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기미 끼고 주름살 파인 건 일찌감치 확인했기에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진짜 당황스러운 순간은 일상생활 중에 자신도 모르게 나이 들었음을 깨달을 때다. 주부 연차가 늘수록 옛날에는 이해되지 않던 것에 고개가 끄떡여지기도 하고, 보란 듯이 늘어진 뱃살에 잊고 지내던 나이를 확인하기도 한다. 이제부터 주부들이 나이 들었다고 느끼는 6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당신 모습과 싱크로율이 얼마나 되는지 (속으로) 가늠해보시라.
1 “이혼하는 부부, 나이 드니까 이해되더라”
결혼 초기, 김민수(40)씨는 “부부란 알콩달콩 살아가는 존재”라고 단언했다. 행여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를 보면 한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 10년 차를 넘기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자신이 부부 인생 2막, ‘불화편’에 접어든 것.
“애 둘은 낳아봐야 부부 본색이 나온다는 말, 정말 맞다. 첫째 때는 몰랐는데 애가 둘이니까 정말이지 온몸이 부서질 듯 피곤하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의지할 처지도 아니다. ‘가족 먹여 살린다’는 구호 아래 사회에서 가열차게 뛰는 시기가 아닌가. 서로 신경에 날이 서니까 자연히 다툼이 잦아지고 싸움이 심해지더라. 한번은 남편이 밥통을 들고 베란다에 나가서 던지려고 하더라. 나도 성질이 나서 던지라고 부추겼다.”
뭔가 보여주겠다는 남편의 호기와 약 올리는 아내의 부추김 속에서, 결국 밥통은 잔디밭에 고공 낙하해 최후를 맞았다. 그녀는 나이가 들자 각방을 쓰거나 이혼하는 부부를 보면 “그럴 수 있지” 수긍한다고 털어놨다.
2“세포야, 너희 자꾸 처질래?”
우민수(45)씨는 샤워실에 들어갈 때마다 자기 나이를 실감한다. 157센티미터의 아담한(누군가는 짧다고 말하겠지만) 키에 여기저기 셀룰라이트가 붙어 주인(?)이 보기에도 민망하기 짝이 없다는 얘기. 확실히 젊은 시절과 다르다.
“남편이 자꾸 엉덩이가 처졌다고 타박한다. 운동 좀 하라고. 솔직히 내가 봐도 몸뚱이가 좀 애매하다. 아기 낳고부터 엉덩이가 물 담은 풍선처럼 처지기 시작했으니까. 가끔 길거리에서 바지 입은 여자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뒤태만 보고 나이를 가늠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최악은? 애도 낳고 나이까지 많은 여자들이지!”
엉덩이가 남편의 주된 공격을 받는다면 도넛 허리 살은 그녀 스스로 경계하는 부위다. 나이를 먹으면서 슬슬 늘어나기 시작한 허리 살은 그녀에게 뭘 걸쳐도 ‘태’가 나지 않는 마법을 걸었다. 백설공주야 왕자가 키스로 마법을 풀어준다지만, 그녀는 허리 살을 꼬집고 때리는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마법을 풀고자 했다. 하지만 모두 허사. 이제는 그놈(?)의 셀룰라이트까지 삶의 일부로 여기는 중이라며 슬며시 웃었다. 어쩌면 쉽게 포기하는 것도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면서.
3“클래식 FM? 난 수다 채널로 갈아탔다!”
매일 아침을 라디오로 시작하는 김은주(37)씨. 결혼 초기에는 우아하게 커피 한잔 마시면서 클래식 채널을 듣는 게 인생의 행복이었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청취 취향도 나이 따라 변했으니, 바로 수다 천국인 95.9메가헤르츠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은 것이다.
“나이가 드니까 사람 냄새 가득한 채널이 적적하지 않아서 좋더라. 왜 그런 느낌 있지 않나.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나서 오랜 친구와 수다 떠는 느낌. 서민들의 소박한 얘기도 재미있고, 자주 나오는 트로트도 신나고… 그런 재미에 푹 빠져서 듣는다. 한번은 문 열어놓고 청소하는데 라디오 듣다가 얼마나 웃었는지 이가 다 시리더라.(웃음)”
가장 애청하는 프로그램은 <여성시대>와 <지금은 라디오시대>. 택시 기사 아저씨의 노래 자랑도 재미있고, 옛날에는 어땠다는 추억의 사연도 정겹다. 최근에는 나름의 참여 작전까지 꼼꼼히 세우며 즐거움을 배가하는 중이다.
4“제발 무시무시한 사진기를 치워주오!”
20대와 40대 주부의 차이점은 사진기와 친밀 지수다. 20대 아가씨들이 걸핏하면 사진기를 들어대며 자신들의 행적을 인터넷에 남긴다면, 40대 주부들은 ‘절대’ ‘네버’ ‘결코’ 사진기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 다음은 김민경(41)씨의 가슴 저미는 솔직 발언.
“30대 후반을 넘어서면서 사진 찍기가 정말이지 싫더라. 찍어봐야 결과물도 좋지 않다. 한번은 생각 없이 맨얼굴로 사진을 찍었다가 뒤로 넘어갈 뻔했다. 눈가에는 주름이 자글거리지, 눈 밑에는 기미가 가득하지, 볼살은 축 처져서 내가 보기에도 시술이 필요한 ‘before’ 사진이더라.”
당시의 충격을 계기로 사진기와 영영 이별을 고했다는 그녀. 주변 주부들의 상황도 별다르지 않아서인지 모임 사진을 찍을 때면 서로 손사래를 치며 뒷걸음친다고 전했다. 물론 아는 후배는 그녀에게 가슴 아픈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5“나도 모르게 자꾸 훈계하고 지적하더라!”
요즘 김서연(40)씨는 ‘나이 먹으면 성격이 까칠해진다’는 옛말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중. 어느새 따지기 좋아하고 고집 센 아줌마로 변신했다는 얘기(사실 남편이 알려주기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꼼꼼한 유형이라고만 생각했다). 예를 들면 마트에서 두부를 시식할 때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요즘은 국산 콩이라고 해도 믿을 수가 없다, 어디에서 봤는데 공장이 청결하지 않다더라 같은 ‘지적질’을 (심지어 사지도 않으면서) 까칠하게 늘어놓는 식이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만나면 자꾸 가르치거나 훈계하고 싶어진다.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눈에 보이니까 나도 모르게 시어머니 모드로 돌변하는 거다. 모임에서도 내가 나이가 많다 싶으면 자꾸 교훈적인 얘기를 늘어놓거나 고리타분한 논지를 고집할 때도 있고. 뭔가 선배 티를 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그때마다 나도 나이 들었구나 싶다.”
6“오 마이 갓! 신체 나이가 이렇게 늙었다니!”
결혼 5년 차에 접어든 홍지숙(33)씨는 165센티미터에 49킬로그램을 자랑하는, 심지어 얼굴까지 탱탱한 동안형 인물이다. 당연히 평소에는 자기 나이를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 하지만 외모가 젊다고 세포까지 동안은 아닐 터. 최근 불임 병원에서 자신의 신체 나이가 이미 ‘늙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요즘 다들 애를 늦게 갖지 않나. 나도 신혼 생활 마음껏 누리다 애를 낳자고 남편과 얘기했던 차였다. 그렇게 여유 부리다 결혼 만 4년이 넘어서야 시부모님의 권유로 불임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임신 검사에서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들었다. 난포자극호르몬 수치가 0.9라는 거다. 의사가 조기 폐경 수준이라고 얘기하더라.”
난포자극호르몬 수치는 난자의 양이 얼마나 남았는지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검사인데, 그 수치가 낮을수록 난소가 늙었고 임신이 힘들다는 의미다. ‘0.9’라는 수치는 40대 중반에서나 나올 법한 충격적인 숫자. 결국 그녀의 외모는 20대지만 실제 나이는 30대며, 불행히도 난소 나이는 40대인 셈이다. 어디 그녀뿐일까. 주부들 중에는 외모와 동떨어지게 신체 나이가 많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누구는 다리 관절이 40대고, 누구는 허리가 50대다. 자연히 계단을 오를 때마다, 아이를 업을 때마다 자신이 나이 들었음을 절실히 깨달을 수밖에 없다.
박지현 리포터 true100@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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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혼하는 부부, 나이 드니까 이해되더라”
결혼 초기, 김민수(40)씨는 “부부란 알콩달콩 살아가는 존재”라고 단언했다. 행여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를 보면 한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 10년 차를 넘기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자신이 부부 인생 2막, ‘불화편’에 접어든 것.
“애 둘은 낳아봐야 부부 본색이 나온다는 말, 정말 맞다. 첫째 때는 몰랐는데 애가 둘이니까 정말이지 온몸이 부서질 듯 피곤하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의지할 처지도 아니다. ‘가족 먹여 살린다’는 구호 아래 사회에서 가열차게 뛰는 시기가 아닌가. 서로 신경에 날이 서니까 자연히 다툼이 잦아지고 싸움이 심해지더라. 한번은 남편이 밥통을 들고 베란다에 나가서 던지려고 하더라. 나도 성질이 나서 던지라고 부추겼다.”
뭔가 보여주겠다는 남편의 호기와 약 올리는 아내의 부추김 속에서, 결국 밥통은 잔디밭에 고공 낙하해 최후를 맞았다. 그녀는 나이가 들자 각방을 쓰거나 이혼하는 부부를 보면 “그럴 수 있지” 수긍한다고 털어놨다.
2“세포야, 너희 자꾸 처질래?”
우민수(45)씨는 샤워실에 들어갈 때마다 자기 나이를 실감한다. 157센티미터의 아담한(누군가는 짧다고 말하겠지만) 키에 여기저기 셀룰라이트가 붙어 주인(?)이 보기에도 민망하기 짝이 없다는 얘기. 확실히 젊은 시절과 다르다.
“남편이 자꾸 엉덩이가 처졌다고 타박한다. 운동 좀 하라고. 솔직히 내가 봐도 몸뚱이가 좀 애매하다. 아기 낳고부터 엉덩이가 물 담은 풍선처럼 처지기 시작했으니까. 가끔 길거리에서 바지 입은 여자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뒤태만 보고 나이를 가늠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최악은? 애도 낳고 나이까지 많은 여자들이지!”
엉덩이가 남편의 주된 공격을 받는다면 도넛 허리 살은 그녀 스스로 경계하는 부위다. 나이를 먹으면서 슬슬 늘어나기 시작한 허리 살은 그녀에게 뭘 걸쳐도 ‘태’가 나지 않는 마법을 걸었다. 백설공주야 왕자가 키스로 마법을 풀어준다지만, 그녀는 허리 살을 꼬집고 때리는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마법을 풀고자 했다. 하지만 모두 허사. 이제는 그놈(?)의 셀룰라이트까지 삶의 일부로 여기는 중이라며 슬며시 웃었다. 어쩌면 쉽게 포기하는 것도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면서.
3“클래식 FM? 난 수다 채널로 갈아탔다!”
매일 아침을 라디오로 시작하는 김은주(37)씨. 결혼 초기에는 우아하게 커피 한잔 마시면서 클래식 채널을 듣는 게 인생의 행복이었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청취 취향도 나이 따라 변했으니, 바로 수다 천국인 95.9메가헤르츠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은 것이다.
“나이가 드니까 사람 냄새 가득한 채널이 적적하지 않아서 좋더라. 왜 그런 느낌 있지 않나.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나서 오랜 친구와 수다 떠는 느낌. 서민들의 소박한 얘기도 재미있고, 자주 나오는 트로트도 신나고… 그런 재미에 푹 빠져서 듣는다. 한번은 문 열어놓고 청소하는데 라디오 듣다가 얼마나 웃었는지 이가 다 시리더라.(웃음)”
가장 애청하는 프로그램은 <여성시대>와 <지금은 라디오시대>. 택시 기사 아저씨의 노래 자랑도 재미있고, 옛날에는 어땠다는 추억의 사연도 정겹다. 최근에는 나름의 참여 작전까지 꼼꼼히 세우며 즐거움을 배가하는 중이다.
4“제발 무시무시한 사진기를 치워주오!”
20대와 40대 주부의 차이점은 사진기와 친밀 지수다. 20대 아가씨들이 걸핏하면 사진기를 들어대며 자신들의 행적을 인터넷에 남긴다면, 40대 주부들은 ‘절대’ ‘네버’ ‘결코’ 사진기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 다음은 김민경(41)씨의 가슴 저미는 솔직 발언.
“30대 후반을 넘어서면서 사진 찍기가 정말이지 싫더라. 찍어봐야 결과물도 좋지 않다. 한번은 생각 없이 맨얼굴로 사진을 찍었다가 뒤로 넘어갈 뻔했다. 눈가에는 주름이 자글거리지, 눈 밑에는 기미가 가득하지, 볼살은 축 처져서 내가 보기에도 시술이 필요한 ‘before’ 사진이더라.”
당시의 충격을 계기로 사진기와 영영 이별을 고했다는 그녀. 주변 주부들의 상황도 별다르지 않아서인지 모임 사진을 찍을 때면 서로 손사래를 치며 뒷걸음친다고 전했다. 물론 아는 후배는 그녀에게 가슴 아픈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5“나도 모르게 자꾸 훈계하고 지적하더라!”
요즘 김서연(40)씨는 ‘나이 먹으면 성격이 까칠해진다’는 옛말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중. 어느새 따지기 좋아하고 고집 센 아줌마로 변신했다는 얘기(사실 남편이 알려주기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꼼꼼한 유형이라고만 생각했다). 예를 들면 마트에서 두부를 시식할 때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요즘은 국산 콩이라고 해도 믿을 수가 없다, 어디에서 봤는데 공장이 청결하지 않다더라 같은 ‘지적질’을 (심지어 사지도 않으면서) 까칠하게 늘어놓는 식이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만나면 자꾸 가르치거나 훈계하고 싶어진다.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눈에 보이니까 나도 모르게 시어머니 모드로 돌변하는 거다. 모임에서도 내가 나이가 많다 싶으면 자꾸 교훈적인 얘기를 늘어놓거나 고리타분한 논지를 고집할 때도 있고. 뭔가 선배 티를 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그때마다 나도 나이 들었구나 싶다.”
6“오 마이 갓! 신체 나이가 이렇게 늙었다니!”
결혼 5년 차에 접어든 홍지숙(33)씨는 165센티미터에 49킬로그램을 자랑하는, 심지어 얼굴까지 탱탱한 동안형 인물이다. 당연히 평소에는 자기 나이를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 하지만 외모가 젊다고 세포까지 동안은 아닐 터. 최근 불임 병원에서 자신의 신체 나이가 이미 ‘늙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요즘 다들 애를 늦게 갖지 않나. 나도 신혼 생활 마음껏 누리다 애를 낳자고 남편과 얘기했던 차였다. 그렇게 여유 부리다 결혼 만 4년이 넘어서야 시부모님의 권유로 불임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임신 검사에서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들었다. 난포자극호르몬 수치가 0.9라는 거다. 의사가 조기 폐경 수준이라고 얘기하더라.”
난포자극호르몬 수치는 난자의 양이 얼마나 남았는지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검사인데, 그 수치가 낮을수록 난소가 늙었고 임신이 힘들다는 의미다. ‘0.9’라는 수치는 40대 중반에서나 나올 법한 충격적인 숫자. 결국 그녀의 외모는 20대지만 실제 나이는 30대며, 불행히도 난소 나이는 40대인 셈이다. 어디 그녀뿐일까. 주부들 중에는 외모와 동떨어지게 신체 나이가 많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누구는 다리 관절이 40대고, 누구는 허리가 50대다. 자연히 계단을 오를 때마다, 아이를 업을 때마다 자신이 나이 들었음을 절실히 깨달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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