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광고와 몇몇 프로그램을 통해 결혼 이민 여성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보가 늘어나면서 낯선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우리의 시각도 조금씩 변화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머나먼 타국 땅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며 인생의 큰 산을 넘고 있는 그들에겐 주변의 관심어린 눈빛과 더불어 생활 전반에 대한 소소한 도움 또한 절실하다.
현재의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다문화 가정의 이웃이 되고자 준비하는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연구소를 찾아 희망 가득한 계획을 들어보았다.
●이민 여성, 건강관련 분야 의사소통에 어려움 커
2011년 3월 현재 원주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 결혼이민자는 850명이다. 중국 392명, 베트남 212명, 필리핀 104명, 일본,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태국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필리핀을 제외하면 대다수 이민 여성들이 비영어권 국가 출신이라 그들이 겪는 의사소통의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연구소 임시대표를 맡고 있는 이은희 교수(간호학과)는 “다문화 여성을 위한 임신·육아 책자가 나와 있지만 그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건강관련 책자는 용어의 특성상 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모유수유, 이유식, 피임법 등을 그림과 모형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실정이지요”라고 한다.
작년에는 간호학과 다문화 동아리 학생들이 다문화 가정을 방문하여 아기 돌보기와 모유수유, 혈압·혈당 측정 등의 방문지도 활동을 펼쳤다. 의사소통이 힘든 그들에게는 말벗이 되어 주는 학생들의 존재 자체가 든든한 힘이었다고 한다.
●정확한 실태조사, 다양한 수업, 멘토프로그램 등 운영할 계획
강릉원주대 다문화연구소는 2010년 7월 강원발전연구소에서 연구비를 지원받게 되며 참여의사를 밝힌 20여 명의 교수들을 주축으로 꾸려졌다. 이은희 교수는 “결혼이민 여성이 힘들 거라는 생각은 막연하게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 2007년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게 되었는데 문화적 충격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미국에 동생도 있고 딸도 있는 내가 이 정도니 그렇지 않은 이민 여성들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지요. 돌아와서 이민 여성들에 대한 자료도 모으고 실태조사도 하면서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구성하게 됐습니다”라고 한다.
다문화연구소가 계획하는 첫 번째 사업은 결혼이민 여성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다. 간호학과 다문화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원주 지역 850명 이민 여성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대부분 단순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이민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종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며,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어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4월부터는 관심 있는 이민 여성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부모교육, 한국문화, 의류수선, 컴퓨터교육 수업을 시작한다. 분야별로 해당 교수들이 맡아 진행하게 되며 이민 여성들의 실생활 정착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11월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또 다문화가정 멘토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에 이민 온 지 3~5년 이상 된 여성 중 한국어에 능숙한 사람을 선발하여 16주 동안 교육을 받게 하고 다문화 가정의 멘토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문화가정과 이웃의 관심이 모아졌으면
“강릉원주대 다문화연구소는 이제 막 첫발을 뗀 상태입니다. 프로그램의 확대를 위해서 이민 여성과 그 가족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함께 하고 싶은 봉사자들의 참여도 절실하구요. 그리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더해져서 다문화 카페, 국제문화복지관 같은 다문화 가정을 위한 공간이 더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은희 교수가 전하는 바람이다.
첫발을 뗀 아기 옆에는 부모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다문화연구소가 내딛는 발걸음에 우리의 작은 관심을 보태야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다문화가정 대상 교육 문의 : 760-8600, 760-8615
배진희 리포터 july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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