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 나는 된장국, 쫀득한 불고기

어머니의 손맛 궁동 참뫼

지역내일 2011-04-14
어린 시절, 시골의 할머니 댁에 가서 툇마루에 앉아 한나절 맛있게 먹었던 기억 속의 밥상이다. 칼칼하지도 않고, 짜지도 맵지도 않는다. 순하게 정제된 어린 밥상이다. 계란은 찜으로 쪄내고, 나물은 소금 간으로 살짝 데쳐 무치고, 묵은 김치는 손으로 길게 찢어 맛 깔 나게 차려낸다.
조정순 대표는 “아침에 장을 보고 하나씩 찌고 볶아내고, 무치다보면 어느 새 손님들이 찾아올 시간이 훌쩍 되어 있다.”며 “자식들 공부 시키려 시작한 이 집과의 인연이 벌써 15년 째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며 웃는다.
처음엔 전통찻집이었다. 마당엔 작은 연못이 있어 금붕어가 노닐고, 연못 뒤로는 오죽(烏竹)이 빽빽하다. 무심한 듯 쌓아져 있는 옹기와 맷돌들은 더 정겹게 다가온다. 밥을 먹으며 바라보는 통유리 너머의 초록 만개한 마당도 푸근하지만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퍼져나는 천리향의 향기는 더할 나위 없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돌판 위에 쫀득하고 자작하게 볶아낸 돼지불고기를 싸 먹는 모든 야채는 건강을 위해 한 번 더 생각한 유기농야채들이다. 조 대표는 “야채를 직접 길러서 상에 내놓기 때문에 싱싱하며 믿고 먹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쌈밥에 곁들여 나오는 된장국은 특별하게 맛있다. 청국장처럼 콩이 씹히는 것이 특이하다. 먹어본 사람만이 알고 식감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맛이 넉넉하게 배어있다. 조 대표가 직접 담군 청국장과 된장, 고추장을 이용한 모든 음식들이 특별하게 맛있다고 귀띔한 이유를 알겠다. 반찬들도 맛있다. 순한 맛으로 일관된 맛이 각각의 본연의 맛이 충실하게 살아나는 맛이기 때문이다. 잘 삶아진 고사리는 물론이고, 양념 가득 비벼진 봄 동 무침도 개운하다. 마지막으로 건네주는 식혜는 또, 얼마나 옛 맛 그대로인지. 쌈밥 한상이 잘 차려낸 고가의 한정식이 부럽지 않다.
단골로 이어진 소문들이 자리를 비좁게 만든다. 눈에 보이지 않은,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는데도 사람들은 잘도 찾아온다. 맛이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 거리가 인접한 까닭에 작가들의 전시오픈 뒤풀이도 자주 하는 곳이며 한 번 60명 예약 가능, 일요일 오후만 문을 닫는다. 선반 위, 천장이 닿게 쌓아진 소쿠리들을 보며 쌈밥 맛있게 먹고, 통유리 너머 봄바람에 쉭쉭 소리 내는 오죽들 시원하게 보고나니 길게 누워 한숨 자고 싶은 봄날이다.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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