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울산에도 체벌 전면금지 후, 체벌을 대체할 지도방안이 발표됐다. 울산시교육청의 지도방안에 따르면 단위 학교의 학칙이나 학교생활규정 개정 과정에 학생의견을 적극 반영하되, 학생자치법정 등의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체벌을 하지 않는 대신 교실 뒤 서있기, 운동장 걷기 등의 교육벌은 허용된다.
그러나 학생 체벌 전면 금지 실시 후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체벌금지를 이유로 교사에게 막무가내로 대드는 학생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일부 교사는 학생 인권 세우기에 앞서 교권이 무너지는 현실에 개탄하고 있다.
체벌 금지와 그에 따른 지도방안 발표, 울산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단, 여기에 소개된 학부모와 교사의 의견이 전체 의견은 아님을 밝혀둔다.
학부모들 찬반 엇갈려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면 어느 정도의 체벌이 있어야 교내 질서가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부터 ‘어떤 이유든 신체적 체벌은 금지돼야 한다’는 의견까지 생각이 분분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영화(42, 달천동)씨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체벌이 금지된 것도 그렇지만 시교육청에서 구체적인 지침을 내렸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대다수의 교사가 그렇지 않겠지만 아이의 행동에 비해 과한 벌을 내리는 교사가 있었다. 이번 지침으로 어린 아이를 매로 다스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초등생 학부모인 채정숙(40, 경주시 모화)씨도 “책을 가져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2학년짜리 아이가 한 시간 내내 ‘엎드려뻗쳐’를 한 적이 있다. 분명 잘못은 아이가 했지만 나이나 잘못의 크기에 비해 벌이 심했다. 교사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명확한 지침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진호(48, 신정동)씨는 “어느 정도의 체벌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부모도 가끔 내 아이 통제가 어려운데, 서른 명 쯤 되는 아이들을 교사가 일일이 말로 지도하는 것은 무리다. 또 요즘 아이들이 과격한 면이 있다. 감정적 체벌만 아니면 교내 질서나 교사 권위 측면에서도 일정부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교사들의 생각은 이렇다
교사들의 의견도 원칙적으로 체벌금지엔 동의한다. 그러나 강제적으로 체벌을 금하는 것에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감정에 의한 체벌은 없어져야 마땅하지만 한 아이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수 학생의 학습권에 피해가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초등학교 김 모 교사는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거나 피해를 주는 행동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학생들이 많다. 체벌을 해서라도 그 학생을 바르게 이끌어가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금지하면 그 학생을 적당히 포기하고 넘어가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모 교사도 “체벌은 없어져야 당연하지만 최소한의 체벌은 허용해야 한다. 실제 학교에서 체벌상황을 보면 생활태도가 문제가 되는 일이 많다. 벌점이나 운동장 돌기 등으로 대체된다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또 간접체벌은 되고 직접체벌은 안된다는데 간접체벌은 체벌 아닌가? 내 손으로 체벌하지 않는다 뿐이지 같다고 본다”고 한다.
실제 체벌 경험이 있는 중학교 김 모 교사는 “체벌하는 걸 좋아하는 교사는 없다. 반성문도 쓰게 하고, 벌점제도 해봤고, 운동장 돌게도 하고, 교실 뒤에 서 있게도 해봤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효과가 없었다. 아이들은 닥친 상황만 벗어나려고 일시적으로 반성한다. 젊은 여교사는 정색하며 대드는 남학생 다루기가 버거운 것이 사실이고, 사춘기 남학생들은 그런 여교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씁쓸해 했다.
갈수록 교사를 만만히 보는 게 서글프다는 박 모 교사는 “요즘은 꿀밤만 때려도 아이들이 ‘선생님, 체벌 금지 몰라요?’라고 대든다. 이것이 올바른 교실의 풍경인지 묻고 싶다”고 한다. 덧붙여 “과잉체벌은 반드시 사라지는 게 맞다. 그러나 학생들과 미리 규칙을 정하고, 일관성 있는 잣대로, 실수와 잘못을 구별하는 체벌은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부정적인 것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의 체벌을 대체할 지도방안이 교실에서 얼마나 효과적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또 학교 체벌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학원에서의 체벌은 눈 감고 넘어가는 학부모들의 이중적인 태도도 교사들은 섭섭하다.
자라는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교사가 조금만 화를 내도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미는 상황에서, 과연 학생의 권리와 교사의 권리를 동시에 지킬 만 한 방법은 없을지 생각해 볼 문제다.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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