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물 - 아트로드 문화연구소 정명교 작가

지역내일 2011-03-22

회색빛 도시여 예술을 허하라

 김포 대명항에 가면 유리병으로 만든 커다란 배가 한 척 서있다. 그 배는 물 위에 뜨지 않는 대신 마음 속 바다를 여행한다. 유리병으로 작품을 만들 때, 시민들이 소원을 적어 넣을 수 있도록 기획했기 때문이다. 아트로드 문화연구소 대표 정명교 작가는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로 사람들 곁에 다가가는 공공미술 작업과, 깃발에서 시작된 광목을 활용한 평면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 덕분에 삶은 상징을 되찾고 사람들 사이에는 문화가 흐른다. 

사람들 사이에서 숨 쉬는 예술
 “토당동에 작업실이 십년 넘게 있었어요. 지도공원에 가서 약수도 뜨고 운동도 했죠. 그런데 아무 것도 없어요.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많은데 문화적인 것이 없어서 언젠가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기회가 왔죠.”
 고양문화재단에서 공모한 사업인 ‘2010 아트고양 프로젝트’에 선정된 아트로드연구소는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지도공원에 동물원을 만들기로 했다. 기린, 얼룩말, 코뿔소를 만들어 세우기로 한 것이다. 그냥 동물 모형이 아니다. 밤이면 LED조명 빛이 반짝거리는 디지털 동물원이다.
“지도공원은 잔디가 넓으니까 여기에 동물원을 만들자고 했죠. 실제 동물을 갖다놓을 순 없잖아요. 회색빛 아파트에 둘러싸인 녹색지대가 지도공원이에요. 도심 속의 오아시스 같은 지도공원에 낮이나 밤이나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동물원을 만들자는 컨셉을 잡고 진행했죠.”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낮에는 예쁘다고 사진을 찍고 밤이면 움직이는 무늬를 보며 즐거워했다. 발 디딜 틈 없이 조깅트랙을 돌며 도시에 갇힌 몸을 움직이던 시민들 사이에 한 줄기 문화의 바람을 지나가게 한 예술의 힘. 그는 이처럼 편하게 누릴 수 있는, 너무 어렵지 않은 작품들로 대중들과 소통하기를 즐긴다.
“작품을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면 보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잖아요. 오는 사람들만 오죠. 밖에서 전시를 하면 아무래도 관객들하고 대중들하고 작가가 더 편하고 친밀하게 쉽고 그렇게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해요.”
그는 “고양시에 문화재단이 있어서 작품 활동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면서도 “더 많은 작가들이 화단에 나올 수 있도록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별을 그리다
 공공미술만으로 정명교 작가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광목을 이용한 평면 작품의 세계는 공공미술에서 볼 수 있었던 친근함, 대중성을 잠시 내려놓고 먼 우주로 우리를 안내한다. 광목을 조각조각 잘라 아크릴로 채색해 다시 구성해 붙인 그의 평면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푸른색의 신비함과 동심원이 주는 경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청색의 비정형 얼룩들로 페인팅 한 광목천을 잘게 찢어 붙이는 방식으로 끝없는 우주와 별들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cosmic signal-space(동방청룡)’은 우리나라 별자리 28수중에서 동쪽의 청룡을 상징하는 7개의 별자리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짧게 혹은 길게, 가늘게 혹은 넓게 찢어 붙인 청색의 조각들은 우리나라 태극기의 건, 곤, 이, 감과 같은 우주를 형성하는 각각의 기호들이다.
“저의 작업은 무수한 기호들로 이루어진 우주와 별을 표현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굳이 작품 아래 설명이나 이름을 구분 지어 붙이지 않는다. 그저 cosmic signal-space 연작으로 표기될 뿐이다.
“불꽃놀이, 꽃, 돌멩이를 던질 때 생긴 파문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시계를 작품에 응용해놓으니까 태엽이라고 말하는 꼬마들도 있고 더 어린애도 들은 자동차 바퀴를 엄청 만들어놨다고도 말해요.”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때 재미있어서 제목과 사인을 작품 앞에 해두지 않는다. 자유롭고 편하게 작품을 즐길 수 있는 틈을 남기고 싶어서다.
“어릴 때 반짝거리는 밤 하늘 별을 보면 과연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살까? 그런 상상을 하잖아요. 또 끝도 없는 사람의 마음이 우주랑 닮았어요. 별을 표현하고 있지만, 화폭 하나가 재구성된 우주라는 거죠.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사람을 좋아하는 그의 붓 끝에는 오늘도 파란 별들이 반짝인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정명교는...
국립안동대학교 출강(2004- 2006).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논문: 조선시대 이후 한국전통 깃발연구)
개인전: 개인전19회(문예진흥원-마로니에미술관, 갤러리 라메르, 탄광촌미술관등)
단체전: 국내외 단체전 및 야외설치작품 170여회
공모당선: 문화체육관광부 공모 2010 마을미술프로젝트-테마이야기 공모당선
2010 공공미술 아트고양프로젝트 공모당선 외 다수
현재: 아트로드 문화연구소 대표, 서양화가, 설치작가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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