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사춘기 아들의 성교육

지역내일 2011-04-26 (수정 2011-04-26 오전 11:14:02)

아들의 2차 성징에 대처하는 엄마들의 불편한 시선


문제는 어느 날 터졌습니다. 초등 6학년 아들이 며칠 밤을 뒤척이더니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자꾸만 야한 것에 관심이 쏠리고 여성의 몸이 궁금해지더라는 것입니다. 19세 영화의 예고장면도 몰래 찾아보게 되고 야한 상상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요지였습니다. 변태는 아닌지 불안하고 초조해 잠도 잘 수 없다는 충격적인 고백이었죠. 그런데 편지를 받고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저 철없는 아이로만 여겼는데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줄이야. 미처 대비하지 못한 채 아이의 성 고민에 맞닥트리게 되니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덩달아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사춘기 몸의 변화가 시작되면서 나타난 심리적 변화와 성적 호기심, 그리고 그런 고민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지혜가 절실했습니다. 사춘기 아들을 둔 부모들을 대신해 성에 대한 자연스런 출발지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았습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도움말: 성남 성폭력 상담소 이은미 소장, (사)사람과 평화 용인성폭력상담소 이영미 성교육위원장, 성남시청소년지원센터 백중하 상담지원팀장, 용인시 청소년지원센터 권선희 센터장


part 1>사춘기 아들을 둔 부모들의 고민백태
아들에게서 낯선 아저씨의 모습이?


용인 죽전에 사는 이미정(39)씨는 초등 6학년 아들이 징그러워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덩치가 커다란 녀석이 여드름이 잔뜩 난 얼굴로 안아달라고 할 때면 왠지 모르게 거북하고 불편해지더라는 것.
“제가 보기에도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서 하루만 머리를 감지 않아도 기름이 좔좔 흐르고요. 애기 때 안나 던 아저씨 같은 냄새가 폴폴 나니까 선뜻 안아주기가 징그러운 거예요. 어느새 이렇게 컸나 싶기도 하고.”
이런 사정은 김혜연(41ㆍ구미동)씨도 마찬가지. 중1아들이 어느 날부터 엄마인 김 씨의 가슴이나 엉덩이 쪽에 자주 시선을 모으더라는 것.
 “그저 무심코 봤겠지 했는데 여러 번 아들의 시선이 느껴지니 영 불편하고 꺼림칙한 거예요. 사춘기라 그렇겠지 싶다가도 징그럽고 싫더라고요.”
그런가 하면 박진선(42ㆍ신갈동)씨도 아들이 초등 5학년이 된 뒤부터 인터넷에 더 집착하는 것 같아 걱정이 많았다고.
“말수도 적어지고 자꾸만 성적으로 왕성해지는 아이를 집안에만 붙잡아 두면 안 되겠다 싶어 운동하라고 밖으로 내돌리고 있어요. 배워보고 싶다던 전자 기타도 시작했고요. 다행스럽게 아이가 자연스레 에너지를 다른 분야로 돌리더라고요.”


사춘기 성교육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성교육을 자주 받게 된다. 인형극을 이용한 성교육이나 성에 관해 쉽게 배울만한 그림책도 다양해  성교육의 접근이 의외로 쉽다. 하지만 사춘기 아이들의 성교육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부모들의 하소연이다.
머리로만 알던 성지식을 몸으로, 호르몬으로 느끼는 아이들과 대면하며 엄마들의 성의식이 도전 아닌 도전을 받고 있다는 것.
나름 성지식이 풍부하다고 자부했던 최경원(38ㆍ정자동)씨도 초등 6학년 아들이 자위에 대해 물어 볼 때 적잖이 당황 했다고 고백한다.
“아직 몽정도 하지 않은 애가 자위가 뭐냐고 물어오는데 어떻게 답을 해줘야 하나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애써 자연스럽게 말을 하려고 해도 역시나 얼버무리게 되더라고요.”
이렇듯 몸의 변화와 호르몬으로 인해 아들이 더 이상 아이가 아님을 직시하게 될 때 엄마들의 고민은 시작된다. 남편의 옆구리를 찌르며 얘기 좀 해보라고 해도 “때 되면 저절로 알게 된다”는 투의 태평론자 아니면 “나는 모르니 알아서 가르치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기 일쑤.
그나마 목욕탕에 가서 등 밀어 주며 나누는 얘기가 전부라는 것.
음란물과 각종 유해환경이 난무하는 이때 사춘기 2차 성징이 시작된 아들을 보며 엄마들의 마음은 불안을 넘어 심각모드가 되기 십상이다. 학교 보건시간에 배우는 성교육으로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엄두는커녕 먼저 내 자신이 주저하고 헷갈린다는 엄마들의 고민은 사춘기 아이들의 고민만큼이나 깊다.


PART B: 성남용인 성교육 기관 & 전문가 어드바이스


* 성남성폭력상상담소 이은미 소장 
부모들 먼저 성의식 점검 필요해요



생각보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교육받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에 대해 이미 다 안다고 생각하죠. 또 성교육은 성폭력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부정적인 시각들이 있어요. 그래서 또래끼리 만화나 애니, 동영상 등으로 성지식을 나누거나 소통을 하려고 하죠. 부모들도 의외로 관심이 저조합니다. 어린이 성폭력은 사회적 이슈가 자주 되니 관심도 갖고 환기도 되지만 사춘기 때는 성보다는 학업에 관심을 더 쏟아내고 계시죠. 그리고 여전히 부모들이 자랄 때의 성의식을 가지고 “내 아이는 그러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자녀와 소통의 벽을 만들고 계시죠.  
지금 현재 아이들의 성문화를 보려고 해야 합니다. 그렇게 않으면 막상 일상에서 음란물이나 이성교재 등이 일어났을 때 놀라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은 일상이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뤄져야 자연스러워집니다.
더러는 성 교육으로 인해 오히려 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까 걱정하고 차단하려는 부모님들이 계셔서 안타깝습니다. 학교에서도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까닭이죠.
또 아이들이 성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왜 당황스러운지, 먼저 부모들이 자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이나 취향을 지지받고 싶고 이상하거나 변태가 아니라는 안심을 받고 싶어 물어오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우선은 아이 마음을 읽어주되 부모가 불편했다면 부모의 의식점검도 필요합니다. 왜 불편했나, 그리고 아이와 같이 방법을 찾아 가면 됩니다.
성은 이게 옳다, 나쁘다는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각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이 다를 뿐이죠. 일상에서 성에 대한 이해 지점을 넓혀 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성남성폭력상담소 (031-751-1120)
성 상담소는 오전 9:30~오후 5:30까지 전화로 성상담이 가능하며 온라인 사이버 상담은 비밀 상담이 가능하다. 요즘 청소년들은 익명성을 선호해 전화보다는 사이버 상담이 많은 편.
부모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출장 강의도 가능하다. (비용은 협의)


*  (사)사람과 평화 용인성폭력상담소 이영미 성교육위원장
사춘기 성교육, 성적 자기결정권 갖는 게 목표


 부모님들 대부분은 사춘기 아이의 몸은 이미 어른으로 변화되는데 성폭력이나 성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은 아직 미흡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들을 하세요.
초등 고학년부터 시작되는 사춘기 아이들의 성교육은 자신이 성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여기서 성적 자기 결정권(sexuality)는 성에 대한 권리뿐 아니라 책임과 의무 역시 본인에게 있는 것을 말하지요. 성적 결정권이 올바로 갖추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에 대한 정확하고 바른 이해가 필요하고 자신의 몸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몸과 성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또 그만큼 자신의 성적 욕구와 권리도 중요해지고 더불어 타인의 성적 욕구와 권리를 이해하고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함을 견지하게 되는 겁니다. 즉 성적인 존재로 인정받는 것은 자신과 타인의 몸을 소중히 하고 각자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성의식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과정인거죠.
부모들이 아이들의 성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성적 결정권에 대한 인식이 아직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부모 먼저 자신의 성의식과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동의가 있어야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러워집니다.
가령 자신의 벗은 몸이나 몽정, 수염, 생리혈 등을 어떻게 생각하나 물어보면 부정적으로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성폭력이나 낙태 등 성을 떠올리면 부정적이고 수치심이 느껴지도록 교육을 받아온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성에 대해 긍정하고 밝게 가야합니다. 자신의 몸이 소중하고 긍정적이면 아낄 줄 알게 되고 타인의 몸도 아낄 줄 압니다.
어른들 역시 자신의 성 역사를 재점검하고 올바른 성의식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죠.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되는 것은 평등한 인간관계의 시작을 뜻합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자신의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핵심입니다.
즉 성적인 존재로 인정하는 것과 성에 대해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관점으로 대하는 것. 성 욕구가 자연스럽듯 조절하고 책임지는 능력도 함께 길러야 함을 배우는 거죠.
☞ 용인성폭력상담소 031-281-1366


 * 성남ㆍ용인시 청소년지원센터 1388
위기 청소년들의 긴급지원과 연계활동을 펼치고 있는 청소년지원센터에서도 성상담과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유선전화로 국번 없이 1388번을 누르면 가까운 지역의 청소년지원센터로 연결되며 24시간 전화 상담이 가능하다. 또한 방문상담을 원할 경우와 성폭력 사건인 경우 관계기관과 협조해 연계가 가능하며 부모님들도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차상위, 지역아동센터 등의 교육은 무료로 진행하며 부모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교육대상에 맞는 맞춤형 성교육도 가능하다.
주로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성교육을 요청하면 각 학교로 방문해 교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관심 있는 부모들을 위해 분기별로 오픈강좌를 마련하고 있다. 용인시 청소년지원센터는 3월 26일부터 시작된 아버지 교육을 통해 자녀와의 소통, 문제점을 점검하고 자녀교육에 필요한 교육과 실제적 실습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더불어 4월7일부터는 ‘청소년 성상담’을 주제로 카운슬러 대학이 진행되고 있다.
문의 성남시청소년지원센터(031-756-1388), 용인시청소년지원센터 (031-324-9300)


 * 송파청소년성문화센터

 
청소년 스스로 자기 주도적, 실천적 체험학습을 통해 올바른 성 지식 습득 및 성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안목을 갖추고 건강한 성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자궁방 탐험’과 ‘사춘기의 성’, ‘사회속의 성문화’ 등 다양한 체험 공간을 탐색하며 성지식과 문화, 성의식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섹슈얼리티와 관련한 다양한 이미지들로 구성된 영상물(What is sexuality?)을 시청한 후 자유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를 탐색하는 동안 자신이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스스로 느끼면서 섹슈얼리티의 총체적인 의식의 확장을 경험하도록 돕고 있다.
또한 ‘거울방’의 오목ㆍ볼록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몸을 통해 몸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려 보고 내 몸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콤플렉스를 넘어서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밖에 사춘기의 대표적인 현상인 발기와 월경을 통해 십대들의 성장경험을 공유하고 긍정적인 성인식을 높이고 있다.
☞ 이용 tip
전화와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 후 대상에 따라 약 40분~2시간의 체험 활동이 가능하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며 신청은 10명 이상의 단체로만 받고 있다. 
문의 02-3012-1318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