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이 만들어 낸 행복한 노후이야기
문화적 소외지역에 찾아가는 공연 펼쳐
지난해 한 예능방송에서 보여준 실버합창단의 특별한 도전은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잊혀져가는 세대가 되어버린 실버합창단의 하모니는 우리의 잠재된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어르신들의 도전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기도 했다.
전주시 덕진노인복지관의 늘푸른합창단(단장 김현숙) 역시 60세 이상 남녀 어르신들로 구성된 실버합창단이다. 늘푸른합창단은 2007년에 결성되어 매년 10여 차례 이상 활발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어르신들로 45명이 활동 중이다. 단원들은 전직 교직원, 회사원 등 다양한 이력을 자랑하지만 평소 노래를 좋아하는 열정으로 호흡과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대부분 초보로 노래에 대한 열정만은 젊은이들 못지않다. 합창단원들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가량 노래연습과 발성 및 호흡법을 연습한다. 순수 아마추어 혼성 4부(알토, 테너, 베이스, 소프라노)로 이뤄진 늘푸른합창단은 전직 음악교사인 송일용 어르신이 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다.
송일용 어르신은 “합창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늘푸른합창단은 노인들에게 있어 합창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는 합창단이다”고 설명한다.
늘푸른합창단은 가곡과 가요, 민요, 동요 등 대중과 함께 호응할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곡해 연습하고 있다. 이 합창단의 가장 큰 강점은 단원 서로가 이해와 예술적 감정의 교류가 통한다는 점이다. 또 결석생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합창단에 열의를 보여주고 있다고 자랑한다.
합창 통해 행복한 노후 꿈 이루다!
늘푸른합창단은 얼마 전 제주도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인 제광원에 초청되어 합창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현숙 단장은 “합창이라는 문화 매개체를 통하여 모두가 함께 웃고 행복할 수 있어 서로 행복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늘푸른합창단은 단순히 노래만 하는 합창단이 아니다. 그동안 문화와 예술 공연에 소외된 전북지역을 순회하며 찾아가는 문화예술공연을 선보이며 실버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60세 이상 잊혀져가는 세대가 되어버린 어르신들이었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을 준다.
합창은 누가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서로의 믿음으로 조화를 이뤄내는 것. 같은 연배 어르신들이 어울려 합창을 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김현숙 단장은 “집에 있을 때는 무료했는데 이렇게 합창을 통해 봉사하다보니까 자신이 즐겁고 삶이 행복해졌다”며 “무대에 올라가 공연을 하고 나면 우리도 당당한 예술인의 한사람이라고 느껴지고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한다.
합창을 하면서 김현숙 단장의 생활 역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일 때문에 가정 때문에 미뤄왔던 자신만의 여가시간을 보내면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았다. 또 규칙적인 노후 생활 덕분에 건강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노년기 건전한 여가문화에 기여하고파
최근 은퇴 뒤 적극적으로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취미활동에 도전해 새로운 인생2막을 시작하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노인의 여가활동은 노년기 풍부한 시간을 이용하여 사회적 성취와 개인적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
송일용 지휘자는 “요즘 고령화 사회라고 하는데 60대는 노인도 아닙니다. 즐겁게 음악적인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그런 세대입니다. 노인에 대한 편견으로 ‘얼마나 잘 하겠어’하는 의문의 시선 속에 실버합창단이 인정을 못 받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어르신들의 순수한 열정이 때로는 보람 못지않게 현실 여건의 냉대에 상처를 입을 때도 있다. 실버합창단은 음악적 편견과 냉대에 인정을 받지 못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을 느낀다.
늘푸른합창단원들은 합창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실버문화에 관심을 가져 문화적 소외지역에 ‘달려가는 합창단’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
송일용 지휘자는 “합창단은 노인들의 행복바이러스이다”며 “늘푸른합창단의 활동으로 건전한 노인문화가 정착되고 노인들의 고상한 취미로 합창단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늘푸른합창단은 앞으로 전국의 실버문화를 대변할 수 있는 합창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또 내년에는 해외에 초청되어 우리나라의 실버문화와 그 나라의 실버문화를 교류하고 전주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멋진 포부도 밝혔다.
김은영 리포터 key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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