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마법가루… 흩날리는 꽃길에 취하다
기나긴 겨울과 작별하는가 싶더니 새벽처럼 봄이 밝아왔다. 그것도 성큼성큼.
양지 바른 곳에는 이미 개나리며 산수유가 한창이고 벚꽃망울도 출발신호만 기다리듯 몽글몽글한 꽃잎을 애써 감추고 있다. 촉촉한 대지에 피어나는 이름 모를 들꽃도 어여쁘고 행여 다칠까 작은 미풍에도 여린 꽃잎이 안쓰러운, 봄은 그렇게 찾아왔다.
알록달록 화사하고 가벼워진 옷을 챙겨 입고 봄꽃 마중을 가야하는 때. 때마침 성남ㆍ용인의 아름다운 벚꽃 길과 축제들이 꽃단장을 끝내고 기다리고 있다. 숨죽여 기다린, 봄의 꽃길 위에서 마땅히 취해볼 일이다.
권미영 리포터myk31@paran.com
성남, 벚꽃 8경에서 길을 잃다
보란 듯이 피어난 봄꽃들을 만나기 위해 주말이 바빠지고 있다. 집 앞에도 산책길 공원에도 개나리와 목련이 다투듯이 피어났지만 봄의 전령에 벚꽃만한 것이 있으랴.
운중로와 진해의 이름난 벚꽃 축제가 유명세를 타는 것도 같은 이유. 하지만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 동네엔 보석 같은 꽃길들이 숨어있다.
사람들의 발길에 치이지도, 기름 값과 여행경비로 가계부에 구멍을 낼 필요도 없다.
늘 다니던 산책길 발걸음에, 유모차를 미는 젊은 엄마의 어깨 위에, 희끗한 노부부의 머리위에 축복하듯 뿌려지는 기쁨의 하얀 꽃길이 그곳이다.
특히 올해는 성남에도 벚꽃 8경(景)이 지정돼 반가움을 주고 있다. 한발만 내딛으면 만날 수 있는 성남의 벚꽃 길, 꽃에 취해 길을 잃게 되어도 마냥 행복해지는 곳들이다.
휴식과 테마가 있는 벚꽃 길
성남시가 올해부터 지정한 벚꽃 길 8경은 봄철 벚꽃 구경을 우리지역 생활 주변에서 만끽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젝트다.
가족과 함께 휴식과 산책 등을 겸하여 아름다운 꽃길을 즐길 수 있도록 지정해 행복한 성남을 만들고자 한다는 취지.
성남시 녹지과의 김명수 팀장은 “성남에도 벚꽃단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꽃을 보러 먼 지역까지 가는 것이 아쉬웠다”며 “우리 생활권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경치를 편안히 즐길 수 있도록 정비와 홍보를 해나갈 생각”이라며 취지를 밝혔다.
특히 평일이나 퇴근 이후 등 시간에 구애 없이 언제라도 벚꽃 길을 즐길 수 있어 더욱 반갑다.
8경으로 지정된 벚꽃 길에는 가족 연인과 산책하기 좋은 길, 휴식 공간이 있는 길,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곳 등 각각의 테마를 정해놓아 이채롭다.
김 팀장은 “시민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주변 산책로와 연결로를 만들고 휴게소 등을 보완하며 벚꽃 길의 불량 수목 교체 등 정비를 통해 8경에 어울리도록 꽃길을 가꿔갈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성남시민이라는 자긍심을 높이고 숨어있는 명소를 발굴, 홍보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성남시의 벚꽃 8경 지정에 지역 주민들도 높은 관심으로 호응하고 있다.
분당구 구미동의 박현진(39)씨는 “아이가 아직 어려 운중로나 사람들이 많은 곳은 부담스러웠는데 집 가까운 곳에 벚꽃 길을 지정해 줘서 고맙다”며 “벚꽃이 만개할 때 아이랑 산책하며 다녀올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소식”이라고 전했다.
한편 성남과 용인의 벚꽃 개화는 이달 14~15일 선으로 서울 운중로와 비슷한 시기에 벚꽃이 만개할 예정이다.
< 성남 벚꽃 길 8경, 이곳이에요~!>
* 1경: 분당 중앙공원(분당천) 2km - 가족, 연인들이 데이트하기 좋은 벚꽃 길
☞ 서현역 2, 3번 출구에서 수내역방향 도보로 5분(500m)
* 2경: 야탑동 분당보건소 앞 탄천 변 녹지 1.5km - 운동하면서 즐기는 벚꽃 길
☞ 야탑역 3, 4번 출구 광장에서 탄천방향 도보로 5분
* 3경: 남한산성 올라가는 길 1km - 도로변 벚꽃 군락지역
☞ 산성역 2번 출구 신흥주공아파트 후문 버스정류장(52번 버스)
* 4경: 상대원 중원초등학교 앞 시설녹지대 0.5km - 벚꽃과 함께하는 최고의 산책 공간
☞ 모란역 4번 출구에서 350번 버스 승차 후 샤니후문 정류장 하차
* 5경: 제생병원 앞 공공공지 1km - 휴식공간과 함께하는 벚꽃 길
☞ 서현역 4, 5번 출구에서 탄천방향 도보로 5분
* 6경: 구미동 탄천 변 녹지대 2km - 탄천을 따라 여유로운 벚꽃 산책
☞ 오리역 1번 출구에서 탄천방향 도보로 5분
* 7경: 태평동 탄천물놀이장 뚝방 길1km- 하얀 꽃눈으로 가득한 뚝방 길
☞ 태평역 6번 출구에서 탄천방향 도보로 10분(800m)
* 8경: 수진공원 진입로 0.5km - 공원이용과 함께 할 수 있는 곳
☞ 모란역 9번 출구에서 성수초등학교 방향 도보로 5분(수진공원 주차장)
문의 031-729-4282
PART 용인, 꽃이여 나를 즈려밟고 가소서
용인시도 지역의 아름다운 경치를 선정해 8경으로 자랑하고 있다. 빼어난 경관 중 마지막 화룡점정은 ‘가실벚꽃’으로 알려진 포곡읍 가실리 호암미술관 주변의 벚꽃이다. 호수와 어우러진 벚꽃의 아름다움이 단단히 잠긴 사내의 마음도 흔들리게 하고 만다.
특히 용인시는 해마다 아름다운 봄꽃 축제를 열어 지역 주민들에게 봄의 기대와 설렘을 갖게 한다.
수도권의 대표적 봄 축제로 인정받은 용인 봄꽃 축제가 올해도 역시 지역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5월 4일부터 8일까지 처인구 원삼면에 있는 용인농촌테마파크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꿈과 행복이 함께하는 국제관광도시 용인’을 주제로 기획됐다. 축제 관계자는 지역 뿐 아니라 인근 수도권을 포함해 약 13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종 전시와 문화체험 행사 등 40개의 테마가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용인 봄꽃축제, 아바타와 삼천갑자 동방삭의 만남
행사를 담당한 용인시 관광진흥팀 신은희 팀장은 “예년의 봄꽃 축제에서는 테마와 주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 올해부터는 좀 더 다양하고 분명한 테마가 있는 축제를 기획했다”며 “방문객의 절반이상이 30대~40대로,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구성이 많아 올해도 가족방문객에 초점을 맞춰 행사를 진행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들의 꿈과 비전을 새겨볼 수 있도록 우주선과 달나라, 로켓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우주정원을 영화 아바타처럼 꾸며놓아 아이들에게 환상과 꿈의 세계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미래 직업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테마를 정해 꾸며놓았다.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보안하기 위해 탄천의 설화로 알려진 삼천갑자 동방삭을 코믹하고 재미있게 만든 어린이 뮤지컬 ‘동방삭의 봄꽃여행’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뮤지컬은 용인의 정체성을 알리고 자부심을 심어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어린이들과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도예, 토피어리 등 다양한 체험도 기획돼 있다. 행사 기간 중에 농촌테마파크 행사장 구간과 도심을 오가는 셔틀 버스를 운행하며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휠체어 대여와 어린이 유모차 렌탈 서비스도 벌인다. 모든 시민들에게 입장료는 받지 않으며 체험비만 별도다. (문의 용인시 관광과 관광진흥팀 031-324-3044)
한택식물원, 봄을 맞는 35개의 테마정원
한편 용인의 대표적인 식물원인 한택 식물원에서도 봄을 맞는 행사로 분주하다.
오는 4월 23일부터 5월 8일까지 ‘봄꽃페스티발2011’이 개막을 앞두고 있기 때문.20만평의 규모에 서른다섯 개의 테마가 있는 정원으로 구성된 한택식물원은 자생 및 외래
식물 총 9,700여종이 생태환경 그대로 식재되어 있어 계절과 테마별로 식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봄꽃페스티발에서는 우리 식물자원의 소중함을 느껴볼 수 있으며 소비적이고 일회적인 축제가 아닌 한택식물원만의 특색 있는 축제를 만날 수 있다.
언제 방문하더라도 개성만점의 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에 35개 테마정원은 계절별, 테마별로 조성돼 있어 하루 만에 관람이 어려울 정도.
4월 15일부터 30일까지는 튤립과 수선화, 산괴불주머니, 진달래, 목련과 매화가 제멋을 내고, 5월 1일부터 15일까지는 모란 작약원과 아이리스가, 5월 16일부터 30일까지는 암석원과, 숙근초원, 수생식물원이 한창으로 방문하는 날짜에 맞추어 나만의 코스를 만들어볼 수 있다.
한택식물원의 김진봉 차장은 “봄꽃 페스티발에서는 식물자원의 소중함과 사라져가는 우리 자생식물을 보전하는 취지의 캠페인을 실시한다”며 “특히 희귀멸종위기 식물인 깽깽이풀, 히어리, 노랑무늬붓꽃, 미선나무, 산작약 등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행사 기간에는 다양한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 참여도 가능하다. 전시회로는 봄 사진 전, 압화 및 입체건조화 전시회 등과 원예조경학교, 봄꽃 스템프 찍기행사 등 가족체험프로그램 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천연리스, 토피어리, 테라리움, 화분체험, 압화체험 등 재미있는 식물 체험 장도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문의 031-333-3558)
PART 플라워카페, 꽃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상상
대지는 바야흐로 축포를 터트리듯 꽃가루를 흩뿌릴 즈음, 색다른 공간에서 만나는 꽃들도 반갑다. 천하의 금강산도 식후경이 필요하듯 꽃 잔치가 벌어져도 우리의 위장은 정직하게 고프다. 꽃과 음식, 꽃과 브런치의 만남이 더욱 소중해지는 까닭이다. 알싸하게 퍼지는 커피 향은 물론 꽃들로 둘러싸인 플라워카페. 그곳에 가면 꽃처럼 낭만적인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 분당 ‘데일리’ 플라워카페
웨딩업체에서 꽃 장식을 담당했고 영국, 프랑스로 연수까지 다녀온 베테랑 플로리스트인 김현정씨가 운영하는 카페다. 동네 꽃집과는 차별된 스타일로 만들어내는 꽃 장식과 특별한 날에 전하는 감동을 커피에 담아내고 있다. 꽃다발, 꽃바구니, 꽃 장식 외에도 각종 화분과 화환 주문 제작도 가능하다.
(위치 분당구 백현동 562-1번지/ 031-8017-5550)
* 용인 플라워카페 ‘나무기린’
플로리스트가 직접 운영, 동화 속 풍경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다. 커피와 차, 그리고 와플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싱그러운 식물과 생화 구입도 가능하다. 또한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피규어, 예쁜 액세서리도 만날 수 있으며 아기 돌잔치 등 소규모 연회도 가능하다.
(위치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87-2 / 031-335-4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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