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춘 (전 구룡초등학교 교장)

가르치고 배우는 인생은 아름다워라

지역내일 2011-04-18

분위기 있게 봄비가 내리던 날, 옛 스승을 찾아뵙는 기분으로 박성춘(67)씨를 만났다. 그가 강남구 개포동 구룡초등학교 교장을 지냈다는 경력을 보고는 10여 년 전, 그 학교에 두 아이를 보냈던 시절이 떠올랐다. 어느덧 성인이 돼버린 아이들과 한때는 젊은 학부모였던 내 모습이 오버랩 되어 추억 속에서 되살아나고 있을 때, 박 교장이 우산을 접으며 커피숍으로 들어선다. 한평생을 진정한 교사로 살았고, 앞으로도 영원한 스승일 수밖에 없는 그와의 진솔한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40년 동안 키운 제자들의 주례서는 즐거움
''학교가 무너진다''는 말이 들려오고, 심지어는 ''학교에서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며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도 있다. 또 어떤 교사는 "이 땅에는 이미 스승은 사라지고 교육 노동자만이 존재한다"고 씁쓸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어도 내 인생의 멘토로 삼을 수 있는 참된 스승은 누구에게나 한두 명쯤은 있을 것이다.


"윗사람으로서 존경받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행동이 아랫사람의 모범이 되어야 하고, 또한 아랫사람은 웃어른을 공경하고 웃어른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디선가 정겨운 교장선생님의 훈시가 들려오는 듯하다. 아직도 제자들 일이라면 만사를 제치고 나서는 박 교장은 주말이면 주례를 서느라 쉴 틈이 없단다. "요즘이 결혼시즌이라 일정이 꽉 잡혀있네요. 주례를 서면서 그동안 소원했던 제자들도 만나고, 그들에게 좋은 얘기도 해줄 수 있어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제자들이라는 말에 그는 40여 년 전 처음 교사가 됐을 때를 생각하며 작은 미소를 짓는다.


그는 고향인 전북 전주에서 교사·카운슬러 자격증을 취득하고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1986년 서울로 부임해 압구정동, 방배동, 개포동 등을 거쳐 지난 2007년에 구룡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았지요. 어린 시절에는 경찰이 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안정된 직업을 권유해 교사가 되었답니다." 그는 학교에 근무하면서도 매사에 열정적으로 일해 각종 연구대회에서 국무총리상, 장관상, 황조근정훈장 등 여러 차례 굵직한 상들을 수상했다.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작성
그러나 학교를 떠난 후 그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에게 갑자기 주어진 많은 시간들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고, 그동안 시간에 쫓겨 하지 못했던 일은 무엇일까, 또 진정으로 나에게 맞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했지요." 그런 다음 그 목록을 종이에 적어봤다고 한다.


적다보니 30여 가지가 되었는데 그 중에서 음악, 서예, 산수화, 문인화, 헬스, 탁구, 등산, 여행 등 열 가지 정도를 현재 열심히 실천하고 있단다. 그래서 그의 하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돌아간다. 강남구청의 ''남성실버합창단''에 합류한 그는 요즘 맹 연습중이다. 오는 4월 20일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릴 발표회 때문이다.


이 외에도 서울미술협회 서예분과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전시회마다 좋은 작품을 선보였고, 강남구 헬스대회에서는 60대 중반의 나이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또한 그의 일상 중 빼놓을 수 없는 행사는 아내와 함께 1년이면 한두 번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 박 교장은 "''남은 제2의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 보겠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세계 일주를 과감히 실행에 옮기고 있다"며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 어차피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아닙니까? 그래서 조금 있는 재산 이렇게 쓰고 가려 합니다"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배우는 즐거움 느껴 
그는 슬하에 딸 하나 아들 둘, 모두 3남매를 두었다. 아이들 교육을 제대로 시켜보기 위해큰 아이 3학년 때 같은 교사였던 아내가 학교를 그만 두었다. 그 때부터 작은 아파트 거실에 교자상 두 개를 펴놓고 식탁 겸 책상으로 사용하면서 온 가족이 같이 공부했다고 한다.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하고, 항상 부모로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박 교장은 "세 아이 모두 대학 때에는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조달했다"고 자랑했다. 그런 아버지를 누구보다도 존경한다는 자녀들은 현재 대학교수, 법조인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다. 또 결혼한 후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그들은 주말이면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한다. ''부모 자식 간에도 자주 봐야 정이 들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이 있지요. 스승은 학생에게 가르침으로써 성장하고, 제자는 배움으로써 진보한다는 말입니다. 제자들과 평생을 보낼 수 있어 보람 있었고, 이제는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앞으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활기차게 살아갈 생각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서예교실에 가야한다며 서두르는 그의 모습에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 김태헌 작가(세가 스튜디오)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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