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의존 회복 과정에서 재발은 매우 흔한 일이다. 단주 시도 후 한 번도 재발하지 않는 사람은 퍽 드물다.
재발은 물리적으로 술을 입에 갖다 넣은 바로 그 순간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재발하기 훨씬 전부터 그 사람의 태도 감정 행동 따위에서 무언가 평소와 다른 변화가 있었고, 그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그때에서야 술잔을 든 것에 불과하다.
재발 않고 오랫동안 단주하기 원한다면 고르스키와 밀러가 말한 다음의 11가지 경고 증상을 잘 인식하여 재발로 연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①단주, 단주를 위한 모임이나 프로그램, 회복에 대한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동안 꾸준히 참여해 온 단주 모임이 별로 중요하지 않아진다. 그러면서 쓸데없는 잡다한 생각들, 소위 중독적 사고에 빠져든다.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고 느끼면서도 정확하게 무엇이 잘못인지를 모른다.
②스트레스가 쌓여간다. 큰 변화이든 사소한 일들의 누적이든 스트레스가 많아진다. 상황에 과잉 반응하지 말고, 자신이 기분 변화가 지나치게 심한지 어떤지를 살펴보고, 극단적 감정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한다. 얼마동안은 가만히 있어 보려 하는 것이 상책일 수도 있다.
③예전처럼 다시 부정을 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알코올의존이라는 사실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근래에 자신에게 무언가 스트레스가 많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그래도 ‘괜찮아’ 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려고 하지만 그게 아니다. 사실은 두렵고 불안하면서도 이러한 느낌을 부정한 것이다. 당연히 혼자서만 지내고 남들에게 발설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중독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는 매우 위험하다.
④후기 금단증상이 다시 나타난다. 급성기 금단 후 나타나는 불안 불면 우울 기억 장애 따위의 증상들이 단주한 지가 한참 지났는데도 다시 나타난다. 흔히 이런 증상들을 자가 치료한다고 음주하는 수가 많으므로 퍽 위험하다.
⑤단주 초기에 강박적인 행동거지들을 대체하여 발전시킨 건강한 생활 습관들이 깨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솔직하게 검토하라는 요청을 회피하거나 방어한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성급하게 잘못 판단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여 스스로에게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⑥주위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하고 핑계를 대고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단주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고, 치료진이나 도와주려는 사람을 피하고, 가족들을 멀리한다. 모임 참석 횟수가 줄어든다.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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