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문화산책 /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별보다 아름다운 사랑, 사랑보다 아름다운 이별

지역내일 2011-03-21


최근 노년의 삶은 다룬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세간에 화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네 명의 노인은 일하는 노년,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는 삶, 사랑과 이별, 인생의 마무리 등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울고 웃기를 반복하면서 감동도 받고 느낀 점도 많다고 말한다. 젊은 관객은 노인에 대한 시각도 변하고 노년에 대해 달리 해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동년배 노인들은 예전에 비해 세상이 돌변해 자신들도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데 이 영화를 보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영화는 애달프면서도 아름답다. 그러면서 내 부모와 나의 노년의 삶에 대해 한 걸을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황혼기의 절절한 사랑
이 영화는 만화가 강풀의 원작으로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노인 두 쌍의 사랑을 보여준다. 새벽에 우유배달을 하는 강만석(이순재)과 파지를 수거해 생계를 꾸려가는 송씨(윤소정)의 두근거리는 사랑. 그리고 치매에 걸린 아내(김수미)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주차관리원 장군봉(송재호)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남들에게 무섭고 무뚝뚝하게 행동하는 강만석이 송씨 할머니를 만나면서 소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입가엔 늘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트는 장면은 어떤 로맨틱 코미디 영화보다도 아름답다.
강만석은 송씨 할머니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가슴앓이를 한다. 이를 눈치 챈 손녀가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를 찾아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라며 한 수 가르쳐준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한 평생 무뚝뚝한 남편에게 살가운 정을 느끼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뜬 아내를 떠올리며 회한에 잠긴다. 당신이란 말은 ''여보'' ''당신'' 하고 부를 때 쓰는 말로 당신은 죽은 아내한테만 쓸 수 있는 말인데 하며 망설인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드디어 송씨 할머니의 생일에 용기를 내어 생애 가장 아름다운 고백을 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라고. 할아버지 마음속에 ''그대''와 ''당신''은 엄연히 다른 존재인 것이다. 


헤어짐이 두려워 동반자살은 선택하는 노년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남편의 지극한 보살핌 속에 꿈속처럼 살고 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의무가 아닌 사랑으로 돌본다. 그 부부에게는 정인지 아니면 의리인지 모를, 세월이 만든 초강력 사랑이 존재한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장군봉은 아내가 불치병으로 얼마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는다. 그는 아내를 저 세상으로 혼자 보낼 수도 없지만 자신도 아내가 없는 이 세상에 홀로 남아있을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돌아올 수 없는 저 세상까지 동행하기로 결심을 한다. 영문도 모르는 아내와 자식들은 서로 묵시적인 인사를 나눈다. 장군봉은 주변정리를 마치고 아내의 손을 꼭 잡은 체 편안한 얼굴로 생을 마감한다. 이걸 보면서 산울림의 노래 ''독백''에나오는 ''나 혼자 눈감는건 두렵지 않으나 헤어짐이 서러워''라는 대사가 떠올랐다. 
송씨 할머니는 이별이 두려워 동반자살을 선택한 장군봉 내외를 보고 남아 있는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이 세상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때문에 자신과 장만석이 갈라서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처럼 사랑보다도 아름다운 이별을 택한다. 
장군봉은 장만석에게 남긴 편지에 자신이 떠나는 것을 이해해 달라며 자식들의 마음이 괴롭지 않게 처리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장군봉의 장례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그만하면 호상"이라고 말하며 자식들을 위로한다. 자식들 역시 부모의 죽음을 호상으로 생각하며 마음의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
이에 격분한 강만석은 "나이 들어 죽었다고 다 호상이냐"며 호통을 친다. 그 장면을 보고 깨달았다. 초상집에 가서 ''호상이니 슬퍼말라''는 것은 망자의 감정은 싹 무시하고 살아있는 자식에게만 위로라고 하는 말이다. 그리고 세상에 호상은 결코 없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고서야 알았다. 


일하는 노인, 홀로서는 부모
기존에 노인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 관객들은 부모의 희생이나 자식의 효도를 암암리에 강요당하곤 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 경제적으로 살만하고 아들 며느리가 효도하는 집안의 할아버지도 새벽에 오토바이를 타고 우유배달을 한다. 또 주차관리원으로 일하면서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는 할아버지는 아들 둘과 딸 하나가 있어도 자식들에게 어떤 기대나 요구도 하지 않는다. 문맹에 호적조차 없는 송씨 할머니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자식도 병으로 떠나보내 홀로 폐지를 팔아 생계를 꾸려가지만 세상을 순리대로 살아가고 세상에 염치도 차릴 줄 안다.
영화처럼 현실에서도 일하는 노인, 자식에게 의지 않는 부모가 늘고 있다. 또한 자식들도 ''부모가 원한다면''이란 전제 아래 부모가 일하는 것을 말리지 않으며, 부모가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자식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하지 않기를 바란다.
앞으로 일하는 노인이나 홀로서는 부모라는 것은 노년의 삶의 표준이 될 것이다. 언젠가 노인이 될 사람들 역시 그런 삶을 지향하며 준비하게 될 것이다.
이희수 리포터 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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