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웰빙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분당. 그곳에는 질병을 눈 앞에 두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는 의료인들이 많다.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을 위해 해당 전문분야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지역 의료인들. 이제 질병 치료와 환자들의 생명 연장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는 분당 명의들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편집자주 >
치과에 걸어 들어오는 건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저 사람 참 싸게 했네.”
“누구누구 말 들어보니까 난 완전 바가지 쓴 것 같아.”
백화점 쇼핑이라도 한 후 나누는 대화처럼 들리지만, 실제론 치과 교정치료 환자들이 쉽게 듣거나 할 수 있는 얘기들이다. 일명 ‘치아에 철길을 깔았다’고 하는 교정치료는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에 여전히 ‘부의 상징’으로 통한다.
치과마다 천차만별로 다른 가격(치료비)으로 인해 불신의 골이 유독 깊은 치아교정. 의사들 입장에서도 2년여의 긴 치료기간 때문에 환자 진료에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분당 모마치과의 민승기(44) 원장은 이런 부담스런(?) 환자들만 전문으로 보는 교정전문의다. 발치나 충치치료는 하지 않으니 어찌 보면 병원 문턱이 조금은 높아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민승기 원장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진료를 통해 믿고 찾아갈 수 있는 신뢰의 치과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주중 하루 아예 병원 문 닫고 진료 준비해
2002년 2월 분당 오리역 앞에 치과를 처음 열고 석 달동안 민승기 원장이 진료한 환자는 단 2명. 하루 평균 20여명이 환자들이 찾아왔지만 후배가 운영하는 일반(?) 치과를 소개하며 돌려보낼 수 밖에 없었다. 교정치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없던 때라 돌아서는 환자들에게 핀잔을 듣기도 여러 번. 하지만 교정 전문치과 운영에 대한 꿈과 포부를 포기할 순 없었다.
“치예과 재학 시절부터 특히 치아교정 전문 진료에 관심이 많았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본과 2학년 교정과 수업을 듣던 때였던 것 같아요. 수업을 듣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도 안 되고 못 알아듣겠더라구요. 공부하면서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죠. 그래서 이걸로 내 전공을 정해보자 결정했어요.”
그의 진료시간표는 여느 치과의사들과는 조금 다르다. 주중인 목요일에 병원 문을 닫았다가 금요일, 토요일 진료를 한 후 일요일에 또 휴진이다. 주 4일 진료를 하는 셈인데, 그렇다고 진료가 없는 날 출근까지 안 하는 건 아니다.
“저는 물론이고 저희 직원들도 진료 없는 목요일에 병원에 나옵니다. 치아교정이란 게 워낙 제반 준비사항이 많아요. 진료를 안 하는 대신 본격적인 교정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꼭 챙겨할 업무들을 처리하죠.”
기기 멸균소독 등 철저한 위생진료 원칙 고수
개원 후 5년간 모마치과엔 ‘날 가는 날’이 있었다. 무뎌진 칼의 날을 세운다는 의미인데 말 그대로 심기일전(心機一轉)을 위해 그가 정한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병원 문을 닫고 전 직원이 출근해 오로지 위생 진료를 위한 대대적인 소독을 정기적으로 실시한 것. 당연히 직원들의 반발이 컸다. 다른 곳에선 하지 않던 업무가 20% 이상 늘어났으니 반가울 리 없었다.
“많은 치과의사들의 딜레마 중 하나가 바로 위생적인 진료를 위한 필수비용과 진료수입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 하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모든 기기의 소독과정에 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 결코 안전할 수가 없어요. 개원 초기엔 직원들을 설득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죠.”
‘소독’ 얘기가 나오니 조용조용 나직하던 그의 말소리가 한층 커진다. 민 원장은 지역 안에서 누구보다 멸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치과의사로 유명하다. 위생적인 진료절차를 지키기 위한 시간과 비용, 최신치료기술의 습득과 장비에 대한 투자만큼은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 직원 업무량의 21%가 위생진료를 위한 것이고, 매출의 7%를 장비 투자에 할애하고 있다.
“‘치과에 걸어 들어오는 건 사람이다’라는 말을 해 준 선배가 있어요. 치료해야 할 환자의 치아만 생각하지 말고, 그 환자가 낼 돈만 생각하지 말고 그저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가더라구요.”
과잉진료 의심된다면 ‘예방’ 위한 것인지 판단할 것
민 원장은 이 환자를 평생 볼 거란 생각이 없으면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다. 보통 한번 이어진 환자와의 인연이 10년을 넘기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치과에서 7년 넘게 치료하던 환자를 물려받아 12년 만에 교정을 마무리했던 적이 있어요. 교정 진단은 한 달이면 되지만 치료는 최소 1년 반, 그걸 유지하는 데는 평균 8년이 걸리거든요. 가족처럼 친구처럼 서로 믿으며 친해져야 길게 갈 수 있고 그만큼 치료 결과도 좋죠.”
수련의 시절 그에게 교정치료를 받았던 여자환자가 중년이 되어 아이의 치료를 부탁했던 일은 잊을 수 없는 큰 기쁨과 보람이다. 대(代)를 이어 찾아올 수 있는 평생의 치과주치의야말로 그가 꿈꾸는 이상향이다.
“치과에 대한 불신 풍조에 대해선 저 역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양심적으로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 계신 것도 사실이에요. 혹시 과잉진료는 아닌지, 좋은 장비와 재료로 치료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확신이 없다면 한 가지만 생각하세요. 지금 의사가 권유하는 치료가 나의 치아질병 예방에 필요한 일인지, 아닌지 말이죠.”
민 원장은 부족한 우리나라 구강보건예산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보다 인구가 적은 스웨덴의 구강보건예산이 1조3000억원인데 반해 국내 예산은 10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건 구강보건 예방사업에 들어가는 예산 비율이다.
“스웨덴이 전체 구강보건예산의 60%를 예방사업에 쓰는 반면, 우리나라는 2%도 채 안되요. 병이 생겨 치료하기 보다는 병이 생기기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게 중요하겠죠.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건강한 치아를 지키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민승기 원장은-
경희대치대에서 치과교정학을 전공한 민승기 원장은 뉴욕대 유학 직후 현대미술관(Most Of Modern Art)이라는 뜻의 영문 첫 글자를 모아 모마치과를 개원했다. 모마(MOMA)는 지금은 고3, 중2가 된 아들 경서 경수 형제와 자주 갔던 구겐하임 현대 미술관의 이름에서 빌린 것. 아이스하키와 바이올린 연주 실력도 수준급인 그는 대학 내 오케스트라 단장을 지냈을 만큼 예술문화 분야에 애정과 관심이 많다. 묻기도 전에 웃음 머금은 눈빛을 빛내며 본인의 취향을 먼저 얘기하는 민승기 원장. 좋아하는 화가는 칸딘스키, 음악가는 베토벤, 뮤지컬은 심오한 대사가 매력적인(민 원장의 표현이다) 캣츠를 최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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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 걸어 들어오는 건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저 사람 참 싸게 했네.”
“누구누구 말 들어보니까 난 완전 바가지 쓴 것 같아.”
백화점 쇼핑이라도 한 후 나누는 대화처럼 들리지만, 실제론 치과 교정치료 환자들이 쉽게 듣거나 할 수 있는 얘기들이다. 일명 ‘치아에 철길을 깔았다’고 하는 교정치료는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에 여전히 ‘부의 상징’으로 통한다.
치과마다 천차만별로 다른 가격(치료비)으로 인해 불신의 골이 유독 깊은 치아교정. 의사들 입장에서도 2년여의 긴 치료기간 때문에 환자 진료에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분당 모마치과의 민승기(44) 원장은 이런 부담스런(?) 환자들만 전문으로 보는 교정전문의다. 발치나 충치치료는 하지 않으니 어찌 보면 병원 문턱이 조금은 높아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민승기 원장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진료를 통해 믿고 찾아갈 수 있는 신뢰의 치과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주중 하루 아예 병원 문 닫고 진료 준비해
2002년 2월 분당 오리역 앞에 치과를 처음 열고 석 달동안 민승기 원장이 진료한 환자는 단 2명. 하루 평균 20여명이 환자들이 찾아왔지만 후배가 운영하는 일반(?) 치과를 소개하며 돌려보낼 수 밖에 없었다. 교정치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없던 때라 돌아서는 환자들에게 핀잔을 듣기도 여러 번. 하지만 교정 전문치과 운영에 대한 꿈과 포부를 포기할 순 없었다.
“치예과 재학 시절부터 특히 치아교정 전문 진료에 관심이 많았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본과 2학년 교정과 수업을 듣던 때였던 것 같아요. 수업을 듣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도 안 되고 못 알아듣겠더라구요. 공부하면서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죠. 그래서 이걸로 내 전공을 정해보자 결정했어요.”
그의 진료시간표는 여느 치과의사들과는 조금 다르다. 주중인 목요일에 병원 문을 닫았다가 금요일, 토요일 진료를 한 후 일요일에 또 휴진이다. 주 4일 진료를 하는 셈인데, 그렇다고 진료가 없는 날 출근까지 안 하는 건 아니다.
“저는 물론이고 저희 직원들도 진료 없는 목요일에 병원에 나옵니다. 치아교정이란 게 워낙 제반 준비사항이 많아요. 진료를 안 하는 대신 본격적인 교정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꼭 챙겨할 업무들을 처리하죠.”
기기 멸균소독 등 철저한 위생진료 원칙 고수
개원 후 5년간 모마치과엔 ‘날 가는 날’이 있었다. 무뎌진 칼의 날을 세운다는 의미인데 말 그대로 심기일전(心機一轉)을 위해 그가 정한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병원 문을 닫고 전 직원이 출근해 오로지 위생 진료를 위한 대대적인 소독을 정기적으로 실시한 것. 당연히 직원들의 반발이 컸다. 다른 곳에선 하지 않던 업무가 20% 이상 늘어났으니 반가울 리 없었다.
“많은 치과의사들의 딜레마 중 하나가 바로 위생적인 진료를 위한 필수비용과 진료수입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 하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모든 기기의 소독과정에 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 결코 안전할 수가 없어요. 개원 초기엔 직원들을 설득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죠.”
‘소독’ 얘기가 나오니 조용조용 나직하던 그의 말소리가 한층 커진다. 민 원장은 지역 안에서 누구보다 멸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치과의사로 유명하다. 위생적인 진료절차를 지키기 위한 시간과 비용, 최신치료기술의 습득과 장비에 대한 투자만큼은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 직원 업무량의 21%가 위생진료를 위한 것이고, 매출의 7%를 장비 투자에 할애하고 있다.
“‘치과에 걸어 들어오는 건 사람이다’라는 말을 해 준 선배가 있어요. 치료해야 할 환자의 치아만 생각하지 말고, 그 환자가 낼 돈만 생각하지 말고 그저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가더라구요.”
과잉진료 의심된다면 ‘예방’ 위한 것인지 판단할 것
민 원장은 이 환자를 평생 볼 거란 생각이 없으면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다. 보통 한번 이어진 환자와의 인연이 10년을 넘기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치과에서 7년 넘게 치료하던 환자를 물려받아 12년 만에 교정을 마무리했던 적이 있어요. 교정 진단은 한 달이면 되지만 치료는 최소 1년 반, 그걸 유지하는 데는 평균 8년이 걸리거든요. 가족처럼 친구처럼 서로 믿으며 친해져야 길게 갈 수 있고 그만큼 치료 결과도 좋죠.”
수련의 시절 그에게 교정치료를 받았던 여자환자가 중년이 되어 아이의 치료를 부탁했던 일은 잊을 수 없는 큰 기쁨과 보람이다. 대(代)를 이어 찾아올 수 있는 평생의 치과주치의야말로 그가 꿈꾸는 이상향이다.
“치과에 대한 불신 풍조에 대해선 저 역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양심적으로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 계신 것도 사실이에요. 혹시 과잉진료는 아닌지, 좋은 장비와 재료로 치료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확신이 없다면 한 가지만 생각하세요. 지금 의사가 권유하는 치료가 나의 치아질병 예방에 필요한 일인지, 아닌지 말이죠.”
민 원장은 부족한 우리나라 구강보건예산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보다 인구가 적은 스웨덴의 구강보건예산이 1조3000억원인데 반해 국내 예산은 10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건 구강보건 예방사업에 들어가는 예산 비율이다.
“스웨덴이 전체 구강보건예산의 60%를 예방사업에 쓰는 반면, 우리나라는 2%도 채 안되요. 병이 생겨 치료하기 보다는 병이 생기기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게 중요하겠죠.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건강한 치아를 지키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민승기 원장은-
경희대치대에서 치과교정학을 전공한 민승기 원장은 뉴욕대 유학 직후 현대미술관(Most Of Modern Art)이라는 뜻의 영문 첫 글자를 모아 모마치과를 개원했다. 모마(MOMA)는 지금은 고3, 중2가 된 아들 경서 경수 형제와 자주 갔던 구겐하임 현대 미술관의 이름에서 빌린 것. 아이스하키와 바이올린 연주 실력도 수준급인 그는 대학 내 오케스트라 단장을 지냈을 만큼 예술문화 분야에 애정과 관심이 많다. 묻기도 전에 웃음 머금은 눈빛을 빛내며 본인의 취향을 먼저 얘기하는 민승기 원장. 좋아하는 화가는 칸딘스키, 음악가는 베토벤, 뮤지컬은 심오한 대사가 매력적인(민 원장의 표현이다) 캣츠를 최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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