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화창한 봄, 새로움을 향하여 스타트!

지역내일 2011-03-28 (수정 2011-03-28 오후 3:29:36)

봄은 시작의 계절이다. 꽃은 개화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앙상하던 나무 가지에는 생기가 돈다. 사람도 꽃과 나무처럼 자연의 일부분인지라 봄이 되면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흐른다.
에너지는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의욕으로 표출되기도 하는데 그래서 봄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화창한 봄날과 함께 시작의 출발점에 선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 

권혜경 씨 - 올봄! 처음으로 학부모 되다
첫째 성은이의 손을 꼭 잡고 입학식에 간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후딱 가버린 것 같다는 권혜경씨. 3월 한 달은 학교생활 적응하랴 힘든 아이 못지않게 그녀도 새내기 학부모로 분주했다. 준비물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알림장을 보고 또 봤다는 그녀. 잠자리에 들었다가 ‘빠진 준비물 없나?’하는 걱정으로 공부방에 달려가 가방을 열어 본 것이 서너 번이 넘는다. 남자아이임에도 차분한 성격으로 뭐든지 조곤조곤 잘해 크게 걱정하는 마음은 없지만 겁이 많아 등, 하교 길을 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 하교 시간이 되면 한 시간 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매일 매일 아이와 데이트 하는 기분이라는 그녀는 짧은 시간 동안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 “시계를 보다가 아이가 이 시간에 무얼 배울까 하는 마음에 교과 시간표도 보고, 책꽂이에 있는 교과서를 뒤적여 보기도 했다”는 그녀는 누군가 ‘초등 1학년 아이를 둔 엄마는 초등 1학년’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고 맞장구를 친다. 지금은 어설픈 초보 학부모지만 아이 성장과정에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싶다는 그녀. 서둘러 집을 나선다.

박명국 씨 - 올봄! 방과 후 학교 첫 수업을 하다
얼마 전 방영돼 파란을 일으켰던 ‘세시봉’의 영향일까? ‘통기타 배우기’ 바람이 거세다. 전자음의 댄스 음악에 둘러 쌓여있던 사람들은 서정적인 가사와 따뜻한 리듬의 7~80년대 노래에 세대를 초월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때 가수들이 마치 자신의 심장인양 꼭 껴안고  연주한 기타는 하나의 악기 이전에 또 다른 가수였다. 지난 수요일, 박명국씨는 커다란 기타를 메고 고잔동의 한 초등학교에 들어섰다. 기타 경력 30년 넘도록 안 가본데 거의 없는 그가 이곳에 기타를 메고 온 것은 오늘이 처음. 학교에 온 이유는 방과 후 학교의 통기타 강습을 위해서이다. 옛날 향수에 젖어 기타를 배우고자 하는 중장년이나 대학 동아리, 문화센터에서 기타 강습을 한 적은 많지만 초등학교는 처음이어서 긴장과 기대감이 반반. 수강생은 고학년 남자가 대부분으로 프로그램은 주1회 1시간30분 동안 진행 된다. 조사결과 오늘 처음 기타를 만져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으나 개중에는 제법 연주 흉내를 내는 아이들도 몇몇 눈에 뛰었다. 처음 기타를 접한 아이들도 피아노 강습 등으로 악보 보는 능력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어 기타 연주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것 같지 않았다. 악기는 긴 연습 시간을 기본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수업을 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기타는 즐거운 악기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알고 있는 쉬운 동요로 쉽게 접근 한 후 점차 대중가요를 알려 주려 합니다. 혹시 알아요? 이 제자들 중에 ‘에릭 클랩튼’ 같은 아티스트가 배출될지...”

고정옥 씨 - 올봄! 새로운 일을 시작하다
몇 년간의 육아 기간 끝에 막내를 유치원에 보낸 주부는 일단 한시름 놓고 그 동안 숨 돌릴 틈 없던 시간을 정리한다. 갑자기 찾아 온 자유가 소중해 이웃집에 놀러가 끝없는 수다(?)를 떤다. 그러다 “이게 아닌데...” 하며 생각한 것이 잡(Job). 일자리 찾기다. 고정옥씨도 작은애 유치원 보내고 1년 동안은 잘 쉬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력감이 몰려왔다. 당장 일을 하지 못해도 준비를 하자라는 생각에 이곳저곳 교육 기관을 알아 봤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뭐지? 하는 질문에 ‘상담사’란 대답이 나왔지만 전문 상담사가 되려면 3~4년의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높은 교육비뿐 아니라 장기간 투자가 벅찼던 그녀는 친동생의 추천으로 생활용품과 이,미용품을 취급하는 업체에 관심을 가졌다. 2개월의 준비 기간 후 새봄과 함께 본격적인 일을 시작한 그녀. “우선 일을 하니까 생활에 활력이 생긴다. 옷도 정장풍으로 제법 갖춰 입는다. 이·미용품 관련 일을 하기 때문에 피부손질도 안 할 수 없다”라는 그녀. 지난겨울과 확연히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일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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