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이 교육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유아나 초등학생들부터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열풍이 불고 있고 창의력을 요구하는 시험이나 대회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중고등학생들도 마찬가지. 예전에 수학이나 물리, 화학 등의 올림피아드가 대세였다면 이젠 창의력올림피아드를 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창의력올림피아드, 과연 창의력 하나만으로 참여할 수 있는 대회일까. 창의력올림피아드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
과학은 물론 예술·고전문학까지 다양하게 해결해야
지난 1월 29일과 30일에 열린 ‘2011 한국학생창의력올림픽’. 2011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Odyssey of the Mind Finals) 한국예선대회다. 여기에서 특별상(Special Award)을 수상한 ‘세계질주’팀과 지도교사인 강동교육지원청 발명교실 전담교사 박혁상(아주중) 교사를 만났다. 이들은 오는 5월 27일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에서 개최되는 세계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Odyssey of the Mind(이하 OM대회)는 1978년 미국에서 개발된 세계최고의 창의력교육프로그램으로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모두 참여, 창의적인 문제해결의 기회를 제공받는 국제적인 교육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창의성을 적용하여 과학·기계 구조물에서 예술과 고전문학 해석 발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창의력을 키워가게 된다.
박혁상 교사는 “흔히 창의력이라고 하면 과학이나 수학 분야만 떠올리게 되는데 창의력은 전 분야에 모두 해당된다”며 “OM대회 과제 자체에도 고전이나 연극 등 인문관련 주제가 제시되고, 모든 과제에서 과학이나 수학 분야뿐 아닌 모든 영역이 포함되어 과제를 이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어지는 5개의 과제 중 하나를 선택, 각 팀은 도전과제가 요구하는 여러 가지 요건을 포함시킨 공연을 주어진 시간 안에 발표해야 한다. 시나리오 작성이나 배경, 필요한 소품, 의상 등은 모두 학생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누가 더 신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느냐가 관건인 셈.
OM대회는 두 가지 과제로 진행되는데 도전과제공연과 자발성과제다. 준비기간이 충분한 도전과제공연과 달리 자발성과제는 대회당일 과제가 제시되고 준비시간도 짧아 충분한 준비로 창의적 해결력을 키워야 한다.
7인, 각자 재능 발휘할 수 있는 영역 담당
OM대회의 한 팀은 7명으로 구성된다. 같은 학교에서 팀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다른 학교 다른 학년이 모여 팀이 꾸려지기도 한다. ‘세계질주’팀은 서울시 연합팀.
과제 수행의 특성 상 다양한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이면 가장 환상적인 팀이 된다. 예를 들어 로봇 관련 과제가 제시되면 팀원 중 로봇에 박식한 학생이 있으면 유리한 게 당연. 공연을 위한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하므로 문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도 필요하다. 또 무대배경을 위해서는 미술에, 배경 음악을 위해서는 음악에, 세계대회 출전을 위해서는 영어에 재능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학생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창의력대회라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전혀 경험이 없고 뛰어난 지식이 없는 학생들이 해박한 지식과 재능을 가진 학생들보다 더 뛰어난 결과물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어떤 측면에서 ‘많이 아는 것’은 창의력 대회에서 독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지식을 중심으로 누가 더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가를 가름하는 대회에서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끄집어내 활용하는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또 같은 목표를 두고 몇 달을 함께 모여 생각과 마음을 모아야하기 때문에 재능 있는 학생들로 구성된 팀보다는 팀워크가 단단한 팀이 유리하다는 것이 박 교사의 설명이다.
박 교사는 “각자 아이디어를 내고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내야 하고, 결정된 결론을 함께 실천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서로 배려하고 함께하는 협동심이 무엇보다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
세계질주팀이 대회 준비에 들어간 것은 대회를 두 달여 앞둔 지난 겨울방학부터다. 먼저 제시된 5개의 도전 과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돈일(보인고·이과·2)군은 “과제 중 우리가 가장 잘 해낼 수 있고, 기발함을 보일 수 있는 과제를 선택했다”며 “각자 의견을 내 우리 팀에 가장 적합한 과제를 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선택한 과제는 ‘마우스모빌’에 관련된 것. 과제가 결정되자 시나리오 작성이 이어졌다. 이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시간관리. 각자 학교와 학원을 다니며 대회도 준비해야 했기에 개인적 준비가 미흡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항상 시간에 쫓겨야 했다.
정승기(하나고·문과·2)군은 “대회 요강에 이 대회의 목적 중 하나가 협동심의 의미와 가치를 체험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이 뜻을 전혀 알지 못하다가 대회를 준비하면서 협동과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의 방향과 내용이 정해지자 학생들은 더욱 바빠졌다. 무대배경을 스스로 만들어야하고 내용에 따른 음악을 선정하는 것도 고스란히 그들의 몫. 정해진 예산이 넉넉지 않은 점을 고려, 이들은 재활용물품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음악 역시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했다. 기존의 음악이 아닌 쇠파이프, 각목 등을 이용해 ‘악기차’를 만들었다. 실제로 이 악기차는 대회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학생들은 대회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창의력과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돈일군은 “대회를 준비하며 수십 차례에 걸친 연습을 하는데 연습할 때마다 새로운 것이 생각나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해결을 해야했다”며 “대회를 치르며 사고의 전환과 문제해결력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5월 세계 대회를 앞두고 영어로 공연을 준비 중인 이들은 세계무대를 대비, 또 다른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정승기군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고려해 시나리오를 일부 수정할 계획이다”며 “창의력 대회는 다른 나라의 종교나 문화를 이해하려는 사고의 세계화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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