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의 <유권자와 함께 묻다> 오세훈 서울시장

지역내일 2011-01-24
"대선 출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

무상급식 반대 계속할 것 … ''서울전선''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

[내일신문은 창간 17주년(일간 10주년)을 맞이해 <;한국정치의 내일을 말하다>;라는 기획인터뷰를 진행한다.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여야의 대선주자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 대표적인 지식인 등을 독자들과 함께 인터뷰해 정치 발전의 사회적 공론과 비전을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인터뷰는 13일 오후 서울시장실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 국민들에게 오세훈 정치노선을 집약해서 설명해달라

정치는 거창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통 ''성장''과 ''분배''라고 분류하는데, 서울시정과 관련해서 설명하면 ''도시경쟁력''과 ''삶의 질''로 표현할 수 있다.
하나는 지금 현재 시민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작업이고 분배, 즉 삶의 질과 연결된 부분이다. 다른 하나는 미래세대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드는 것인데, 이것이 성장이나 도시경쟁력과 연결된 부분이다. 두 가지를 균형 있게 발전시켜 현재 시민들과 장래 시민들의 행복총량을 올려놓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서울시장 재선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각에선 "스킨십이 부족하다" "정치인보다는 행정가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리곤 한다

일정부분 수긍한다. 제가 같이 어우러져서 (술을 먹고) ''넘어지는'' 스타일이 아니다. 일정주량 이상 소화를 못 시키고 주량이 약해서도 그렇다. 사실 술자리를 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주량을 넘기면 먹긴 먹지만 잠을 못자서 수면부족 상태가 되어 버린다. 서울시장 특성상 분 단위로 쪼개서 일을 하는데 다음 날 일에 지장을 받는다. 그러나 제게 비사교적이라고 말하는 분들은 정치권에 들어와서 처음 봤다. 그 전까진 굉장히 사교적이란 얘기를 듣고 자랐는데…. 술 못 마시는 것뿐인데 스킨십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를 두고 그렇게 평가하는 이들도 있고, "고집이 세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기억하건데 정치하는 동안 고집피운 게 몇 번 안 된다. 국회의원 불출마 선언했던 것, 감당하기 힘든 정도로 많이 바뀐 선거법, 정치자금법을 바꾼 것이 고집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으로서 고집을 부렸던 건 2008년 총선을 전후해 뉴타운 추가지정을 해달라는 압력이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하지 않고 버텨냈고 그런 상태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을 치러냈던 것 정도가 고집인 것 같다.
이번에 무상급식이 세 번째 고집이 아닐까 싶지만 세 가지 모두 바람직한 방향의 고집이라고 생각한다. 무상급식을 비롯한 민주당의 ''무상시리즈''가 나라를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끌 것인가, 주저앉게 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는 방향으로의 행진을 막아야 한다.

-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철저히 실용적인 정치를 하는 것 같다. 과정보다 결과가 좋으면 좋은 것이라는, 나중에 결과가 나왔을 때 후세와 사회적 역사적 평가가 따른다면 그것으로 족해 하는 것이다.
최고경영자(CEO)로서의 경력도 영향을 미쳤지만 청계천 신화가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생각한다. 큰 저항과 비판, 반대를 무릅쓰고 청계천 사업을 했지만 엄청난 반향과 평가가 있었다. 아직도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국내외적인 평가가 다 좋은 편이다.
결과를 중시하는 리더십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실용적일 수 있다. 그러니 당장 국민들의 눈에 비춰지는 모습은 무리를 하고 소통이 안 된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결과에 대한 호평에 확신이 들면 그 부분에 관해 소통이 안 되는 거다.
임기 중에 있기 때문에 임기가 끝날 때 까지는 소통부족 등의 그런 평가가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 나름대로 결과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말릴 수 있겠나.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본인 스스로는 ''끝나기만 해봐라'' 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을 거다. 그래서 4군데 한꺼번에 하려 하는 거다. 만약 저라면 2개씩 나눠서 했을 것이다.

- 최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했는데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가치문제이다. 이 대통령 본인이 겪어본 인사 대상자의 스타일이나 청렴도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확실히 검증된 사람을 쓰지 않으면 불안한 거다.
중요한 것은 인사로 생기는 ''상징적인 메시지''가 있다. 그런 부분을 많이 중시하지 않는다. 어떤 경력, 학력, 스펙의 사람이냐로 상징성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호남사람이다'' ''법조인이다''로 생기는 상징이 인사를 통해서 ''대통령이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 구나''라는 메시지를 준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그런 메시지보다는 ''일 잘하는 사람이다''라는 결과를 중요시한다. 그게 매스컴에서 평가를 받게 되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인사를 한다''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 정치권에서 개헌논의가 진행 중인데, 바람직한 개헌의 방향과 적절한 시기는

개헌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타이밍이 늦었다고 해서 논의를 하지 않는 건 옳지 않다. 개헌은 국가의 틀을 고민하는 문제이기에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논의가) 늦었다" "차기 주자들이 반대 혹은 찬성한다" 등의 논리로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 다음 텀(대통령 임기)에는 적용이 안 되는 걸로 해서라도 지금 논의해야 한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이해관계 없으니 찬성 반대 안할 거다. 정치적 이해관계 없이 객관적 토론이 더 잘 이뤄질 수 있다. 개헌의 내용은 ''4년 연임'' 안이 가장 합당하고 우리의 정치에 맞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 무상급식 추진과 관련해 서울시의회와의 대립을 두고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생현안을 희생양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입장은 무엇인가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할 말을 안 하는 게 오히려 직무유기가 아닌가. 서울시장이 초선이든 재선이든 언제 대선주자로서의 평가로부터 벗어난 적이 있나. 초선일 때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다. 그동안 지금과 같은 찬반논란에 휩싸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슈가 안 되었던 것뿐이다. 무슨 일을 하든 대선주자 행보로 비친다. 그런 비판 때문에 할 말을 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 ''복지 포퓰리즘''을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오세훈표 복지철학''은 무엇인가

서울시에는 ''희망플러스통장''이라는 복지 정책이 있다. 예를 들어 기초수급자가 매 달 20만원씩 저축한다고 약속하면 서울시가 10만원, 자선단체가 10만원 내서 100%를 매 달 보태준다. 여기에 36개월이면 본인들이 낸 원금이 720만원이고 서울시와 자선단체가 보태준 720만원에 이자까지 1900만원을 받는다. 2007년부터 시작하여 작년말 3년 만기가 되어 시범 100가구 중에 87가구가 졸업했다. 지금 현재 이 통장의 혜택을 받는 서울 시민의 숫자가 2만6600명이다. 돈만 불입해주는 것이 아니라 재테크, 창업 등 각종 강의를 통해서 정신 교육도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선정되는 단계에 오셨을 때보다, 시간이 흐른 후 그 분들의 눈동자는 훨씬 초롱초롱하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구나''라는 게 충격으로 다가올 정도다. 사람의 인생에 목표가 생긴 것이다. 목표가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혜택을 더 주는 자립형 복지시스템을 안착시켜 놨다. 그런데 이것과 무상급식이 어울리나.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데 기초수급자도 5만원, 부자들도 5만원이 들어오는 것이 무상급식이다. 두 개의 복지시스템은 양립할 수 없다. 도덕적 해이를 만드는 건 둘째 치고 그 분들에게 근로의욕을 불어넣어줘도 부족한 판에 감퇴시키는 것이다.

- 서울시의회도 서울시민들의 지지와 민주적 절차에 의해 구성됐다. 오시장의 대응이 반의회적 태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그렇다면 저의 당선은 어떻게 설명하나. 저는 무상급식 반대하고 당선됐다. 그런 건 말장난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무상급식 이슈를 충분히 숙성시켰나. 지방선거 직전에 들고 나왔다. 지금의 ''무상시리즈''는 그나마 솔직한 거다. 2012년 총선, 대선 전까지 1년은 숙성을 시키겠다고 하는 거니까.
그렇게 자신 있으면 주민투표를 하면 된다. 저는 처음부터 주민투표 하자고 안했다. TV토론하고, 같은 분량으로 학부모들에게 편지 쓰자. 양쪽이 동의하는 여론조사를 해서 그 결과에 따르자고 제안했었지만 응하지 않았다. 왜 응하지 않는가.

-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알려진 정치관련법률이 최근 정치권을 뒤흔든 청목회 사건의 단초가 됐다. 입법당시 정치자금, 선거제도에 대한 소신은 여전히 유효한가. 지금 시점에서 입법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그때나 지금이나 소신은 유효하다. 큰 틀의 뼈대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정치자금법 개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큰 틀만 건드리지 않았으면 한다. 예를 들면 기업의 후원을 금지해놓은 것은 뼈대다. 1인이 부담하는 후원금액수가 미국처럼 무제한으로 간다든가 이런 문제만 아니라면 시행과정에서 착오를 반영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2012년 대선에 출마할 계획인가. 출마를 위해 서울시장을 사퇴할 의사가 있나

현재의 직무에 충실하고 있다. 직무에 충실한 모습이 주목을 받다보니 대선전략이라고 보일 수도 있다. 대선 출마에 대한 질문에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답변)다.
서울시장으로서 업무를 처리할 때는 여당의 협조를 받을 때도, 야당의 협조를 받을 때도 있다. 중앙정부와도 영향력을 주고받아야 한다. 대선주자로서의 평가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순기능이 있다. 그래서 부인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그것이 지나치게 되면 조직을 이끌어 가는데 상당한 부작용으로 기능할 수 있다. 보스가 언제 떠날 지도 모르는데 조직이 제대로 되겠나. 지금 제가 걷고 있는 행보가 대한민국, 서울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담 김종필 정치팀장 jpkim@naeil.com
정리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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