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의 10년 후 모습, 오늘 투표로 시작됩니다”
<금곡동 선거관리위원장 문찬재(사진 왼쪽)씨가 선거구를 가리키고 있다>
보궐선거 분위기가 하루하루 열기를 더하던 지난 4월 19일, 분당구 금곡동 선거관리위원회 문찬재(50ㆍ금곡동)위원장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게 성사되었다.
처음 이름만 듣고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를 연상했는데 이게 웬걸, 이제 막 40대를 벗어난 주부였다.
금곡동 통장 일을 보면서 인연이 된 선관위원장직이 벌써 6년이 되었다며 겸연쩍어하는 그이를 보며 솔직히 동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고백하게 된 리포터.
그것도 정치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성향에 따라 위원회 구성은 남성들이 주축일거라는 리포터의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하지만 동네 40~50대 주부들이 중심이 된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은 오히려 같은 주부로서 관심과 흥미를 자극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 각 1명, 선거관리위원 2명, 당 위원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 금곡동 선거관리위원회.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장 최전방인 이곳에서 지역선거의 분위기를 들어보았다.
동네 통장부터 선관위 업무까지 주부들 맹활약
각 동마다 설치된 선거관리위원회는 평소에는 신분만 유지된 채 일상을 보내다가 선거가 임박하면 약 한달 전부터 회의가 소집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예전엔 선거관리 사무일도 했는데 지금은 조직이 개편되면서 선거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가 주를 이루고 있어요. 동네에 벽보나 현수막을 붙일 때, 투표소를 정할 때 등 선거관련 결정이나 결재를 내리는 일이 주된 업무입니다.”
조직 구성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각 구별 선거관리위원회로 그리고 마지막 동별 선거관리위원회로 세분화돼 선거 관련 업무가 진행되는 구조다.
공정한 선거관리 업무를 위해 당원이나 당적을 갖지 않은 순수한 자연인(?)이어야 하며 특히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행동이나 의사를 표명해서도 안된다. 이 분명한 원칙에 동의한다면 누구나 선관위 업무에 참여할 수 있다.
“제가 처음 위원장직을 맡을 때는 전자투표가 활성화 될 거란 기대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선관위 업무를 보면 좋겠다 해서 추천을 받고 참여를 하게 된 경우죠.”
통장 일과 지역봉사 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선관위 감투를 얻게 된 문찬재씨. 책임감 때문인지 주변 지인들에게 선거에 관심을 갖도록 독려 하는 일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단다.
3년 임기에 연임이 가능한 위원장직. 올해가 6년째로 임기 마지막 선거 업무를 치르고 있다는 문 위원장에게 그동안의 인상 깊은 투표소 장면을 물어보았다.
“엄마들이 아이와 같이 와서 투표하고 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아이들에겐 그야말로 생생한 교육장이 되는 거니까요. 또 금곡동의 오래된 투표장소인 청솔복지관은 선거 때마다 투표 줄이 길게 이어지는 곳으로 유명해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선거에 열의가 많아서 언제나 투표율이 높게 나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선거 날 신분증을 목에 걸고 투표소를 순시하던 중 우연히 길에서 만난 아이들이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며 친구들에게 으쓱해 보이던 모습도 이 일이 주는 보람된 추억이라고.
보궐선거, 분당 주부들이 힘을 보여줘야 할 때
이쯤에서 한참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분당을 보궐선거의 분위기도 물어보았다.
“금곡동의 경우 현재까진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그런데 보궐선거에 임시 휴일도 아니라서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 조금 걱정이 되긴 해요. 매 선거 때마다 금곡동의 투표율이 평균을 갉아먹지 않을 정도였거든요. 이번 선거는 분당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관심을 갖는 선거다 보니 아무래도 투표율이 적게 나오면 창피하죠. 그래서 주변에 투표 독려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의 말처럼 선거가 지역에 한정돼 치러지다보니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 하지만 마구잡이식 여론 조사에는 그도 불만이 많다.
“한두 군데서 오는 것도 아니고 정말 쉴 새 없이 오더라고요. 어떤 곳은 기계음의 멘트로 버튼을 눌러라, 뭘 해라, 잘못 누르면 아무런 고지 없이 바로 끊겨버리고 불쾌하더라고요. 저만해도 그런 전화를 10번 이상 받았을 정도고 주변 사람들도 노이로제가 돼서 아예 여론 조사다 하면 받지도 않고 끊는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영향 때문일까, 주변에 투표 거부(?) 의사를 표명한 사람들도 제법 있다고.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일찍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주부들도 그냥 귀찮아서 안 하겠다는 사람들도 제법 있어 안타깝죠. 하지만 투표는 의견을 알리는 중요한 행동이죠. 금곡동만 해도 신분당선 미금역정차를 대부분의 주민들이 원하는데 누군가를 선택해 뽑아야 의견을 개진할 수 있잖아요. 꼭 투표를 안 한 사람들이 나중에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더 많은데 말에 힘이 안 실리죠.”
누가 뽑혀도 똑같다, 3년 전 공약이 아직도 안 지켜진다 등 지역 민심이 냉랭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고 난 후 지적도 그 때 가서 해야 한다는 문 위원장.
“분당에서 10년 넘게 사신 분들이 많은데 앞으로 10년 후 분당의 모습도 지금 우리의 투표에서 시작 되는 게 아닐까요? 아침에 남편 30분만 일찍 깨워서 같이 투표하고 오자구요. 하하하”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