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가대교 타고 가는 거제도 여행

쪽빛 바다 거제의 화사한 봄

지역내일 2011-03-18 (수정 2011-03-18 오전 8:21:14)


거제포로수용소유적관 밥짓는 모습


매서운 겨울이 지나가고 언제나 그랬듯 봄이 왔다. 봄은 바야흐로 여행의 계절. 여행은 중독성이 있다. 어디를 다녀와도 또다시 다른 곳의 풍경이 궁금하고 저곳의 맛집을 알고 싶고 그 너머의 골목길을 거닐고 싶다. 그래서 또 길을 떠났다. 이번 목적지는 거가대교 개통으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섬, 거제도. 대학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 거제의 하늘을,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기대로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바람의 언덕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

거가대교 개통으로 부산에서 거제까지 엄청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집이 가덕도와 먼 관계로 거가대교 입구까지 가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가뿐한 마음으로 거제행을 택할 수 있었던 건 역시 거가대교다.
해저터널을 지나면서 아이들에게 바다 속을 달리고 있다고 말했더니 “유리창을 만들어서 바다 속을 볼 수 있게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다”고 한다. 그 말에 친구는 “아직까지는 기술이 부족하지만 다음에 그런 기술을 만들 사람이 나오겠지. 그런 사람이 누굴까?”하니 친구 아들이 “저요!”라고 자신만만하게 답한다. 때를 놓치지 않고 아이의 기를 살려주는 대화의 기술이라니.
우리가 묵을 곳은 ‘거제자연휴양림’. 예약의 달인을 친구로 둔 덕분에 항상 숙박은 걱정없다. 휴양림에 들어가기 전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들리기로 했다.
거제포로수용소는 한국전쟁 때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1951년 2월부터 고현, 수월지구를 중심으로 설치됐다. 1951년 6월 말까지 인민군 포로와 중공군 포로 등 최대 17만 3천명의 포로를 수용했고, 그 중에는 300여 명의 여자포로들도 있었다. 유엔군 관할하의 모든 포로수용소들은 1949년 제네바협약의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엄격히 관리되고 있었으며, 그 실태가 국제적십자사 대표들에 의해 수시로 점검됐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용소에서는 반공포로와 친공포로 간의 유혈사태가 자주 발생했었다고 전해진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후 폐쇄된 뒤 친공포로들은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보내졌다.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만남의 존, 프리쇼 존, 한국전쟁 존, 포로수용소 존, 포로수용소유적관으로 나눠져 당시 포로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수용소, 식당, 화장실, 경비 초소 등이 사실적으로 재현되어 있다. 참담했던 과거를 이겨내고 이만큼 발전한 우리나라가 괜스레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외도 전경




폭파된 대동강 철교를 타고 피난 가는 모습



풍차가 우뚝 서있는 바람의 언덕

수용소에서 나와 약간의 무거워진 마음을 툭 털어버릴 수 있는 장소로 차를 돌렸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에 나오면서 더욱 유명해진 바람의 언덕. 이곳은 말 그대로 바람이 많이 부는 언덕이라 ‘바람의 언덕’이라는 별칭이 붙여진 곳이다. 그리 높지 않은 언덕에 풍차를 세워놓았기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서 산책길도 나무데크로 만들어 더욱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늦은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입구는 차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겨우 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문제는 수용소에서 너무 많이 걸은 아이들이 더 이상 걷지 않겠다고 버텼다는 거. 안가겠다며 멀리서도 충분히 풍차며 언덕의 모습이 잘 보이는데 뭐하러 가냐는 아이들의 말에 아쉬웠지만 다시 차를 돌려 나왔다. 방송을 타면서 아름다운 곳을 많이 알게 되어서 좋지만 주말에는 몰려드는 인파 덕분에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방송이 주는 부작용(?)이었다. 한적할 때 꼭 다시 오겠노라는 기약 없는 다짐을 하며 숙소로 향했다.


해금강


자연이 빚은 해금강과 사람이 빚은 외도

거제자연휴양림에서는 바비큐를 할 수 없어서 가져간 전기그릴 위에 삼겹살을 구워야했다. 숯불의 향긋함은 맛볼 수 없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왁자한 분위기에서 구워 먹는 고기맛은 늘 그랬듯이 꿀맛이었다. 끊이지 않는 유쾌한 대화와 웃음소리로 거제의 밤은 깊어만 갔다. 이튿날 아침, 밤하늘의 별이 쏟아질 듯 몇 겹으로 총총히 박혀있어 정말 장관이더라는 신랑의 말에 친구들은 술을 많이 마셔서 여러 겹으로 겹쳐 보였을 거라며 농을 했다.
친구들 중에는 거제가 처음인 사람도 몇 있어서 ‘외도’에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누구는 외도에 가기 위해 세 번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며 울상이었는데 우리는 가자마자 바로 탈 수 있어 행운이었다. 선착장 옆 몽돌해수욕장로 가서 파도에 몽돌이 쓸려가며 내는 ‘차르륵 차르륵’ 경쾌한 소리를 들으며 유람선을 기다렸다. 반짝반짝 빛나는 몽돌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하나쯤 하며 손을 뻗게 되는데 주의하자, 벌금을 낼 수도 있다. 몽돌을 가져가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계속 나온다.
배를 타고 가는 길에 해금강을 봤다. 날이 좋아 십자동굴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유람선 안내가이드의 감칠맛 나는 설명이 더해져 아름답고 신비로운 해금강을 제대로 감상했다. 말로만 듣던 외도 역시 무척 아름다웠다. 아직까지 튤립이며 수선화 등 꽃이 덜 피어 알록달록한 색의 향연을 맘껏 볼 수는 없었지만 싱그러운 초록빛깔을 뽐내는 나무들도 아주 훌륭했다. 해금강이 자연이 빚은 선물이라면 외도는 사람이 빚은 지상 낙원이다.
다시 선착장에 도착해 들어갔던 음식점에서 살짝 기분이 상했던 것만 빼면 다들 충분히 흡족한 여행이었다며 입을 모았다.

붉은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지심도에 못 가본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거제의 쪽빛 바다와 푸른 하늘은 여전히 눈이 부셨다. 가까워진 만큼 거제도에 갈 일을 다시 만들지 않을까 싶다. 거제에 다녀오니 또다시 거제가 그리워진다. 이제 겨우 거제의 초봄을 만나봤을 뿐이므로.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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