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족이 만나 걱정을 나누다 보면 재테크 이야기는 꼭 나오게 돼 있다. 연말에 나온 보너스는 어떻게 굴릴지, 주식시장이 오른다는데 거기에 넣어야 할지, 그리고 부동산도 서서히 꿈틀댄다는데 관심을 두어야 할지, 대출 때문에 힘든데 좀 더 싼 금리를 찾을 순 없는지 등등 나눌 이야기가 많다. 설상에 올라올 만한 재테크 관련 화두를 뽑아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주식시장 더 오를까 = 1월말 이후 조정의 흐름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주식시장은 여전히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시는 주식시장을 돌아보지 않겠다던 맹세를 지키고 있는 투자자들이 박탈감을 느낄 정도다. 지금이라도 주식에 투자를 해야 할까.
일단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를 좋게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 고점 기준으로 2400이상, 일부에서는 2800까지 예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이집트발 악재까지 나오면서 단기조정을 예상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곽현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장세는 IT, 화학 등 일부 업종만 강한 상승세를 보였고 나머지 업종은 등락이 심했다"면서 "최근 불거진 이집트 유혈 사태에 따른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주의가 필요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조정이 오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증권 이상재 팀장은 "올해 글로벌경제의 큰 구도는 미국경제의 회복"이라면서 "최근 발생한 이집트 사태나 그 외 요인들은 적절한 조정이 필요했던 주식시장에 보약이 되고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금할까 펀드할까 = 재테크 대상을 정할 때 목돈을 굴릴 생각이라면 마땅한 대안이 예금 아니면 펀드 정도다. 최근 잘 나간다는 자문형랩도 있기는 하지만 이건 자산가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니 일단 빼자. 박승한 우리은행 잠실지점 PB팀장은 "정답은 없지만 자기 포트폴리오에 어느 상품이 없는지를 생각해서 예금 비중이 높다면 펀드를, 반대라면 예금을 드는 게 맞다"고 말했다. 예금을 들 경우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해서 단기로 가져갈 것을 권했다.
펀드는 국내펀드를 권했다. 박 팀장은 "해외펀드가 수익률이 좋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올라도 왜 오르는지, 빠져도 왜 빠지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적립식으로, 가치주나 인덱스 쪽에 무게를 둘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꿈틀댄다는데 = 명절 화제거리에서 부동산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설에는 수도권 전세대란과 더불어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경기차를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부동산 연구소의 강민상 차장은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와 관련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확 좋아질 거라고 과도하게 기대하면 안된다"면서 "장기불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주택을 구입할 때 실수요자라면 매입도 가능하지만 예전에 부동산 살 때 기대했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확률은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차장은 "최근 들어 수도권보다는 지방 부동산 경기가 오히려 나은 편"이라면서 "지방과 수도권 사람들이 만나면 부동산 관련 희비가 갈릴 것"이라고 봤다.
박승한 팀장은 "주거형 부동산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까 중소형 평수가 가격이 좀 회복된 상황"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관점을 시세차익을 노리는 자산이 아니라, 월세를 놔서 매달 수입을 들어오게 하는 개념으로 바꿀 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출 갈아타기는 = 대출 갈아타기는 고민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우리나라 가계의 주택대출의 80%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오를수록 빚진 사람 부담이 커진다.
김창수 하나은행 PB팀장은 "대출금리 갈아타기를 정말 고민할 때가 됐다"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로 받았고, 어차피 길게 가져가야 할 대출이라면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고려했을 때 고정금리로 갈아타면 얼마나 비용이 차이가 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출 갈아타기시 들어가는 부대비용은 중도상환수수료, 저당권 설정비용 등이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보통 원금의 0.5~2% 가량이다. 은행을 바꿔서 신규대출을 받는다면 저당권 설정비용이 들어간다.
박승한 팀장도 "금리인상시기 이므로 고정금리 쪽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출을 싸게 받는 문제뿐 아니라 대출상환방법도 바꿀 것을 권했다. 박 팀장은 "보통 3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으로 해서 처음엔 이자만 내다가 나중에 원금을 내는 식으로 하는데 그러기 보다는 처음부터 대출을 저축이라고 생각하고 원리금 균등상환이나 원금 균등상환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수익 틈새상품 없을까 =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모두들 기대치를 낮추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안정적이면서도 좀 더 높은 수익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추천되는 상품에는 뭐가 있을까. 안정적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으로는 소매채권이 추천된다. 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고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회사채의 경우 적은 위험을 지면서도 높은 수익을 바라볼 수 있는 자산 중의 하나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관심을 받는 상품은 물가연동채권이다. 물가연동채권이란 채권의 원금과 이자지급액을 물가에 연동시켜 투자자의 실질 구매력을 보장해주는 국채다. 개인투자자들은 국채에 투자하기 쉽지 않지만 물가연동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는 고려해볼 수 있다. 그 외 고위험상품으로 꼽히는 ELS 중에서도 원금보장형은 틈새상품으로 추천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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