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김 모 씨는 남들에게 말 못할 고민이 있다. 아침마다 화장실과 씨름하다 울상인 채 출근하기 일쑤여서 항상 아랫배가 묵직하고 불쾌한 기분을 떨치기 힘들다. 어쩔 수 없이 1년 이상 유산균 음료나 변비약을 달고 살지만 이제 이것도 신통치 않다.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동근 원장은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누리려면 쾌변이 필수지만 안타깝게 현대인들에게 변비는 무척 흔한 질환”이라며 “대부분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아 만성변비로 키우고, 딱딱한 변이 항문이나 대장 벽을 반복적으로 자극해 치질 등 대장항문 질환을 유발 시킨다”고 우려했다.
변비약은 임시방편이다
변비는 변이 오랫동안 장에 머물며 배설되지 못하거나 대변이 나오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변을 보는 횟수가 적으면 변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횟수보다 배변의 질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매일 변을 보지 못해도 일주일에 3회, 이틀에 한 번 정도 기분 좋게 배변하면 정상이다. 매일 변을 보더라도 변이 딱딱해서 과도한 힘을 줘야하거나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남고 단단한 변을 본다면 변비에 해당된다.
이런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변비라 할 수 있다. 변비로 인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식욕저하와 소화불량. 몸속 노폐물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해서 몸이 무겁고 매사에 의욕이 떨어진다. 똥배도 두드러지고 두통, 빈혈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미, 잡티, 여드름을 유발해 피부미용에도 치명적이다.
이처럼 만병의 근원인 변비는 현대인을 괴롭히는 질환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변비약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단순한 생활 습관의 변화와 일시적인 소화 장애가 원인이 됐을 때는 변비약으로 해결가능하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대장운동을 억제해 장 무력증을 초래, 변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 원장은 “질환에 대한 정확한 원인 파악 없이 초기 관리에 실패해서 악성 변비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변비약이나 식이요법 등이 남용되고 있지만 근본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치료 첫 걸음은 정확한 원인 파악부터
변비는 종류에 따라 그에 맞는 치료가 뒷받침되어야 치료가 가능하다. 크게 기질성 변비와 기능성 변비로 구분할 수 있는데 기질성 변비는 대장암이나 직장암, 장유착증, 탈장과 같은 병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다.
대장기능에 문제가 있는 기능성 변비는 이완성?경련성?직장형으로 나뉜다. 이완성 변비는 대장의 운동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병이다. 변을 보고 싶은 생각이 없고 변을 안 보아도 별로 고통스럽지 않으며 한번 볼 때 아주 많이 보는 특징이 있다.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주로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변비약이 이완성 변비 증상을 완화시켜 줄 수 있다. 경련성 변비는 대장이 흥분해 경련을 일으켜서 변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배에 가스가 차고 통증도 있으며 변을 보아도 토끼똥처럼 딱딱하게 나온다. 주로 젊은이들에게 흔하다. 직장형 변비는 변이 직장에 걸려 더 이상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배변과 관련된 근육?신경 조직 이상, 잘못된 배변 습관, 강박증 등으로 인해 생긴다. 이 경우 항문 속에는 변이 가득한데 화장실에 가도 변이 나오지 않고, 배변 통증이 심해서 스스로 변을 보기 힘들어지며 묽은 변이 옷에 조금씩 묻기도 한다.
만성변비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식이요법이나 배변훈련, 운동요법 등으로 증세를 어느 정도 호전시킬 수 있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보톡스 주사, 전기 자극에 의한 항문근육 이완, 수술치료 등을 통해서도 완치가능하다.
전신운동 꾸준히 하고 2L이상 물 마셔라
변비증상이 있다면 평상시 생활습관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변비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습관은 운동과 채식 위주의 식단이다. 가벼운 운동은 장기의 운동을 촉진시키고 소화를 돕는다.
변비탈출운동법으로는 누워서 다리를 45도 각도로 들어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거나, 45도로 다리를 올린 상태에서 공중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번갈아 돌리기, 다리 각도를 45도로 올린 상태에서 상체를 들어올려 V자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양 다리를 벌리고 서서 몸을 뒤로 젖히거나 오른쪽 손을 왼쪽 발끝에 대는 몸 비틀기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수분 섭취량은 하루 2L 이상 늘려야 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한 컵을 마시면 변비 예방에 좋다. 야채나 과일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방법도 권한다.
장 운동은 식사 후에 가장 활발해지므로 아침이나 저녁식사 뒤에 시간을 정해 규칙적인 배변 활동을 유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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