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제주도 여행을 간다고 하니 친구가 ''제주도는 흑돼지가 명물이니 꼭 먹어보고 오라''며 서귀포의 어느 식당을 일러주었다. 그 식당을 찾아가지는 못하고,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일행들과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 흑돼지고기 숯불구이를 먹었다.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길에서 먹어서인지 어찌나 부드럽고도 쫄깃하던지! 돼지고기가 그렇게 맛있었던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청정 제주지역에서 잘 관리해 키운 흑돼지는 고른 지방 분포와 치밀한 조직, 근섬유비율이 높아 일반돼지보다 훨씬 고기 맛이 좋다고 한다.
고기도 명품, 서비스도 명품
제주도 흑돼지 고기를 안산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됐다. 청정한 섬 제주의 명품 흑돼지브랜드 ‘제주흑다돈’ 식당이 사동 서원호텔 바로 옆에 문을 열었다. 제주흑다돈은 생산에서 가공 포장 등 유통 전 과정을 중점관리하는 HACCP인증을 받은 제주도흑돼지만을 취급한다.
건물 1층은 프런트, 2층과 3층이 식당인데, 1층에 들어서면서부터 이어지는 안내원의 친절한 서비스가 기분 좋다. 호텔 레스토랑 같은 서비스와 차분한 식당 분위기에서 격이 느껴져 손님 모실 때 좋은 식당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흑다돈의 메뉴는 제주흑돼지구이, 식사류, 점심메뉴로 구분할 수 있다. 돼지고기는 10제주산 무항생제 흑돼지를 사용한다. 제주한마리나 제주반마리 메뉴를 주문하면 제주흑돼지의 부위별 참맛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두 사람이면 제주반마리(360g) 메뉴로 충분하다.
오겹살과, 목살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이 접시에 담겨 나왔다. 개업 초기라고 양념 흑돼지껍데기가 서비스로 나왔는데 석쇠에 살짝 구워먹으니 양념맛과 껍질의 쫀득함이 어우러져 별미다. 두툼한 오겹살 껍데기에는 짧은 검은털이 숭, 숭, 보여 흑돼지임을 증명한다. 참숯불에 구우니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것이 정말 돼지고기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산뜻한(?) 맛까지 난다. 지방 부위도 느끼하지 않고 쫀득하다. 석쇠에 구워 다 먹기까지 고기가 마르지 않고 육즙이 남아있어 남은 한 점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밑반찬이 한정식집 수준
제주도 ''맬젓''(멸치젓)에 고기를 찍어먹는 것도 별미다. 석쇠 위에 맬젓 그릇을 올려놓고 데워서 흰거품이 일면 고기를 찍어먹는다. 이집 ‘맬젓’은 추자도연안에서 잡은 꽃멸치와 참멸치를 숙성시켜 8가지 양념을 해 내는데 짜지 않으면서 고기를 찍어먹으면 독특한 감칠맛이 난다. 멸치젓이나 새우젓에는 단백질과 지방분해효소가 있어 고기와 같이 먹으면 소화를 돕는다.
''쌈장'' 맛도 특별하다. 시판 쌈장이나 집에서 만드는 쌈장과 맛이 다르다. 동행한 이는 보리밥에 7가지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들었다는 쌈장에 반해 연거푸 ‘쌈장 정말 맛있다’고 감탄을 했다.
제주흑다돈 식당은 고깃집인데도 밑반찬이 ‘한정식집 저리가라’ 수준이다. 보쌈, 게장, 양상추샐러드, 콩나물파절이 김치 동치미 등 10여가지 찬은 맛도 차림새도 고급스럽다. 일반가정에서 제철배추로 담은 듯 시원한 맛의 김치며, 자연 숙성된 동치미, 음식 자체에서 손맛과 정성을 감지할 수 있다. 고기, 탕, 전골, 쌈밥정식 등 각 메뉴에 따라 반찬도 다 다르게 나온다고 한다.
음식마다 손맛 자연의 맛 담겨
고기를 먹고 나니 배는 부르지만 냉면맛이 궁금하다. 보통 고깃집에서는 냉면맛을 기대도 안하는데 이 집은 어떨까.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시켰다.
아, 이럴수가! 냉면도 우리를 배반하지 않는다. 이 집, 냉면도 직접 뽑고 육수도 직접 만든다고 한다. 내 동행인은 냉면에도 반했다. “면도 제대로 뽑은 게 완전 냉면전문점 수준”이라나. 물냉면 국물은 상큼하며 시원하고, 면발은 가늘며 쫄깃하다. 비빔냉면은 조금 맵지만 어쩐지 당긴다. 육수는 구수하고 깊은 맛이 나며 후식으로 나오는 수정과까지 ‘제대로’ 다. 다. 음식마다 손맛과 자연의 맛이 느껴지니, 조만간 안산의 음식명소로 뜰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손님은 놀이방도 마음에 들것이다. 널찍한 공간에 맞춤형 놀이기구를 들여놓아 아이들이 놀이터처럼 신나게 놀 수 있다. 놀이방 바닥과 벽, 모서리는 쿠션으로 처리돼 안전에도 만전을 기했다. 식당 2층과 3층에 홀과 룸이 적절히 있다. 40~50인용 좌식룸도 있어서 가족모임이나 회식을 하기 좋다. 모임성격에 따라 적절한 음식을 제공한다.
제주흑다돈 : 031-408-9595
박순태 리포터 atasi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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