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시작된 수능이 올해로 18년째를 맞는다. 그런데 지난해 ‘중장기 대입선진화 연구회’란 곳에서 “2014학년도 수능 대폭 개편안”을 세미나를 통해 발표하였다. 이 개편안은 정부의 입시정책으로 확정된 것이 아닐뿐더러 정부에서 인정한 공식 개편안이 아님에도 많은 학부모와 예비 수험생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당시 연구회가 마련한 ‘개편안’을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실제 정책으로 집행될지 여부를 떠나, ‘개편안’에 담긴 변화의 핵심이 무엇인지, 변화를 자녀의 학습과 입시 전략에 어떻게 반영해 미리 대비해야 할지 등은 웬만큼 입시에 관심을 둔 학부모라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3(예비 고1) 학생들이 치를지도 모르는 2014학년도 수능 개편안의 내용을 살펴본다.
보름 간격으로 2회 실시?
첫 번째 눈에 띄는 변화는 수능을 연 2회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11월에 보름 간격으로 2회 시행해 더 좋은 성적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능 2회 실시의 취지는 ‘수년간 학습한 내용을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가하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수험생과 학부모는 오히려 ‘수험생을 두 번 죽이는 셈’이라고 반응하여, 연구회에서는 1~2년 연기하는 방안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입정책을 새롭게 마련하기 위해 입법과정을 통해 진행되는 공식기관은 아니지만 연구회의 개편안 작업이 향후 수능 제도의 변화에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언/수/외가 ‘국/영/수’로
시험 ‘영역’의 제목이 바뀌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언어영역, 수리영역, 외국어영역으로 시험을 치렀는데, 이것을 기초영역인 국어, 수학, 영어로 바꾼다는 것이다. 명칭 바뀌는 것이 무슨 대수냐 생각할 수 있는데, 그리 단순한 것만은 아니다.
현행 수능의 문제점으로 얘기되어온 것들 중 하나가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를 배우는데 수능은 그것과는 많이 다른 언어, 수리, 외국어를 치른다”는 점이다. 현재 수능은 고교 교육과정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하되, 좀 더 통합적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다. 그런데 국어, 수학, 영어로 명칭을 되돌린다는 것은 고교 교육과정에서 배운 지식을 좀 더 직접적으로 묻겠다는, 즉 ‘성취도 평가’를 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 학생들로서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그대로 나온다니 반가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육적 차원에서 보면, 단순 지식 습득의 정도를 평가하는 학력고사로 되돌아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짚어볼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제로 어떻게 출제할 것인지는 출제기관만이 알고 있다. 아직 섣부르게 판단을 확정할 수는 없는 시점이다.
난이도에 따라 A형 B형으로 나눠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각 과목을 난이도에 따라 A형과 B형으로 구분해 시험을 치른다는 것이다. 각각 국어 A/B형, 수학 A/B형, 영어 A/B형으로 구분되는데 A형은 현행 수능보다 출제 범위가 좁고 쉬운 수준이고 B형은 현행 난이도 수준이라고 한다. 현행 수능에서는 언어와 외국어는 수준별 구별이 없지만, 수리 영역은 자연계 상위권 대학 응시에 필요한 수리‘가’형, 자연계 중하위권 대학 및 인문계 대학 응시에 필요한 ‘나’형으로 구별되어 있어, 사실상 수리는 변화가 없고 언어와 외국어에 큰 변화가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국어B와 수학B 동시 선택 ‘불가’
그리고 B형은 최대 2과목까지만 응시할 수 있고, 국어B와 수학B를 동시에 선택할 수 없다.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기 어렵다면 다음 표를 보자.
국영수 3과목을 각각 A형, B형으로 치를 경우, 가능한 조합은 8가지이다.
그런데 국어B와 수학B를 동시에 선택할 수는 없으므로 1, 2번은 불가능하다. 국어를 난이도 높은 B, 수학을 난이도 낮은 A로 선택한 3, 4번은 대체로 인문계 대학 및 학과에 적합해 보인다. 이럴 경우, 인문계는 큰 변화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국어를 난이도 낮은 A, 수학을 난이도 높은 B로 선택한 5, 6번은 대체로 자연계 대학 및 학과에 적합해 보인다. 이럴 경우, 자연계 학생들은 국어시험에 대한 준비 부담이 현재보다 가벼워질 것이다. 국어와 수학 모두 A형을 선택한 7, 8번은 주로 하위권 대학이나 학과에 적절할 것이다.
즉 난이도를 구분해 시험을 치를 경우 나타나게 되는 가장 큰 변화의 핵심은 자연계 국어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영어는 듣기의 문항수가 50%까지 확대된다는 것을 기억해 두도록 하자.
탐구와 제2외국어 영역은 현행대로 갈 듯
애초 지난해 첫 발표된 개편안에서는 탐구 영역은 영역별 과목수가 축소될 예정이었다. 사회탐구는 11과목에서 6과목으로, 과학탐구는 8과목에서 4과목으로, 직업탐구는 17과목에서 5과목으로 축소하는 안이 제출되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안에서는 해당 과목 교사들과 학계의 반발을 감안해서인지 폐지되었다. 과목을 축소하면서 1과목만 선택하도록 했던 것에서, 과목수를 그대로 두고 2과목을 선택하는 안으로 변경된 것이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수능에서 제외하는 안에서 현행을 유지하는 쪽으로 일단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는 2014학년도에 과연 수능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논의되고 있는 안을 기준으로 대비책을 정리해보자면, 첫째, 탐구보다는 국영수의 중요성이 커지는 방향으로 개편안이 가닥을 잡고 있어, 국영수 중심으로 탄탄하게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현재까지의 수능에 비해 고교 교육과정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 셋째, 목표 대학에 따라 학습 수준이 달라질 수 있으니 가능한 빨리 목표를 정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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