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오른 길은 미륵산의 원조 길로 전북 과학고에서 출발해 사자암을 콕 찍고 장군봉 정상에 오르는 길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르고 내리긴 수월하나 계단이 많아 연로하신 분들이나 다리가 약한 분들은 조금 고난위도의 코스인 듯...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을 동반한 산행으로는 좋을 듯하다. 그리고 이 외에 기양제길, 약수터길 등 다양한 등산 코스가 있는데 길이는 조금 길지만 경사가 심하지 않고 흙을 밝으며 걸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특히 찜질방 코스라 불리는(기양제길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함) 코스는 느리지만 힘들이지 않고 산타는 맛을 느끼며 올라가고 싶은 아줌마들에게 제격이라고. 누구는 샛길이 많아 연인들에게 아주 인기가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뭘까?
언젠가 ‘산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악한사람 없다’(산이 아니고 술이던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젊은 시절 이 리포터도 남부럽지 않게 산을 잘 탄단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아이 낳고 살림 13년째 살다보니 어느새 뱃살은 처지고 다리근육은 허물 허물해 험한 산 이름만 나와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점차 세상사에 찌들어 악해져 가는 나이기에 산을 가까이해보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중 주위에서 도심의 낮은 등산로보다는 조금 더 경사가 있고 산세가 험한(?) 산이 있다고 하여 비상식량을 챙겨(혹시 조난당할지도 몰라서) 미륵산으로 떠났다.
미륵산(430.2m)은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와 삼기면, 낭산면에 펼쳐져 있는 산으로 익산평야에 우뚝 솟은 단 하나의 제일 높은 산이다. 사실 익산에는 미륵산을 제외하면 등산할 산이 없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까운 산을 찾을라치면 선택의 여지없이 무조건 미륵산뿐이라고. 고조선의 임금 기준이 위만의 난을 피하여 이곳에 들어와 나라를 세워 ‘마한’이라 불렀고 성을 쌓아 기준성이라 하였는데 그 성인 미륵산성은 정상인 우제봉에서 동쪽 계곡을 둘러쌓은 식성터를 비롯해 미륵사터, 사자암, 왕궁탑 등 많은 유물 문화재와 더불어 사화, 전설, 비화 등이 풍부하게 깔려 있는 곳이다.
우리가 올라간 코스는 비교적 탐방로가 잘 설비 되어 있는 원조길(과학고에서 올라가는 길)이란 곳인데 경사가 심하고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인 듯 철계단과 나무계단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있어 산을 올라가는 재미가 덜하고 다리에 무리를 주는 듯했다. 그래서 일부 등산객들은 계단이 아니라 원조 그대로 나무 사이를 누비며 흙길을 밝고 올라가고 있었는데... 하지만 나름대로 신경 쓴 듯 그 계단의 가장자리에는 충격 흡수를 위해 고무를 덧대어 놓아 딱딱함을 줄여 줘 등산객을 위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가 계단을 “헥헥” 거리며 올라갈 제 아주머니들의 한 줄로 쭉 늘어서 뒷걸음질로 하산하는 이색풍경도 볼 수 있었다.
올라가다 잠시 숨을 돌린 곳은 숲속의 작은 사찰 사자암. 몇 백 년을 우두커니 그 자리에서 오로지 작은 암자만을 지킨 듯 한 아름드리나무들과 큰 바위들이 인상적이었으며 들어가는 입구에 케이블카를 연상케 하는 기구도 눈에 띄었다. 아마도 안전설치가 미비한 것으로 봐 사람이 이용하진 않은 것 같고 절에서 물건을 위로 옮길 때 사용했던 도구이리라.(오로지 리포터 생각임)
그리고 어쩌다 꽂힌 리포터의 시선. “엄마야~, 우리나라 지도다” 바로 금마저수지였다. 자신이 세상에서 맨 먼저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는 저수지를 발견한 줄 아는 듯 무지 좋아했다. 정상에 가서 들은 이야기인데 이 금마저수지가 우리나라 한반도의 모양을 하고 있어 ‘지도 연못’이라 불리기도 하며 이미 공중파 방송도 여러 번 탔다고.. 그리고 처음엔 완전 한반도의 모양과 똑같진 않았는데 손을 조금 봤다는 정보까지 입수했다.
정상에 도달하기 140미터 전쯤, 이곳저곳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모이는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 있었다. 몇 개의 벤치가 보이고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정상에 오르기 전 아마도 리포터같이 뒤떨어진 일행을 기다리는 곳인 듯. 앞으로 정상까지 140미터다. 힘이 빠져 허우적거리던 다리에 불끈 힘이 솟았다. 힘차게 몇 걸음을 내딛자 워메 벌써 정상일세.
장군봉에 오르자 확 눈에 띄는 것이 둘 있었다. 바로 돌탑사이에 꽂힌 태극기와 천 원 하는 팥 아이스림이었다. 누가 이런 곳에? ‘물건을 팔면 돈을 받아야하니 누군가 나오겠지.’하고 기다렸더니 온 얼굴에 분장을 한 현대판 산 아저씨 한분이 나섰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기 꺼리시는 이 아저씨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줍고 산을 찾는 사람들을 반기며 산을 지키고 계시다고...
“저 태극기는 내가 작년에 남아공 월드컵 때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한 날 그날 꽂았어요. 너무나 감동적이고 기분이 좋아서...” 참 별난 아저씨다. 하지만 정상에서 먹는 팥 아이스크림은 참으로 달고 맛나다.
“저기 보이는 것이 KT 중계탑이고, 저기는 드넓게 펼쳐진 호남평야고, 저것이 미륵산성이고, 저기 저 우리나라 지도같이 생긴 저수지가 바로 금마저수지예요” 산 아저씨의 친절한 안내로 우리는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산에 오르면 누구나 산이 된다''고 했는데 산 아저씨는 이미 미륵산과 일체가 된 듯했다. 리포터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산에 올라야 산이 친구하자고 할련지..
내려오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어느 새 리포터가 올라갈 때 보았던 하산하던 그 아주머니들과 똑 같은 모습이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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