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에서 만난 춘(春)바람, 춤바람 … 신바람

지역내일 2011-03-27 (수정 2011-03-29 오전 9:03:38)
용인시 노인복지관 시니어 댄스 동아리 '로즈자이브'




봄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지던 지난 3월 22일, 용인시노인복지관에 위치한 상설 무대 위에는 현란한 춤 솜씨를 선보이는 초로의 그녀들이 있었다.
금색 스팽글이 반짝이는 의상에 정열의 빨간 스커트, 하늘하늘한 스커트 자락은 음악의 템포에 맞춰 격렬한 리듬감을 더해주었다.
매달 4째 주 화요일 용인시 노인복지관의 시니어 동아리회원들이 만드는 ‘정오에 만나는 작은 음악회’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공연을 펼친 ‘로즈 자이브’ 댄스 동아리 팀. 이름에 걸맞는  정렬적인 모습으로 시니어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평균 연령 70에 육박하는 이들이지만 하루라도 춤을 안 추면 몸이 찌뿌드드하다며 너스레를 보이며 춤바람(?)이 든 사연을 공개했다.

나는야 정열의 댄서 
“복지관의 댄스 강좌인 ‘자이브 교실’에서 춤을 배운 사람들이 모여 2006년에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워낙에 인기가 많은 강좌다 보니 수강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경쟁이 치열해요. 매 강좌마다 수강에 성공(?)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니 춤을 계속 추고 싶은데 어떡하겠어요. 동아리를 만들어야 계속 모여 춤을 출 수 있겠더라고요. 웃음”
자이브 동아리팀장 박혜옥(71ㆍ상하동)씨의 설명이다.
유연하다 못해 격렬한 몸동작, 현란한 스텝과 빠른 템포까지. 환갑을 지낸 노인들이 추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법한 자이브 댄스지만 이들이 추는 춤에서는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열정이 묻어 나온다. 비결을 물어보았다.
“무릎이 안 좋거나 몸에 고장(?)이 난 사람들이 이 춤을 시작하면서 좋아진 경우가 많아요. 저도 30대 초반부터 다리가 아파서 못 다닐 정도로 약골이었어요. 그런데 구청에서 에어로빅도 하고 또 여기서 자이브 추면서 몸이 단련돼서 그런지 지금은 오히려 춤을 안 추면 몸이 아플 정도예요.” 농사를 짓다가도 춤을 추러 나올 만큼 열성회원이라는 신봉례(66ㆍ고림동)씨의 댄스예찬이다.
그런가하면 친구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는 이옥단(63ㆍ동백동)씨는 “젊은 사람들에겐 스포츠 댄스의 한 종목으로 알려진 자이브지만 노인들에겐 격하지 않게 순화시켜 만든 거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춤”이라고 소개한다.

댄스경연대회서 춤 실력 과시
여가선용과 건강을 위한 취미활동으로 시작했지만 이들의 실력은 동네 사랑방의 장기자랑 수준을 뛰어 넘는다.
전국대회의 여가경연대회인 골드컵대회에서 장년층 ‘대상’을 수상한 것은 기본, 경기도 노인 여가 활동 경연대회에서는 우수상을 여러 번 수상했다고. 이밖에 크고 작은 대회에 출전해 받은 트로피만도 한쪽 벽면을 다 차지할 정도라며 자부심이 높다.
“동아리로 활동한지 5년이고 다들 춤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보니 아주 기초적인 사람들은 어림도 없지요. 젊었을 때 에어로빅으로 익혀온 춤 실력을 자이브로  마무리하고 있달까? 웃음” 10년 남짓 문화센터와 복지관 등에서 댄스를 배워왔다는 김윤태(61ㆍ상하동)씨가 덧붙인다.
자이브 팀의 청일점 오경배(73ㆍ지곡동)씨도 “이제 막 2년 정도 된 초보이자 막내지만 동아리 선배 누님(?)들의 가르침을 받아 열심히 춤을 배우고 있다”며 “화려하면서도 멋지고 무대에 올라가 춤을 추면 인생의 스트레스가 다 풀릴 정도”라며 자이브의 매력을 소개했다.
“예전엔 우리가 춤을 추면 유리 창문으로 들여다보면서 모르는 남녀가 짝을 지어 남세스러운 춤을 춘다고 시선이 곱지 않았는데 지금은 인식들이 달라져서인지 부럽게 쳐다보는 시선이 더 많아요.” 박혜옥 팀장의 말에 회원들의 동의가 이어진다.
“나도 시골에 살아서 밭을 매다가 춤 시간이 되면 복지관에 나서는데 동네사람들이 우리 남편보고 ‘춤바람 좀 잡혔우?’하고 물어본대요. 그러면 울 남편은 저더러 더 야시시한 옷 입고 나서라고 해요. 자기 눈에는 내가 춤추는 모습이 이쁘고, 또 갔다 오면 기분이 좋으니 밭  일도 더 잘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안 부리잖아. 하하하”
신봉례 회원이 쇄기를 박자 회원들 모두가 박장대소.

춤바람 속에 묻어 나오는 신바람
오히려 더 부지런해진다. 오래 동안 우울했던 마음이 단숨에 사라진다. 하루가 활기차진다. 몸이 가뿐하고 건강해진다. 즐거운 음악과 함께 하니 기분이 업 된다… 회원들이 쏟아 놓는 자이브 댄스의 장점은 끝도 없다.
“우리가 평소에 춤을 출 때 댄스 복이 있어요. 그걸 입고 춤을 추면 우울한 기분이 들어올 새가 없어요. 그런데다가 대회라도 나가려면 가장 화려하고 이쁜 댄스 복을 맞춰 입고 나가잖아요. 다들 유니폼 5벌에 댄스 복 10벌 정도는 갖고 있어요. 그걸 입고 있으면 나이고, 스트레스고 싹 다 잊고 춤추고 싶은 생각만 들어요.” 조순(64ㆍ김량장동)씨에게도 자이브는 그렇게 즐거움을 주는 만병통치약이다.
최옥자(67ㆍ김량장동)씨도 “스텝만 해도 60여 가지 되요. 기억력이 좋아야 됩니다. 치매 걱정도 없겠죠? 마음도 즐거우니 우울증은 도망가고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이 되니 이만한 취미가 어디 있나요?”라며 춤바람을 이어갈 생각이란다.
올해 열리는 댄스 경연대회 준비로 이제부터 바쁘게 스텝을 밟아야 한다며 웃음으로 마무리 하는 회원들의 춤바람 속에는 신바람이 한껏 묻어 있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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