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지방 검찰청 시민위원 박만장씨

지역내일 2011-03-18
성남의 역사, 들어보실래요?


72년부터 성남에서 교사생활을 시작, 강산이 4번이나 고쳐 변할 동안 성남 교육계에 몸담고 있던 사람. 성남서중학교와 내정중학교, 양영 디지털 고등학교를 비롯해 광주 교육청과 동두천 교육청 장학관을 지내고 2004년 수내 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하기까지 꼬박 40여년을 가르치는 일에 몸담아 왔더랬다.
이제는 돌아와 흰머리 희끗한 초로의 노신사가 되었지만 아직도 어렵고 힘들었던 성남의 역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 박만장(70ㆍ금광동)씨다.
조금 보태어 지금은 같이 늙어가는 제자들이 성남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에게 몸소 살아온  40년 성남의 역사를 들어보았다.

분당 신도시 생기며 성남도 눈부시게 발전
고향은 인천, 첫 교직을 성남에서 시작해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며 지금까지 한 번도 성남을
분당 신도시 생기며 성남도 눈부시게 발전
고향은 인천, 첫 교직을 성남에서 시작해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며 지금까지 한 번도 성남을 떠난 적이 없다는 박만장씨. 그야말로 제2의 고향에서 성남시민으로 살아온 소감을 물었다.
“예전에 성남은 3무(無) 3다(多) 지역으로 불렸어요. 철도와 육교 등 기본적인 생활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험한 고개와 도둑이 많다고 불릴 만큼 열악한 지역이었지요.”
한참 지난 일화지만 평교사 시절, 성남 서중에서 교사로 담임할 무렵을 회상하는 그.
다들 어렵게 살기는 했지만 가정방문으로 성호시장에 가서 ‘아무개야’ 하고 부르면 아이들이 땅속 움집에서 나올 만큼 가난한 도시였단다.
당시엔 산업체 특별 학급으로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학교에 와서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학생들도 많았다고. 그렇게 어렵고 힘들게 공부했던 환경을 딛고 성남 농협, 성남 시의회 등 지역에서 자리 잡은 제자들을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는 그.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아이들의 꿈을 위해 매진했던 세월을 건너 2004년 8월 수내고 교장 퇴임을 끝으로 민간인(?)으로 복귀했다. 이후에도 장애아동, 다문화 가족 등에게 관심이 많아 ‘성남시 아동여성 보호 지역 연대 공동위원장’과 ‘평생교육협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며 활발한 지역봉사를 해오고 있다.
성남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몸소 살아온 덕분에 성남문화원에서 성남학 아카데미의 강사로도 활동하는 등 바쁜 일상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성남학 특강 통해 성남의 역사 들려줘
이쯤에서 그가 성남학 특강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인 성남의 가장 큰 변화에 대해 물어보았다.
“성남시는 예전에 광주에 포함돼 있다가 73년에 비로소 성남시로 분리됐어요. 당시만 해도 서울이나 외곽에서 밀려온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도시를 이뤘으니 극도의 열악한 환경이었죠. 그렇다보니 성남의 정체성이 제대로 자리 잡기 어려웠어요. 그러다가 분당이라는 신도시가 생기면서 빠른 변화들이 시작 된 거죠. 아파트 단지와 도로, 공원들이 정비되면서 지금은 천국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성남지방검찰청의 시민위원으로 또 다른 직함 하나를 추가한 박 만장씨.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폐해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위원회는 검사의 공소제기, 불기소 처분, 구속취소, 구속영장 재청구 등 사건결정에 도움을 주는 시민 자문 위원이다.
“작년 말 성남에서 뇌암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 하고 자신도 자살을 시도한 여대생 사건이 있었어요. 부모 이혼 후 어머니와 힘겹게 살면서도 간호를 열심히 해온 학생이었는데 어머니의 요청으로 이 같은 일을 벌인 거죠. 시민위원 9명 모두가 기소 유예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고 성남지청이 이 결정을 받아들여 기소유예 처분을 했답니다.”
이처럼 법이 자연스럽게 흘러 억울한 사연이 생기지 않도록 현명한 자문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 그가 시민위원이 된 목적이다.   

성남에서 화백으로 살다
퇴직 이후에도 청년 같은 의욕을 보여주는 그에게 삶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흔히 하기 쉬운 잘못된 점들을 고쳐 나가면 노인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은 평생 교육 시대, 직장은 없어도 직업은 반드시 가져야 해요. 100세 수명에 은퇴했다고 집에만 있기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죠.”
박만장씨는 은퇴 후에도 화백(화려한 백수)으로 지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마포 불백(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으로 가면 답이 없다는 것.
“앞으로 시니어가 될 사람들이 화백으로 지내려면 건강과 돈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자신을 위해 언제든 쓸 수 있는 비상금이 늘 있어야 하죠. 제 경우엔 연금을 타니까 연금의 1/3은 내꺼다 하고 터치 못하게 하고 있어요. 웃음”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하고 지갑을 먼저 풀 것. 나이가 들수록 고집을 줄이고 꼭 필요한 말 외에 말수를 줄일 것. 그가 멋진 화백으로 살 수 있는 노하우다.
“성남이 두 번째 고향인 만큼 아름다운 준법도시가 되도록 하는 것, 제가 지금 꿈꾸고 있는 성남의 미래모습입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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