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사람들-2011년 대전시 장애극복상을 받은 김용락씨

“심안(心眼)으로 더 큰 세상을 보았죠”

지역내일 2011-04-30
“장애인들이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장애인의 날인 지난 20일 대전시 장애극복상을 받은 김용락씨.
그는 앞을 전혀 보지 못한다. 그럼에도 장애인이 편리하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정보통신 보조기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히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김씨.
김씨는 시력을 잃고 35년 동안 암흑에서 새로운 빛을 보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삶을 더듬어 나갔다.
그가 완전히 시력을 잃게 된 건 초등학교 4학년.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가 실수로 휘두른 손에 왼쪽 눈을 맞아 망막을 크게 다쳤다.
왼쪽 시력을 잃었지만 세상을 볼 수 있는 오른쪽 눈이 있어 크게 낙담하지 않았다. 그러나 1년여의 시간이 지나자 나머지 시력도 서서히 약해졌고 결국엔 암흑 세상을 보게 됐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볼 수 없게 된 삶, 힘든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그는 “어린 나이라 장애를 절망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면서 “오히려 부모님이 더 힘드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힘들었던 때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서다.
대학에 진학하고픈 마음이 있었지만 그 당시엔 장애인 특례 입학이 거의 없어 포기해야만 했다. 장애가 있는 그에겐 직업 선택의 폭까지 좁아 더 괴로웠다.
그는 처음으로 장애인이라는 현실에 절망을 느꼈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
졸업 후 마땅한 직장을 찾을 수 없었던 그는 2년여 동안 안마사로 일을 했다.
수입은 불규칙했고 주로 밤에 활동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다른 직업을 찾던 중, 선배의 추천으로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에 점역교정사로 취업을 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점자도서가 잘 만들어졌는지 검사하는 일이었다.
그는 일하면서 틈틈이 컴퓨터 공부를 했다. 컴퓨터는 세상과 소통하고 원하는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훌륭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중간제목-장애는 능력 키울 수 있게 한 원동력
6년여 동안 점역교정사로 일한 김씨는 2001년 대전시립산성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이 개관하면서 자리를 옮겼다. 복지관에선 후천적 시각장애인의 사회 적응 훈련을 돕는 재활교사로 일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2005년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기를 만드는 (주)힘스인터내셔날에서 복지관에 인력 파견 요청을 해 왔다. 제품 기획에서 완성한 기기를 직접 사용해 보고 불편함은 없는 지 검사하는 일이었다. 김씨가 파견 근무를 하게 됐다.
4년여 동안 김씨를 지켜본 힘스인터내셔날측은 2009년 그를 선임연구원으로 발탁했다.
김씨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기 개발 업무에 참여할 수 있어 가슴 벅차다”며 “장애는 내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틈틈이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주위 사람들이 교재를 녹음 해주고 워드 작업을 통해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가능했다. 김씨는 지금도 학업에 대한 열정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 현재 천안 나사렛 대학교 직업재활과 석사 과정에 있다.
“제가 도움을 받은 만큼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직업 선택의 폭이 좁아 고민하는 장애인들에게 미력하나마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진숙 리포터 kjs99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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