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대금연주자 겸 제작자 이규옹 선생

연주를 할 줄 알아야 제작도 할 수 있다

지역내일 2011-04-29

신정초등학교 뒤편에 위치한 ‘죽관악기 공방’.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여기저기에 대나무가 널려 있고, 작업실에는 완성을 앞둔 대금이 주인의 마지막 손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나무의 본산도 아니고, 그것도 야외 한적한 곳도 아닌 도심에 죽관악기 중에서도 우리 한민족의 정서와 많이 닮은 대금의 제작소가 있다는 반가운 마음에 공방 문을 노크했다.
노력만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어
영문학을 전공한 이규옹 씨가 대금과의 첫 대면은 군 제대할 무렵이었다고 한다. 그 때 만난 소리가 얼마나 인상적이었으면 취미로 시작했던 대금 연주를 다시 대학 및 대학원에서 전공까지 하게 되면서 국악인으로 전향한 그다. “대금은 하면 할수록 깊은 매력에 빠져 들게 했기에 연주를 멈출 수가 없었다”고 회상하는 연주가다.
그리고 오로지 노력하는 연주자의 길을 걸어왔다. 김동표, 박환영, 문동옥, 안성우 선생으로부터 김동진류 대금산조를 사사 받으며 그의 대금 연주 실력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을 하는 영예를 얻게 되고 독주회를 비롯해서 아시아 피리향연 개최 등 많은 연주회에 출연하면서 대금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대금 제작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문동옥 선생으로부터 어깨너머로 배웠다는 실력이 한국산업인력공단 지정 죽관악기 기능 계승자라는 자존심과 자부심을 가지게 했다. 그러나 “현재의 이 모습은 모두 선생님의 덕분”이라며 스승의 공으로 돌리는 제자이기도 하다.
대금의 최고가는 연주하는 사람의 몸
대금을 만져보고 불어보는 순간 묘한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영문학도가 연주자와 죽세공자로서 전환하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왜 없었겠냐마는 그는 한 마디로 “인연”이라고 잘라 말한다.
대금의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악기의 최고가는 연주하는 사람의 몸이요, 몸은 곧 호흡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연주자의 피나는 노력만이 득음이요, 비싼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면서 대금에 대한 애정이 깊으면 거저라도 내놓은 기세다. 실제 그는 많은 이들에게 선물도 하고, 대금을 비롯해서 죽관악기를 무상으로 수리도 해주고 있다고.
그리고 “제 손에서 악기를 내보낼 때마다 마치 딸 시집보내는 마음”이라며 “새로운 사람과 또 한 번 인연을 맺는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가 제작한 대금을 받아든 이가 부디 좋은 소리를 내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하는 그다.
대금 제작은 수천 가지 공정을 거쳐야
대금을 제작함에 수없이 많은 공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먼저 재료는 쌍골죽을 채취해서 쓰는데 보통 12월에서 2월, 즉 대가 얼어있는 상태, 즉 생장속도가 멈춘 상태에 채취해야 변질이 없고 좋은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그 다음, 껍질과 때를 벗기기 위해서 1차 불작업에 들어가게 되는데 불을 쬐면 푸른색은 노란색에서 점차 황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한 번 더 불을 가해 대가 녹진해지면 바로 찬물을 부어 대가 수평이 유지되도록 한다. “이 작업이 가장 힘든 공정으로 여기에 대금 제작의 노하우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불작업을 많이 해서인지 그의 대금의 다소 검음 빛을 발한다.
그리고 나서 3~6개월간 건조시킨 후 3차 불 작업을 한 후 내경, 지공을 뚫게 되고, 그 후 사포질로 다듬고 페인트칠과 줄감기로 이어진다. 여기서 칠이라 함은 대금 내부를 칠하게 되는데 입김으로 인한 습기를 막아주고 부패 방지도 된다고. 만약 칠을 하지 않고 그대로 분다면 소리가 투박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대금이 갈라지지 않도록 군데군데 실로 감아주는데 보통 명주실이나 낚싯줄을 쓴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 청 붙이기인데 대금 청이라 함은 갈대 속에 붙어있는 얇은 막을 뽑아내어 이것을 대금의 취구와 지공 사이에 있는 청공에다 붙여 소리를 더욱 맑고 청아하게 하는 떨림판 역할을 하는 것을 청이라고 하며 대금 소리를 더욱 신비하고도 생명력 있는 소리로 만들어내는 구실을 한다고 한다.
저음부에서는 부드럽고 따뜻하며, 중음부에서는 청아하고 투명하며, 고음부에서는 터질 듯이 폭발하는 시원하고 장쾌한 청의 소리는 그야말로 천년을 인내하며 기다려온 한민족의 맥이요, 혼이며, 대표적인 소리...그 영혼이 담긴 소리를 우리 지역 장인이 제작하고 또 그로부터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음이 참 다행이다 싶다.
문의 : 010-7732-8805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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