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허전할 때 음악은 위로가 된다. 수다스런 말로 정신없게 하기보다 조심스런 어루만짐을 건넨다. 그런데 그 안에 정성과 진심까지 담을 수 있다면 어떨까.
“소리나무악기공방은 현악기를 제작하는 곳입니다. 손으로 직접 나무를 만지고 깎아 하나뿐인 악기를 만드는 것이지요.”
소리나무악기공방 최종은 사장은 백제예술대학에서 악기제작을 전공했다. 서울 서초동과 천안에 공방 두 곳을 동시에 운영하다가 지금은 천안 공방에 집중하고 있다. 악기제작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라 서울에서 그의 공방을 찾아 내려오는 사람이 많다.
어디서든 즉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다. 전국적으로 악기를 제작하는 공방은 흔치 않다. 그런데 시간과 공을 들이며 손때 묻힌 악기라. 불현듯 이런 저런 상상이 뭉게뭉게 커진다. 직접 만든 첼로를 연주하는 이십년 후의 나, 내가 만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아이들…. 두근두근 설레는 상상이다.
“첼로는 4~6개월 정도면 완성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바이올린은 2~3개월 정도면 가능하지요. 서양 악기는 도면이 있기 때문에 도면의 수치만 정확히 지키면 소리도 정확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 최종은 사장의 손길이 함께 한다. 만드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소리를 내야 하는 악기이기에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게 몇 번의 제작을 거치면 실력은 점점 좋아진다. 이쯤에 이르면 만든 악기는 판매도 할 수 있다.
물론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취미로 여기기에는 인내가 필요하고 직업으로 삼으려면 수익이 마뜩잖다. 그럼에도 매력적이다. 분주한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느리게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외국은 오랜 시간을 들여 꿈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만의 악기를 만들고 배운 후 60세 생일 때 가족들 앞에서 연주를 해보겠다는 계획, 참 근사하지요?”
인터뷰 도중, 슬쩍 최종은 사장의 손을 봤다. 장이의 손이라 하기에는, 더욱이 남자 중에서도 곱고 하얀 손이다. 악기를 만지는 손은 비록 공구를 잡는다 하더라도 고운 결을 잃지 않는가 보다. 그 섬세함이 현악기의 가는 떨림을 만든다.
최종은 사장은 “너무 겁내지 말고 가볍게 접해보라”고 권한다. 점점 세상에 익숙해지고 생활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러 헛헛할 때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악기공방의 세계다. 최 사장은 사람들에게 그 길을 안내한다.
문의 : 041-571-1033. http://soundwood.blog.me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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