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웰빙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분당. 그곳에는 질병을 눈 앞에 두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는 의료인들이 많다.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을 위해 해당 전문분야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지역 의료인들. 이제 질병 치료와 환자들의 생명 연장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는 분당 명의들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편집자주 >
분당의 명의-바른세상병원 이광석 원장
잘린 손가락 붙이며 환자 삶의 희망도 이어갑니다
잘려나간 손가락과 발가락을 붙이고, 끊어진 팔 다리의 혈관 신경 뼈를 연결해 기능을 되찾아주는 수부외과. 1980년대 초반 국내로 도입되어 2005년에야 수부외과가 정립된 국내 수지접합은 30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역사 속에서 세계 최고라 불릴 만큼 빠른 성장을 이뤄왔다. 하지만 장시간에 걸친 수술의 어려움과 24시간 응급환자 대기에 대한 부담 때문에 외과계의 3D라 불리며 의사들 사이에서도 기피대상이 됐다.
그 곳에서 30년간 묵묵히 국내 수부외과의 거목으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1mm로 기적을 만들어내는 이광석 원장(분당 야탑동 바른세상병원)이다.
세계 최고로 우뚝 선 수부외과 전문의
“잘려나간 손가락 한 개를 붙이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보통 3시간은 잡아야 해요. 사고로 다섯 손가락이 다 잘린 환자라면 꼬박 15시간을 수술장에 있어야 한다는 건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이광석 원장(70 고려대의대 정형외과 명예교수)이 걸어온 길은 그야말로 ‘개척자’의 길과 다름없다. 당시엔 근대화 영향으로 공장지대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손이 절단되거나 손에 심각한 상처가 생겨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기 버거웠고, 24시간 대기하는 날이 허다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오히려 수술 환자 수가 많이 줄었다.
“요즘엔 공장지대와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많이 줄어들어 수지접합수술이 줄어든 편이에요. 대신 레저활동을 하다 다쳐서 오거나 손가락 절단, 기형 환자, 손 저림 환자들이 많이 찾고 있죠.”
죽어가던 환자 손이 붉게 살아날 때 보람
“왜 수부외과로 오게 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뭐 그리 특별한 이유가 없어요. 1978년 한양의대 교수 시절 호주 멜버른대학에 연수를 가게 된 게 계기였다면 계기죠. 죽어가던 환자의 손이 내 손을 거쳐 다시 붉게 살아나는 걸 보는 게 기쁘고 보람 있을 뿐이에요.”
이 원장은 지난해 아끼는 후배와 제자들 200여명을 초대해 칠순 잔치를 열었다. 함께 자리한 그들이야말로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그가 아직 수술장에 설 수 있는 에너지의 근원이다. 지난 78년 맺어진 수부외과와의 인연은 30년이 넘도록 계속돼 어려운 국내 여건 속에서도 후배와 제자들의 배출로 이어졌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에서 지정하는 ‘2010년 세계선도의학자’로 선정된 박종웅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도 그의 수제자 중 한 명이다.
“미세수술의 영역이 예전에 비해 훨씬 넓어졌어요. 손가락이나 신체의 일부가 없어졌거나 발가락이나 신체의 다른 부위에서 필요한 조직을 떼어내 이식하는 것도 미세수술로 가능하죠.”
손 끝의 예술, 수지접합
그가 시행하는 미세수술은 10~25배까지 확대하는 미세 현미경을 보면서 직년 1mm 미만의 혈관을 잇는 수술. 미세현미경과 외과 수술도구, 의사의 수기 테크닉의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성공을 장담할 수 있는 섬세한 분야다. 특히 손, 팔, 발, 다리가 잘리거나 다쳤을 때 일반적 방법으로는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혈관이나 신경의 손상을 정밀하게 봉합해 기능 회복을 극대화한다.
현재 수지접합수술이 가능한 국내 의사는 250여명에 불과하다. 이중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문의는 겨우 20여명. 긴급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분초를 다투지만 수술의 위험도와 정밀함에 비해 수가가 낮고 환자 수도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운 분야인 만큼 성공적인 수술 뒤엔 황금 같은 보람과 희열이 밀려온다. 그에게 수술받은 환자들 중에는 세월이 흘러도 이 원장을 은인으로 여기며 명절마다 선물을 보내오는 이가 여럿 된다.
“80년대 후반에 한양대병원에 근무할 때였는데, 무학여고의 한 여학생이 트럭에 치여 꼼짝없이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적이 있어요. 수술을 4번씩이나 해 결국 다리를 살려냈죠. 지금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올 설에도 잊지 않고 연락을 했더라구요.”
사람의 동맥과 혈관을 이어주는 수부외과 전문의로 살아온 30년의 세월이 마냥 행복하고 보람차다는 이광석 원장. 수술장에서 환자의 잘린 손가락을 붙이며 끊어진 손을 잇는 그의 행복 잇기가 당분가 더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 이광석 원장은 -
분당 야탑동 바른세상병원의 이광석 원장은 지난 1970년 고려대의대에서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한양대의대 교수를 거쳐, 17년간 몸 담았던 고려대의대에서 2006년 정년퇴임했다. 바른세상병원은 서동원 원장을 비롯해 그의 고려대의대 제자들이 모여 만든 관절 척추 전문병원. 이 원장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이 곳 외래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하루 3~4건의 수술을 집도한다. 서울과 성남 용인 수원 등 인근 지역에서는 물론 멀리 지방이나 해외에서도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 고려대의대에서 캠퍼스커플로 만난 2년 후배인 아내 이정순 원장(서울 자양동 광제의원)과의 사이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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