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사진작가 이순옥씨
따뜻한 내 사진은 마음의 표현
여태 찍은 사진 필름만 상자 몇 박스, 부부 합동전시회가 꿈
디지털 카메라의 급속한 발전으로 전 국민의 사진작가화가 된 요즘 추세 때문일까? 우리나라 주부들의 워너비(wannabe) 상위 순위에 오른 것 중의 하나가 사진작가라고 한다. 그만큼 사진 찍기는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면에는 접근하기 쉽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진은 보기와는 달리 깊이 어려운 작업이기에 도전자에 비해 승리자가 많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길고 긴 시간 사진에 대한 애정과 노력으로 사진작가가 된 그녀가 돋보이는 것이리라. 사진작가 이순옥의 이야기다.
수험생처럼 사진 공부한 시기
사람들은 늘 꿈을 꾸고 산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산다. 어떤 사람은 어릴 때 꿈꿨던 일을 이루기 위해 살고, 어떤 사람은 우연히 어떤 계기가 생겨 꿈을 꾸고 이룬다. 그녀는 후자의 경우. 사진을 좋아하던 남편을 만난 것이 그녀의 사진 인생의 시발점 이었다. 처음엔 사진 찍는 남편을 그냥 따라다니기만 했다. 잘 나온 사진을 보여주는 남편의 얼굴이 좋아 무작정 따라 다녔다. 가끔 남편이 풍경을 배경으로 독사진을 찍어주면 감지덕지(?)하던 그녀가 어느 날 사진이 찍고 싶어 졌다. 수동형으로 사진 찍히는 모델이 아니라 능동형의 사진 찍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유는 남녀의 시선차이. 남편은 그녀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피사체가 아닌 엉뚱한 곳에 렌즈를 고정했다. 안타까운 마음과 남편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여기가 더 좋아. 여기를 찍어 봐”하고 권해도 남편은 요지부동. 그녀가 원하는 곳에 카메라 렌즈를 고정하지 않았다. 그러기를 몇 번...되돌아오는 반응은 “그럼 너가 찍어” 였다. ‘그래 나도 찍자. 나라고 못할게 뭐야’ 라고 마음먹은 그녀는 이후 ‘사진 수험생’이 되어 수능 공부하는 고3학생처럼 사진 공부를 했다. 젊은 사람들과 2년 동안 공부를 하고나자 그제야 남편도 그녀의 열정을 인정해주시 시작했다. 사진처럼 사지선다형 문제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있을까? 사진 찍는 상황은 어느 것 하나 똑같지 않다. 그만큼 실력과 경험이 필요한 것. 그녀는 각종 공모전 당선으로 자신의 입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사진 작가가 되다
그 시작은 1995년 강릉단오제 전국 사진 공모전. 맑은 하늘아래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이 작품의 수상을 계기로 그녀는 사진작가의 꿈을 키운다. 사진작가가 되려면 협회 기준에 따라 최초 입상작을 시작으로 2년 안에 기준점수를 확보해야 한다. 전국대회 1회 입상이 3점임을 감안한다면 그것이 만만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금처럼 출력이 용이하던 시절이 아니어서 흑백 사진은 집안에 암실을 만들어 인화를 하고, 슬라이드 필름은 충무로에 가서 현상을 하며 해야 했다. “사진을 맡겨 놓고 기다리는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때로는 초조함 때문에 꿈속에서 필름 잃어버리는 꿈을 꾸기도 했어요”라며 가슴 졸이던 시간을 회상하는 그녀는 그렇다고 디지털 카메라를 홀대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디지털 카메라는 사진 인구의 저변을 확대한 공로가 커요. 쉽게 접근할 수 있고요. 하지만 가벼운 사진이 유행처럼 퍼져나가는 것은 안타깝다”고 한다. 뭐든지 하나 얻으면 하나 잃은 법 아니겠는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진을 찍다
그녀는 따뜻한 사진을 좋아한다. 찍는 자신도, 보는 타인도 마음이 평화로운 사진을 찍고 싶다. 추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몇 시간 일출을 기다리는 것도, 아침에 간 곳을 저녁에 또 가는 이유가 따뜻하고 다정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그렇게 좋은 사진을 위해 셔터를 누른 게 벌써 20여년이 훌쩍 넘었다. 그 동안 찍은 필름만도 라면 상자로 몇 박스나 된다. 슬라이드 파일은 또 몇 권일까! “가끔 예전에 찍은 사진을 봅니다. 특히 안산 찍어놓을 것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지요. 지금은 볼 수 없는 사리포구, 협궤열차 등을 보며 사진으로 안산의 역사를 기록했다는 자부심이 생겨요”라는 그녀의 눈에 안산은 아름다운 도시이다. 바다와 땅이 조화를 이루는 제부도, 살아있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 습지공원과 화랑공원 등은 그녀의 단골 출사 장소. 예전에 저 멀리 가서 못 보던 풍경을 찍어야 잘 찍은 것 같았는데 이제는 내가 사는 곳, 정다운 이웃들의 사진이 더 좋은 것을 느낀다. 셔터 누를 힘만 있어도 사진을 찍고 싶다는 그녀의 꿈은 자신에게 사진의 길을 열어 준 남편과 부부 합동 전시회를 하는 것이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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