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안산지역 화훼단지를 가다
꽃으로 집에 봄을 들여 놓으세요
철쭉, 수선화 등이 봄 전령사, 가격대는 일 만원 아래
잘 돌본다고 해도 한 겨울 지나고 나면 꼭 전사자(?)가 나오고야 만다. 그나마 다행인건 올해는 그 수가 예년의 반 정도라는 것. 새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시들어버린 화초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리포터! 마침 휴일이라 집에 있는 남편에게 ‘나를 따르라’고 손짓한다. 패잔병처럼 늘어져 있는 화분을 차에 싣고 그녀가 도착한 곳은 전철역 한양대 앞의 화훼단지. 그곳에는 이미 봄맞이가 절정에 달한 듯하다. 알록달록 작은 꽃과 환한 표정의 사람들 사이에 봄이 슬며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봄을 부르는 꽃
평년 기온보다 훨씬 높은 온도와 휴일로 화훼단지 앞은 사람들로 북적 거렸다. 가게 주인들은 모처럼 맞는 인산인해 행렬에 신이 나 있는 눈치. 한 겨우내 주인 외에는 사람 구경을 별로 못 했던 강아지도 주인의 흥겨운 기분을 느꼈는지 덩달아 뛰어 다닌다. 가게 앞에 나와 있는 작은 봄꽃들이 ‘어서 나를 데려가 주세요’ 말하듯 바람에 살랑 거린다. 이곳은 안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화훼단지로 한양대역 앞에서 성포동 홈플러스 방향으로 20여개가 넘는 점포가 자리 잡고 있다. 저마다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꽃을 보는 사이, 그만 구경하고 빨리 사라는 신호로 남편이 옆구리를 꾹꾹 찔렀다. 그녀가 발길을 멈춘 곳은 제법 큰 규모의 식물원. 화훼 18년 경력의 주인은 그녀에게 활짝 핀 철쭉과 노란 줄리앙, 그리고 혼자 수줍게 핀 수선화를 권한다. 이들은 봄에만 피는 봄의 전령사. “집안에서 봄기운을 느끼고 싶다면 봄에 피는 꽃들을 선택하는 것이 좋아요. 봄꽃은 예쁘기도 하거니와 은은한 향기가 봄을 느끼는데 제격이거든요. 사시사철 피는 꽃과 다른 면이 있지요” 라며 그녀가 고른 수선화와 튤립, 철쭉을 가져온 화분에 심어준다. 각각 3000원. 부족한 화분 하나는 노란 원통형으로 선택해 수선화를 심었다. 총 소요비용은 1만3000원. 생각보다 적은 금액으로 봄꽃을 세 개나 장만한 그녀는 눈여겨 두었던 선명한 빨간색의 키 큰 안시리움을 하나 더 고른다. 부지런히 손놀림을 하던 주인은 그 꽃이 암모니아 등 냄새제거에도 좋다고 설명한다. 이 정도면 우리 집 베란다에 봄기운 가득하겠지!
봄을 부르는 사람들
빨리 고르라고 눈치 주던 남편도 어느새 꽃들이 향연에 푹 빠진 것 같다. 아예 식물원 안쪽으로 쑥 들어가 화초를 ‘정밀 감상’하고 있다. 주인에게 “이건 얼마요, 저건 얼마요. 아 이놈 정말 멋지네.”하는 폼이 지름신을 부를 태세. 평소 물건 사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지만 한번 지르면 그 크기가 감당이 안되는 터라 밖으로 그를 끌고 나왔다. 아쉬워하는 그에게 제의한 것은 ‘눈요기’. 오랜만에 꽃 가득한 길을 걸으니 기분이 좋은지 흥얼흥얼 노래가 나온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꽃을 사러 나온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보니 ‘이곳이 안산에서 제일 먼저 봄이 오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고잔동에서 온 김영미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꽃 마니아. 이사 온 아파트 베란다가 넓어 화초 기르기에 빠졌다는 그녀는 평소에는 마트의 꽃집에서 화분을 하나 둘씩 사곤 했다. 오늘은 날 잡아 꽃맞이를 나온 셈. 베고니아와 제라륨, 후리지아를 구입한 그녀는 “노란 후리지아 꽃은 아래층에 선물 할 거예요. 작년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이사 왔는데, 아이 둘이 뛰어도 많이 참아주셨거든요.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이 꽃으로 전하려 한다”며 미소를 보였다. 한참을 걸었을까...가게 앞에 쌓여 있는 화분이 다른 꽃집과 다르다는 것이 느껴져 간판을 보니 ‘다육식물’ 전문점. 문을 열자 키 작은 다육식물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다. 원곡동에서 온 정옥순씨는 사탕모양의 ‘스윗캔디’를 고르며 “꽃 같은 잎”이라고 설명한다. 작은 꽃들이 줄기에 달려 있는 듯 한 베라하긴스는 봄 햇살이 가득한 창가에 두면 좋은 식물. 구경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바로 옆에 있는 난 전문 농원에는 도도하게 핀 난 꽃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데, 막 멍울을 틔운 엷은 보라색 꽃을 보면 봄이 성큼 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외 안산에는 안산역 뒤 신길동 방면 고가도로 밑에 위치한 화훼단지가 있는데 이곳은 한양대 앞 화훼단지의 1/2 규모다. 거리가 있더라도 인근 도시에 위치하고 있는 의왕, 양재 화훼단지에 가보면 좀 더 다양한 봄꽃을 집으로 가져올 수 있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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