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만 쳐다보고 산당게요”

지역내일 2011-01-27
“자식처럼 키워 온 오리를 산채로 다 죽였는데 할 일이 뭐가 있다요.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산당게요.”
18일 오전 11시 30분 전남 영암군 시종면 금지리. 이곳은 전남에서도 유독 오리·닭 살처분이 많은 곳이다. 한 시간 가량 오리 사육 농가를 찾았지만 허탕이었다. 찾아간 오리 농장 마다 모두 텅텅 비어있었다. 이곳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23농가가 오리와 닭 70여만 마리를 키웠다. 하지만 고병원성 조루인플루엔자(AI)가 덮치면서 하나도 빠짐없이 살처분됐다. 어렵사리 전화가 연결된 이선행(58)씨도 오리 1만8200마리를 잃고서 연신 한숨만 내 쉬었다.
A1와 구제역 때문에 전남지역 축산 농가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16일까지 전남에서 살처분된 닭·오리가 무려 265만3000마리다. 앞으로도 40만 마리가 더 매몰된다. 전남에선 AI파동 이전까지 1만3000농가가 닭·오리 3700만 마리를 키웠다. 이중 오리가 600만 마리다. 살처분된 오리가 223만 마리로 전남지역 오리 1/3이 땅속에 묻힌 것이다.
날로 확산되던 AI는 전남도가 방역을 강화하면서 지난 14일 이후 사흘째 잠잠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해남군 문래면에서 또다시 닭 3000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이 때문에 한때 안심했던 축산 농가와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8일까지 접수된 AI의심신고는 모두 40건. 이중 19건이 확정판정을 받았고, 14건이 음성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정밀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소와 돼지 사육 농가는 구제역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 전남에선 3만5933농가가 소와 돼지 137만3000마리를 키우고 있다. 최근 정부가 마지막 수단으로 백신 예방접종 선택했다. 백신접종을 반대했던 전남지역 사육농가도 어쩔 수 없이 지난 16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이로서 77년 구제역 청정지역 이미지가 무너졌다. 소를 키우는 김장국(60·함평군)씨는 “소비자들이 예방 접종된 소와 돼지를 구제역에 걸린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고 두려워했다. 예방접종은 18일까지 모두 끝났다. 면역이 생기는 1~2주가 최대 고비가 되고 있다.
날씨도 축산 농가를 외면했다. 연일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 때문에 기름 값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암에서 소를 키우는 이승재(48)씨는 “이제 닥치는 대로 살아야지 어떻게 하냐”며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영암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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