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 - 한성백제문화지킴이 김종만 회장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 지키는 것”

지역내일 2011-02-27 (수정 2011-02-27 오전 9:59:34)

종로구 운니동 운현궁. 한 무리의 일본인 관광객들 속에서 열심히 궁을 설명하는 노년의 신사가 눈에 띈다. 일본어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궁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에도 거침이 없다. 그는 ‘서울문화관광해설사’ 김종만(76)씨다.
송파구 방이동 몽촌역사관. 중절모를 쓴 노신사가 학생들에게 한성백제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한성백제의 위엄과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교단에 선 선생님의 모습이 느껴진다. 그는 ‘한성백제문화지킴이’ 김종만 회장이다.
서울문화관광해설가, 한성백제문화지킴이 뿐 아니라 송파일본어봉사단이기도 그는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일본어와 소설 강의를 하는 강사이기도 하다. 



교장으로 퇴직, 새로운 인생 시작
 “저는 복이 아주 많은 사람입니다. 아직도 저를 필요하다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으니 복이 많은 거지요.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 그게 바로 삶의 보람이자 즐거움입니다.”
 김종만 회장이 은퇴 후 처음 시작한 자원봉사는 송파일본어 봉사단. 2000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12년째다. 그는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다. 1999년 방산중학교 교장으로 은퇴하기까지 초등학교 교사, 중학교 교사, 교감, 교장, 그리고 장학사까지 다양한 직책을 거쳤다. 그가 일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1975년 일본 파견교사와 주일대사관의 교육관으로 일본에 가면서부터다. 파견교사로 그는 재일동포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역사, 음악 등을 가르쳤고 주일대사관 교육관으로서 그는 일본의 다양한 교육정보를 국내에 알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75년부터 4년, 또 다시 89년부터 4년, 도합 8년간의 일본 생활은 그를 일본어 달인으로 만들어주었다.
 장학사를 거쳐 중학교 교장으로 은퇴한 해가 1999년. 교직에서 물러난 그에게 많은 상실감과 낙망함이 밀려왔다. 그때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친 것이 바로 일본어 번역 봉사였다.
 “평생을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학교를 그만 두자 큰 실의에 빠졌죠. 의욕을 잃은 저에게 지인이 일본어 번역 모임에 한 번 가보지 않겠느냐고 권했어요. 그게 일본어 번역봉사를 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우리 문화 지키고 알리는 파수꾼
 송파일본어봉사단은 많은 일을 한다. 송파구와 일본 사이에 주고받는 공문이나 편지, 잡지, 팸플릿 등의 번역과 일본어작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송파일본어봉사단에서도 12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일본어 번역을 하며 많은 일을 경험했지만 2001년과 2002년 경기도 광주 위안부 할머니의 보금자리 나눔의집을 방문한 일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방문하러 온 일본인들과 함께 한 자리였습니다.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한 만남이었죠. 역사적인 잘못을 시인하고 할머니들에게 그들의 뜻을 전하는 통역을 맡았는데 할머니들에게 위로가 되는 아주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그들이 일본으로 돌아간 후에도 편지를 보내와 몇 번을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어 번역과 통역 봉사를 하면서 큰 즐거움을 느낀 그는 2006년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된다. 서울문화관광해설사가 바로 그것.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문화 해설을 해 주는 일이다. 그는 운현궁과 북촌마을, 청계천, 서울성곽 등 서울 문화를 일본인들에게 안내하고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우리 역사와 문화를 소개할 때 일본이 중 상처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적절한 설명으로 역사의 진실을 직시하게 도와준다”고 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 중 일본인이 차지하는 수는 매우 크다. 연령층 또한 매우 젊어져 예전보다 많은 10~20대들이 우리나라를 찾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보는 시선이 예전과 많이 다름을 피부로 느낍니다. 예전의 편견을 깨고 우리의 우수성을 인정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문화해설사들은 그들에게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자부합니다.”


공부하고 노력에는 나이가 없어
 한성백제문화지킴이는 2001년 송파구자원봉사센터 소모임으로 창립된 봉사단체다. 현재 한성백제문화지킴이는 26명으로 몽촌역사관과 움집터 등에서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한성백제의 유적과 유물을 설명해주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백제라 하면 부여와 공주를 많이 떠올리고, 학교에서 한성백제에 대해 자세하게 배울 기회가 없어 많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한성백제의 찬란했던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한성백제문화지킴이가 되기 위해서는 한성백제 문화해설가로서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3개월에 걸쳐 총 64시간의 수업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거침없이 해설을 진행하고 더 나은 설명을 위해 그는 매일매일 역사와 문화 공부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있는 지식을 남에게 알려주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잘 알려주고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알고 깊게 이해해야 하지요.”
 일본어 역시 마찬가지. 매일매일 일본어 공부도 빠뜨리지 않는다는 그는 “하루라도 써 먹지 않으면 언어는 익숙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3월 13일부터 4박5일간 진행되는 한성백제문화지킴이들의 일본 속 우리역사 관련 유적 탐방 또한 이런 노력의 하나이다. 


우리 역사에 관심 가져야
 그에게 언제까지 봉사활동을 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내 몸이 허락하는 한 하겠다’는 평범하고 식상한 답변이 아니었다.
 “이 일을 하는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된다면 언제라도 이 일을 그만둘 것입니다.”
 이렇듯 의지가 확고한 김종만 회장은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애정 역시 확고했다.
 “국사 수업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젊은 층일수록 역사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역사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 정통성을 지키고 알려주는 바로미터입니다. 우리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고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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