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시니어가 사는 법

분당시니어클럽 천연비누 만들기 팀 ‘향내음’

지역내일 2011-01-26 (수정 2011-01-26 오후 12:43:23)


알록달록 천연비누처럼 노년의 삶도 향기나게

추위가 매섭던 지난 1월의 어느날, 웬만하면 집에 들어앉아 침잠해야 할 것 같은 날씨에도 일터에 나온 사람들이 있다. 분홍, 초록 앞치마를 두르고 작업대 위에서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사람들. 갖가지 재료와 불, 향료들이 놓여있는 탁자위에서 손발 척척, 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곳. 어여뿐 천연비누가 탄생되는 작업장이다.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기관으로 문을 연 분당시니어클럽, 평균 연령 70을 육박하는 7명의 시니어들이 이 작업장을 이끌어 오고 있다. 비록 용돈벌이 수준이지만 의미 있는 사회참여로 생각하며 직업의식을 발휘하는 조금 나이든(?) 아주머니들의 열혈 작업 공정을 따라가 보았다.

천연원료에 화학 방부제 없는 무공해 비누
“천연오일에 가성소다, 증류수를 혼합해 40분을 저어주어야 해요. 기계로 저어도 되지만 우리는 사람 손으로 일일이 저어 준다우.”
일명 저온숙성비누라 일컫는 CP(Cold Press) 비누를 만드는 손길이 분주한 가운데 작업반장인 정영순(68·금곡동)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한방재료인 어성초, 진주, 인삼은 물론 일본 온천지대에서 생성되는 ‘유노화나’를 넣은 비누까지 피부에 좋은 천연 재료들만 원료로 써서 만드는 우리도 자부심이 높답니다.”
비누를 만들어 포장하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7명의 시니어들이 담당하는 공동작업장 형태의 일터.
‘향내음’이란 예쁜 브랜드명을 붙이고 정성스레 비누를 만들어 온지 이제 꼬박 2년을 넘겼단다. 젊은 사람들의 일터와는 다르게 일주일에 두 번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부터 비누를 만들면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작업을 마칠 수 있는 과정이다. 매일하는 일이 아니라 조금은 여유 있게 일을 할 수 있다지만 꼬박 2년을 넘게 꾀부리지 않고 묵묵히 함께 해준 동료들이 있어 7명의 회원들은 어느새 한 가족이 되어 버렸다.
“우리가 만든 천연비누는 좋은 재료에 화학방부제나 응고제를 쓰지 않아 피부에 아주 좋아요. 그런데도 가격이 다른 곳과 달리 저렴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면 좋을 텐데 아직은 홍보에 어려움이 있네요.”
간혹 행사 홍보용으로 제작 의뢰가 들어올라치면 밤을 세워 비누를 만들고, 그래도 힘든 줄 모른다는 김봉선(65·수진동)씨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비누가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지만 보람된 일로 사회참여 할 수 있어 만족
70을 훌쩍 넘긴 회원도 절반을 넘지만 이들은 노년의 삶도 젊은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작지만 보람된 일터가 있고 몸을 움직여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이들을 뿌듯하게 만들어 준다며 입을 모은다. 분당노인복지관 지하 1층, 작지만 아담하게 마련된 작업실에서 향기 나는 비누처럼 좋은 향기를 서로에게 뿜어주고 있는 회원들. 향내음 비누의 생산자이자 주 소비자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과정을 다 알고 애정을 갖고 있어서 아무래도 이 비누만 쓰게 돼요. 또 천연비누를 쓰면서 좋은 점이 많아서인지 다른 일반 비누는 이제 못쓴다니까요.” 박영희(72·정자동)씨의 비누 예찬이다.
“나이가 많아지면 피부가 건성이 되고 가려운데 어성초 비누를 쓰고 나서는 피부가 촉촉해 졌어요. 여드름이 나던 딸도 비누 써보고 많아 가라 않더라고요.” 이경자(70·정자동)씨도 옆에서 비누홍보에 한몫을 거든다.
“우리가 일을 통해 이익을 내는 게 쉽지는 않네요. 워낙에 천연 원료에 값비싼 재료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비싸게 받을 순 없으니 단가이익이 적을 수밖에요.”
노인들이 만들었지만 어디 내놔도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란 확신 때문에 이들은 판로 개척에도 누구 할 것 없이 열성을 보인다.
“시나 도에서 노인의 날 행사에 양말 2켤레 빵 한 조각 건네줄게 아니라 노인들이 정성들여 만든 이런 제품들을 많이 알리고 판매에 협조해 주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우리 뿐 아니라 전국 시니어클럽에서 나오는 우수한 제품들이 많거든요.” 이봉애(68·금곡동)씨의 열띤 설명이다.

설 선물은 부담 없는 천연비누로 해 보세요
한 달 동안 저온 숙성을 시켜 나오는 CP비누와 녹여 붓기로 만드는 MP비누를 모아 판매용 세트로 구성하고 있다는 향내음 회원들.
“설날 선물용으로 딱 좋지요. 가격도 6000원에서 15000원으로 부담 없고 누구라도 쓸 수 있는 생활용품인데다 피부에 해가 없는 착한 비누잖아요.” 전영희(70·서현동)
윤희자(68·정자동)씨도 노인들이 만든 제품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적극적인 홍보에 동참한다.
“우리가 밤을 세며 일을 한다고 해도 주문이 많이 들어오기를 바라죠. 이 좋은 비누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쓰면 좋잖아요. 시니어들이 나이는 조금 많을지 몰라도 오히려 더 꼼꼼하고 정성들인 손길로 만들고 있답니다. 향기 나는 천연비누 많이들 써보세요.”
천연비누 주문 문의 031-712-2508 (분당 시니어 클럽)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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