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관 통관지원과 김병중 팀장

가슴으로 시(詩)를 노래하는 베테랑 세관인

지역내일 2011-03-21

영화 ''시''를 보면 주인공 미자가 듣던 시 강좌 중 ''시를 쓰는 것''에 대한 강의가 나온다. 강사는 보는 것과 흰 종이의 여백, 그리고 연필을 깎는 것이 바로 시를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며 흰 종이의 여백을 채워가는 작업이 시라는 얘기일 거다. 길고 자세한 설명보다는 단 한 줄의 비유와 은유로써 표현하고, 강한 자극보다는 깊은 여운을 주는 글 작업, 시. 시를 사랑하고, 시 만큼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서울세관 통관지원과 김병중 팀장을 만났을 때의 느낌이 딱 그랬다. 그는 시(詩)였다.


시를 사랑하는 세관인  
처음 김병중 시인을 알게 됐을 때 고루하고 딱딱할 것 같은 세관인이 시를 쓴다고 해서 무척 놀라웠다. 하지만 그는 시야말로 자신의 삶을 생산적이고 유연하게 지탱해 준 강력한 힘이라고 했다. 삶을 통찰하고 때론 변혁의 흐름을 주도해야 하는 문학인으로서의 삶을 꿈꾸는 그에게 규제와 명령을 따라야만 하는 공무원으로서의 삶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그는 묘할 정도로 자신의 일과 시 사랑을 잘 접목시키고 있었다. 
"위대한 시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쓰면서 동시에 자기 시대를 그린다고 하잖아요. 유신시절을 지나오면서 ''세상을 바꾸자''며 선후배들이 뭉쳤죠. 통행금지도 있던 시절이었지만 무가지를 만들어 열심히 활동하다가 결국 대학을 중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년 정도 산 생활을 하며 맘껏 시를 썼어요. 막내아들이었으니 부모님의 걱정이 얼마나 컸겠어요.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좋으니 시험만 보자는 부탁을 뿌리치지 못해 산을 내려온 것이 오늘이 되었네요."
그렇게 1980년 관세직 9급을 시작으로 인천세관, 김포세관, 안산세관, 인천공항세관을 거치며 심사, 휴대품, 수입·수출, 감사 업무 등을 두루 섭렵한 후 현재 서울본부세관 통관지원과 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1983년 중앙일보에 ''고향산조''를 발표한 후, ''언어세계''와 ''시문학''을 통해 시인 및 문학평론가로 등단해 현재 한국문협, 한국시협 및 한국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년에는 시집『청담동 시인의 외눈박이 사랑』을 발표하기도 했다. 


관세청의 아이디어 뱅크 
산 생활까지 했던 사람인데 혹시 현실에 발이 묶여 공무원직을 그만두지 못한 채 시로 마음을 달래며 늘 불만족스럽게 살아왔던 건 아닐까.  
"처음 입사 후 몇 년은 정말 뒷주머니에 사표를 써 넣고 다녔습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사표를 내러 갈 시간이 없어서 못 냈어요. 주인의식이 남다른 성격 덕분에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일 할 때는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고, 그렇게 집중하다보면 고칠 것, 개선할 점들이 속속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고치도록 노력하다보니 어느새 이렇게 전문 세관인 소리를 듣는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네요."
관세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근정포장(1988년)과 대통령표창(2003년), <대한민국 공무원 최고기록(일기쓰기:45년) 인증>을 받았으며, 작년엔 관세행정 및 수출입통관 제도개선의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본부세관 ''명예의 전당''의 7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관세청의 ''아이디어 뱅크''로 불리며 근정포장을 비롯해 총 26회(관세청 최다)의 표창을 받는 등 자타공인 ''으뜸 관세공무원''인 김병중 시인. 그가 제안한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에서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대부분 관세행정에 그대로 반영돼 지금까지도 일선세관에서 운영되고 있고 그 덕에 상도 여러 번 탔다. 1988년 근정포장, 1994년 국무총리표창, 2003년 대통령표창 등 정부표창만 19차례다.물론 작가로서의 생활 또한 열심히 했다. 지금까지 한국순수문학상, 영랑문학상, 김포문학상을 수상하고,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문화재단의 문예진흥창작기금을 받기도 했다. "글을 썼기 때문에 발전적인 공무원이 될 수 있었고, 서비스 정신이 강한 세관 업무를 하다 보니 실용적인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매사 비관적이던 젊은 시절과 달리 모든 일에 긍정적인 사람으로 바뀐 김병중 시인. 세관인으로, 시인으로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못다 이룬 학업의 꿈까지 이어갔다. 방통대를 거쳐 중앙대 예술학 석사과정까지 마친 것이다.


꿈을 가진 美중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그의 비결은 ''메모''에 있었다. 늘 손에 묵직한 수첩 2개 이상은 들고 다니는 김병중 시인. 언제 어디서고 무언가를 볼 때마다, 느낄 때마다, 그때그때의 느낌이나 새로운 정보를 빼곡히 기록해 놓는 메모의 달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개선안 아이디어나 시상(詩想) 정리에 따로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고 한다. 틈날 때마다 메모집 속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쏙쏙 빼내어 완성시키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출퇴근 지하철 안, 화장실안, 낮잠을 즐기던 침대 위. 어디서고 그는 메모하고, 정리하고, 글을 완성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일기로 받은 그의 수상 경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사람은 세상을 떠날 때 1%도 남기지 말고 떠나야 아름답다"고 말씀하신 조병화님의 생각을 따라 갖고 있는 에너지를 모두 쓰면서 날마다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는 김병중 시인. 그에게는 아직도 진행 중인 꿈이 여러 개 있다. 일기를 정리한 책도 만들도 싶고, 경험을 바탕으로 세관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한 소설도 쓰고 싶고, 문화 예술 꿈나무를 육성하는 아트스쿨도 만들고 싶단다. 
루이스는 시를 쓰거나 감상하는 것은 유쾌한 경험이라고 했다. 시를 쓰는 김병중 시인을 만나는 일 또한 시작(詩作)만큼이나 유쾌한 작업이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