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7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부학생 9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3960여명 정원 중 22%나 되는 숫자다. 대학원생 200여명도 이날 9시쯤 머리를 맞대고 대안 모색에 나섰다. 최근 학생 4명의 잇단 자살로 불거진 ‘대학 문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밤늦은 시간이지만 카이스트 개교 이래 처음으로 학생총회가 성사되는 등 학생들의 관심은 높았다. 이들의 요구는 이른바 ‘서남표식 개혁’의 수정으로 모아졌다. ‘총장 퇴진’ 등 극단적인 처방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정책 수정의 필요성은 온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 한풀 꺾인 학내 퇴진 목소리 = 서 총장은 13일 교수협이 온라인 투표를 거쳐 요구한 혁신위 구성을 받아들였다. 교수협의 요구가 있은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수용방침을 밝힘에 따라 이를 거부할 경우 즉각 요구하기로 했던 ‘용퇴’ 거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이에 따라 교학, 대외, 연구 부총장을 포함해 서 총장이 지명하는 5명과 교수협의회가 지명하는 평교수 5명, 학생 대표 3명 등 혁신위에 참여할 위원 선정작업이 시작됐다.
혁신위는 앞으로 3개월(필요시 1개월 연장) 동안 교수협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리더십’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기 위해 학교 전반에 관한 모든 사항을 논의해 최종 보고서를 내놓게 되는데 서 총장은 혁신위의 결정을 반드시 수용하고 즉시 실행해야 한다.
학부 총학생회도 이날 오후 7시부터 대학본부 앞 잔디밭에서 사상 첫 비상총회를 열고 안건을 다뤘으나 서 총장에 대한 개혁실패 인정 요구는 투표에 참여한 852명 가운데 찬성 학생이 과반수에 10명이 못 미치는 416명에 그쳐 부결됐다. 반대는 317명, 기권이 119명 이었다.
◇ 핵심 개혁정책은 수정 불가피 = 하지만 비상총회에서 학부생들은 서 총장의 핵심 개혁정책이라 할 수 있는 전면 영어강의와 재수강 횟수제한 등에 대해서는 개선을 요구키로 의결했다.
또 학교 정책결정 과정에의 학생대표 참여 및 의결권 보장 제도화, 학사경고 1학년생 지원 강화, 그동안의 개혁에 대한 평가진행팀 구성 및 평가보고서 작성 공개, 총장선출시 학생투표권 보장 등도 요구키로 해 주요 정책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 총장은 학부생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3일 이내에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으며, 학교측도 8학기 이내에 학부과정을 마치지 못하는 연차초과자의 경우를 제외하고 학부 4년 동안은 성적에 관계없이 ‘징벌적 수업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교양과목 영어강의에 대한 개선방향과 학부생들의 학업부담 완화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학원생들도 총회를 소통강화를 위한 ‘대학교육정책 최고자문위원회’ 구성과 함께 ‘대학 연구 환경 개선 혁신’을 위한 비상 TF팀 구성, 연차 초과자 제도 및 기성회비 부과 개선, 학과 학생연구 위원회 설치 등을 대학 측에 요구하고 나섰다.
◇ 총장-교수협-학생 동상이몽(?) = 혁신위가 요구할 변화폭에 대해 서 총장과 교수협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 사태 악화의 불씨가 될 소지를 안고 있다.
서 총장은 이날 오후 4시께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혁신비상위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학교가 나아가야 할 전체적인 방향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개혁 정책 자체를 후퇴시킬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반면 기자간담회에 동석한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서 총장이 혁신위 구성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개혁 과정에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대한 동의이자 앞으로 학교에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는데 아픔이 있더라도 함께 짊어지고 나가자고 약속하는 것”이라고 말해 변화폭을 크게 예상하고 있다.
특히 교수협은 ‘새로운 리더십’의 의미에 대해 “단순히 서 총장의 변화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용퇴를 요구한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며 “새로운 지도자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못 박았다.
학생들의 입장도 다르기는 마찬가지다. 학생회측은 “학교측의 제도개선 방안은 학생들과 전혀 논의된 바 없는 일방적 내용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또한 “혁신위 구성에 학생대표 3명만 참가하는 것도 문제”라며 “5명의 학생대표가 참가할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강도 더해가는 외부의 서 총장 사퇴압박 = 이 같은 학내 상황과는 별개로 학교 밖에서는 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13일 서 총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결의안에서 “최근 KAIST에서의 잇따른 자살 사태는 무리한 학사운영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기인하는데도 서 총장은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등 반교육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책임을 통감하지 않은 채 사퇴를 거부하는 서 총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교과위 전체회의에서는 임해규 정두언 조전혁 의원 등 한나라당 교과위원들도 한 목소리로 서 총장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역시 11일 서울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 총장이 최근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참여연대도 같은 날 징벌적 수업료제 등에 위법성과 공익 저해요소가 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서 총장 사퇴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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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풀 꺾인 학내 퇴진 목소리 = 서 총장은 13일 교수협이 온라인 투표를 거쳐 요구한 혁신위 구성을 받아들였다. 교수협의 요구가 있은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수용방침을 밝힘에 따라 이를 거부할 경우 즉각 요구하기로 했던 ‘용퇴’ 거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이에 따라 교학, 대외, 연구 부총장을 포함해 서 총장이 지명하는 5명과 교수협의회가 지명하는 평교수 5명, 학생 대표 3명 등 혁신위에 참여할 위원 선정작업이 시작됐다.
혁신위는 앞으로 3개월(필요시 1개월 연장) 동안 교수협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리더십’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기 위해 학교 전반에 관한 모든 사항을 논의해 최종 보고서를 내놓게 되는데 서 총장은 혁신위의 결정을 반드시 수용하고 즉시 실행해야 한다.
학부 총학생회도 이날 오후 7시부터 대학본부 앞 잔디밭에서 사상 첫 비상총회를 열고 안건을 다뤘으나 서 총장에 대한 개혁실패 인정 요구는 투표에 참여한 852명 가운데 찬성 학생이 과반수에 10명이 못 미치는 416명에 그쳐 부결됐다. 반대는 317명, 기권이 119명 이었다.
◇ 핵심 개혁정책은 수정 불가피 = 하지만 비상총회에서 학부생들은 서 총장의 핵심 개혁정책이라 할 수 있는 전면 영어강의와 재수강 횟수제한 등에 대해서는 개선을 요구키로 의결했다.
또 학교 정책결정 과정에의 학생대표 참여 및 의결권 보장 제도화, 학사경고 1학년생 지원 강화, 그동안의 개혁에 대한 평가진행팀 구성 및 평가보고서 작성 공개, 총장선출시 학생투표권 보장 등도 요구키로 해 주요 정책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 총장은 학부생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3일 이내에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으며, 학교측도 8학기 이내에 학부과정을 마치지 못하는 연차초과자의 경우를 제외하고 학부 4년 동안은 성적에 관계없이 ‘징벌적 수업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교양과목 영어강의에 대한 개선방향과 학부생들의 학업부담 완화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학원생들도 총회를 소통강화를 위한 ‘대학교육정책 최고자문위원회’ 구성과 함께 ‘대학 연구 환경 개선 혁신’을 위한 비상 TF팀 구성, 연차 초과자 제도 및 기성회비 부과 개선, 학과 학생연구 위원회 설치 등을 대학 측에 요구하고 나섰다.
◇ 총장-교수협-학생 동상이몽(?) = 혁신위가 요구할 변화폭에 대해 서 총장과 교수협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 사태 악화의 불씨가 될 소지를 안고 있다.
서 총장은 이날 오후 4시께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혁신비상위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학교가 나아가야 할 전체적인 방향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개혁 정책 자체를 후퇴시킬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반면 기자간담회에 동석한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서 총장이 혁신위 구성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개혁 과정에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대한 동의이자 앞으로 학교에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는데 아픔이 있더라도 함께 짊어지고 나가자고 약속하는 것”이라고 말해 변화폭을 크게 예상하고 있다.
특히 교수협은 ‘새로운 리더십’의 의미에 대해 “단순히 서 총장의 변화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용퇴를 요구한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며 “새로운 지도자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못 박았다.
학생들의 입장도 다르기는 마찬가지다. 학생회측은 “학교측의 제도개선 방안은 학생들과 전혀 논의된 바 없는 일방적 내용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또한 “혁신위 구성에 학생대표 3명만 참가하는 것도 문제”라며 “5명의 학생대표가 참가할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강도 더해가는 외부의 서 총장 사퇴압박 = 이 같은 학내 상황과는 별개로 학교 밖에서는 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13일 서 총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결의안에서 “최근 KAIST에서의 잇따른 자살 사태는 무리한 학사운영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기인하는데도 서 총장은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등 반교육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책임을 통감하지 않은 채 사퇴를 거부하는 서 총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교과위 전체회의에서는 임해규 정두언 조전혁 의원 등 한나라당 교과위원들도 한 목소리로 서 총장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역시 11일 서울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 총장이 최근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참여연대도 같은 날 징벌적 수업료제 등에 위법성과 공익 저해요소가 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서 총장 사퇴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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