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재해로 사망한 경우 재산을 상속받는 사람은 처와 자식이다. 만약 자식이 없다면 처가 시댁 부모와 같이 상속을 받는다. 자식에는 임신 중인 태아도 포함하므로 임신 중이었다면 처가 태아와 함께 남편의 재산을 모두 상속받게 된다.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처와 부모들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1심 판결에서 손해배상 판결이 났고 처와 부모가 상속분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게 되었다. 처와 부모들은 손해배상 금액이 적다고 하면서 항소하였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보험회사가 엉뚱한 주장을 하기 시작하였다. 처가 남편의 사망 후에 장래를 걱정하여 아이를 낙태한 것을 찾아낸 보험회사에서는 처는 상속 결격자이므로 처에게 배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였다.
소송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게 되었다. 민법에는 낙태를 하면 상속인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속 결격자는 재산을 상속받지 못한다.
항소심에서는 “낙태를 하면 민법의 상속인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상속결격제도는 개인법적 재산 취득 질서의 파괴 또는 이를 위태롭게 하는 데에 대한 민사적 제재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상속결격자라고 하려면 낙태 또는 살해를 한 자의 고의 안에는 적어도 그 범행으로 말미암아 상속에 유리하게 된다는 인식도 함께 있을 것을 필요로 한다”고 판단하였다.
항소심에서는 처가 남편의 사망 이후에 낙태한 것은 ①태아를 출산할 경우 결손가정에서 키우기 어려우리라는 우려와 남편의 사망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 및 신체적 쇠약으로 고민 끝에 이루어졌고 ②낙태를 한 경우와 낙태를 하지 않은 경우의 상속분에 차이가 없으므로 낙태로 말미암아 자신이 재산 상속에 유리하게 된다는 생각이 없이 오로지 장차 태어날 아기의 장래에 대한 우려 등에 기인한 것이므로 상속결격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민법에는 고의로 살해하거나 낙태하면 상속결격자에 해당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까지는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다는 이유로 위 판결을 파기하였다.
위 사건에서는 결국 처는 낙태를 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속받을 수 없었고 모든 손해배상금이 남편의 부모에게 돌아갔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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