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했던 사회에서는 소통보다 강한 통솔력을 리더의 자질로 간주했다. 하지만 성숙사회에 접어든 현재의 우리사회에서는 리더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그러면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KBS 아나운서로 20년을 근무한 후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국제전문가 과정을 공부한 ‘유쾌한대화연구소’(www.2ic.co.kr)의 이정숙(59세) 대표를 만나 그녀의 삶과 소통의 리더십에 대해 들어봤다. 그녀는 현재 기업 임원들 및 공직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강연을 하고 있으며, 『유쾌한 대화법』,『여행 소통법』등 소통과 관련된 40여권의 책을 저술하는 등 소통의 리더십을 활발하게 전파하고 있다.
인생의 이정표가 된 선생님의 말 한마디
아나운서로 20년을 근무한 이 대표는 어려서부터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다. 이 대표가 아나운서의 꿈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소리 내어 책을 읽을 때마다 담임선생님이 “너는 꼭 아나운서 같다”라고 하신 칭찬 한마디 때문이다. 이 대표의 부모님은 보수적인 편인데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연예인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에 반대가 컸다. 하지만 이 대표가 아나운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선생님의 긍정적인 예언 덕분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선생님이나 부모가 무심코 흘리는 말 한마디가 어느 순간 아이들의 마음에 꽂힌다. 그리고 그로 인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한마디가 어린아이에게는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고 하며 아이들에게 하는 말은 신중해야함을 강조했다.
만학도로 미국 유학, 살아있는 조직 커뮤니케이션 공부
이 대표는 아나운서로 입사한 후 10년간을 ''여성 방송인의 암흑기''라고 표현했다. 당시 임신한 여자가 아나운서를 지속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 대표는 직업에 대한 열망이 컸던 만큼 눈총을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었다. 지방 순환 근무를 할 때는 인원이 많지 않아 아나운서가 취재도 하고 스크립트도 쓰고 제작과 진행도 맡으며 다양한 방송업무를 소화했고, 이때의 경험이 후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바쁜 아나운서 생활로 평소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이 대표는 20년간 일한 방송국을 그만두고 유학길에 올랐다. 미시간주립대학의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하는 프로젝트에 연구원으로 초청된 이 대표는 “학위보다는 현장 중심의 살아있는 공부에 관심이 많았다. 조직 커뮤니케이션의 샘플이라고 할 수 있는 디트로이트 지역의 다양한 사례를 연구하다보니 현장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다. 또한 지역신문인 ‘랜싱스테이트 저널’에서 일하면서 미국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통의 리더십 전파에 앞장서다
귀국 후 이 대표는 기업체 임원이나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했다. 그러다보니 의외로 리더들이 능력에 비해 국제적 협상력이 취약한 경우가 많았다. 이 대표는 “서양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철학, 논리학, 수사학을 중요시했고 지금도 말하기와 글쓰기, 토론과 발표 등 표현능력을 교육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표현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이 부족한 실정이다”라며 소통의 리더십 강연에 앞장선 이유를 밝혔다. 또한 어른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다 보니 이미 몸에 밴 습관 때문에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점이 안타까워 최근에는 부모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활발한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녀교육에서도 대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학길에 오른 이 대표를 따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하게 된 두 아들은 모두 훌륭하게 성장했다. 미시간대학교 건축과 학부와 대학원을 수석졸업하고 뉴욕의 건축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큰 아들 조창연(30세)씨, 뉴욕대 경영학과와 줄리아드 음대 이브닝 스쿨을 동시에 다녔고 파리 ‘에콜 드 루브르’에서 미술사를 전공했을 뿐만 아니라 7개 국어를 구사하는 작은 아들 조승연(29세)씨가 이 대표의 자랑스러운 두 아들이다. 승연씨는 학습지침서 『공부기술』의 저자로도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두 아들을 키우면서 끊임없이 대화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비밀이 없었고, 그런 막힘없는 소통으로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화의 규칙을 지키면 유쾌한 소통 가능
마지막으로 유쾌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한 이 대표의 조언을 들어봤다.
첫째, 대화의 주인공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다. 둘째, 대화는 규칙이다. 5분 말하면 5분 들어야한다. 셋째, 그림으로 소통하듯 정확하게 말해야한다. 예를 들어 ‘공부 좀 해라’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문제집 몇 쪽부터 몇 쪽까지 풀어라’하는 식으로 말해야한다. 넷째, 연습이 중요하다. ‘고맙습니다’와 같은 말은 자동으로 나올 때까지 연습해야 한다. 다섯째, 지식이 많고 능력이 뛰어나도 설명할 수 없으면 소용없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이 다섯 가지를 기억하고 실천한다면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유쾌하게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 박찬웅 작가 (스튜디오 ZIP)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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