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근해 한국점자도서관장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 정병국 장관은 도서관 관련 업무보고에서 국립장애인도서관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설립에 대한 논의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2002년 문화부가 도서관 중장기발전방안에 국립점자도서관을 설립하겠다는 안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후 점자도서관계는 2005년 국립시각장애인도서관 설립을 위한 입법 발의를 했고, 2009년에 다시 국립독서장애인도서관 설립과 장애인도서관의 발전을 위한 '독서장애인도서관진흥법'을 위한 입법 발의를 했다.
지난 10여년 간 시각장애인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줄다리기를 하며 국립에 대한 논의를 끊임없이 해왔던 것이다.
우리나라 시각장애대학생들은 학기 초만 되면 점자 교재를 얻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국립중앙도서관이 2002년부터 시각장애대학생을 위한 원문데이터베이스(DB) 사업에 매년 수억을 투자했고, 보건복지부는 복지관내 학습지원센터를 통해 대학생 교재를 제작 ·제공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장애학생 도우미지원을 통해 시각장애학생은 개별 교재를 만들어 사용하고 민간운영 점자도서관은 자원봉사자를 활용하여 교재를 제작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4개의 측면에서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되고 있으나 상당한 부분이 중복제작되고 있어서 방통대 학생을 제외한 200여명의 시각장애 대학생들 중 자신의 교재를 전부 다 확보하는 학생은 그리 많다.
점자도서관은 정부로부터 일부 경상비를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자료구입비 지원 명목이어서 도서관의 기본 서비스보다 자료 제작에 치중을 둘 수밖에 없다.
40여곳 점자도서관 협력체계 없어
이용실적도 직접이용이 몇명이냐가 중요하므로 공공·대학·학교도서관과 협력을 기피하게 만든다. 또한 전국에 산재해 있는 40여개 점자도서관 간의 협력체계도 구축되어 있지 않아 자료 중복제작도 많다.
한편 공공도서관은 점차 장애인서비스를 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그 중 '장애인열람실'을 별도 설치하는 도서관의 경우 공공도서관에서의 통합적 도서관 서비스가 아니라 장애인복지법에 정의된 시각장애인이용재활시설로 별도 지정하고 이를 장애인단체가 위탁 맡아 운영하려고 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에 두 개의 조직이 서로 다른 부처 소속으로 공존하는 상황이 되어 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떤 지역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누구에게나 반경 1.5㎞ 이내에 공공도서관이 접근가능하도록 하는 정책과 반향해 오히려 장애인들에게 이동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집앞 도서관이 아닌 먼 곳으로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특화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정책 오류 문제는 장애인서비스를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관도 없고 전문가도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도서관이 발달된 나라일수록 국립독서장애인도서관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그것은 지역의 장애인도서관은 물론 공공, 대학, 학교, 작은도서관 등 모든 관종, 모든 지역도서관이 장애인서비스를 잘 할 수 있도록 자료, 시설, 인적자원 등을 지원, 조정하는 중앙센터 기능의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이다.
10년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점자도서관을 설립하고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했다면 지금까지 쏟아부은 예산으로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 만한 문화복지체제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20% 이상이 책읽기에 어려움
더욱이 이제는 시각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청각장애, 중증신체장애를 비롯하여 의학적 판명이 어려워 장애인으로 아직 인정받지 못하는 학습장애인, 난독증, 노안으로 인해 독서의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 아직 한국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다문화가정 등 전 국민의 20% 이상이 독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인 가족 중 한명은 독서장애를 겪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제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된다. 더 이상 한치 앞만 내다보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잠시 눈을 감고 어둠 속에서 책을 읽지 못하는 이들을 생각해보고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설립되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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