접 만들고 먹어가면서 깨우쳤어요.”
스스로 터득한 비법을 터득해 ‘홍두깨 칼국수’를 열었다.
그가 손을 펴 보였다. 8년간 반죽을 주무른 손이다.
“처음에 할 때는 많이 아파요. 마디마디 인대가 늘어나고 손목 팔꿈치 어깨 순서대로 아파요.”
여섯 달 지나니 일이 손에 익었다. 김 씨는 그 손으로 홍두깨 칼국수의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든다. 샐러드 소스, 보쌈김치, 배추김치, 겉절이, 칼국수 국물과 만두 속도 마찬가지다. 밖에서 들여오는 음식이 하나도 없다.
깐깐하게 고른 식재료, 다음날은 쓰지 않는다
아침에 오면 반죽부터 만든다. 보쌈과 만두에 들어가는 고기는 모두 생고기다. 잡은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골라 쓴다. 삶아서 다음 날이 되면 직원들이 먹거나 버린다. 심지어 점심때 삶은 것은 저녁때도 팔지 않는다. 야채들도 흠이 있는 것은 전혀 쓰지 않는다. 하루 지난 반죽, 고기, 야채, 만두, 그런 건 홍두깨 칼국수에 없다. 모두 김준규 씨의 유난스런 성격 탓이다. 음식만큼은 양심적이어야 한다고 믿는 사장들이랑 일하는 직원들은 오죽 피곤할까.
“다른 데는 어지간하면 사다 쓴다고 해요. 그러면 편한 거 알죠. 하지만 저는 욕심이 나요. 진짜 맛있는 칼국수, 그걸 만들고 싶어요.”
일단 맛을 봐야했다. 세트메뉴를 선택했다. 칼국수, 보쌈, 손만두, 도토리묵, 샐러드가 상에 올랐다.
손만두를 먼저 집었다. 만두피가 아주 쫄깃했다. 만두의 끝 맛은 돼지고기 갈은 것이 좌우한다. 이 집 만두는 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두부, 호박, 당근, 양파, 부추, 당면을 넣어 속도 꽉 차있다.
칼국수에 들어가는 해물들은 모두 김 씨가 새벽시장에 나가 직접 고른 생물들이다. 표고버섯, 바지락, 새우, 오징어와 잘게 썬 만득이를 넣는다. 다시마도 길고 가늘게 썰어 먹을 수 있게 한 점이 새롭다. 재료가 신선하니 국물 맛이 깔끔하다. 쫄깃한 면발과 어우러져 개운하다.
보쌈은 고기가 나쁘면 아무리 잘 삶아도 소용이 없다. 질 좋은 고기를 쓰니 출발부터 다르다. 된장, 통후추, 마늘, 대파, 양파, 무, 생강 그 밖에 채소들을 듬뿍 넣어 삶는다.
직접 쑨 도토리묵에는 야채를 듬뿍 넣어 아삭거리고, 마늘을 넣은 소스가 독특한 풍미를 낸다. 보리밥에는 열무김치 대신 얼갈이를 넣어 아삭거리고 담백하다. 음식 솜씨를 칭찬 하니 김 씨는 손사래를 친다.
“아유, 아직 멀었어요. 아직 내가 원하는 맛의 85%밖에 안됐는데요.”
홍두깨 칼국수는 이제 애니골에 문을 연 지 일 년이 지났다. 맛으로 인정받겠다는 뚝심 하나로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으니 한번 단골은 변치 않고 찾는다. 카페처럼 산뜻한 실내 인테리어와 별도로 마련된 온돌방들이 있어 단체나 가족 모임으로도 사랑받는단다. 애써 소문을 내기 보다는 음식 맛을 알고 찾아오는 발길들이 저절로 늘어나기를 기대하며 우직하게 음식만 만든다.
문의 031)904-6430 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9시(명절 당일 휴무)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Interview - 김준규 사장 “안 보이는 곳에도 최선을 다해요”
“손님들은 만두 속에 뭐가 들었는지 얘기 안 해주면 잘 모르죠. 맛하고 양, 가격으로만 평가를 받으니까요. 저는 손님이 보든 안보든 똑같이 만들어요. 안보니까 대충 나가도 된다, 그런 생각이 전혀 없어요. 조금이라도 안 좋은 음식이 나가면 제 마음이 안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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