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에게 듣는 자기주도학습

자기주도학습, 부모 역할 크다!

지역내일 2011-03-02 (수정 2011-03-02 오후 10:29:01)

외고·자사고 등 학생 선발권을 가진 고등학교에 도입된 자기주도학습전형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은 학생 스스로 목표를 세워 계획하고 학습한 후, 문제를 찾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적이고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경시대회, 인증시험, 자격증 취득 등 사교육이나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요인을 없애고 학생 스스로 진학이나 진로, 독서 교육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이렇듯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사교육으로 만들어진 스펙을 가진 학생이 아닌 학교 공부에 충실히 수행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로 많은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아이를 만들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바로 ‘나’를 위한 공부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공부는 즐겁고 재미있는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학습에 대한 동기도 생기기 마련. 하지만 자기주도학습은 아이 혼자 알아서 공부하는 게 아니다. 이런 습관과 태도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부모가 노력해야 한다. 우리 지역에서 자기주도학습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안양군포의왕과천 내일신문 브런치 임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학부모 브런치 임원 김현영, 이경희, 김지향, 최소영, 조영미 주부(우측 시계방향)


학습목표 세우고, 스스로 선택·결정할 수 있도록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 두 자녀를 두고 있는 이경희 주부는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만들기까지 2∼3년이 걸렸다고 한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오늘 공부할 목표를 정하고 계획표를 짜는데 그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 씨가 느낀 것은 학습에 대한 분명한 동기를 갖고 있어야 학습목표를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것. 처음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깨닫고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가끔 사교육 없이 어떻게 아이를 키우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듣지만 영어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영어 동화를 교재 삼아 듣고 읽히기를 반복하고 단어는 따로 암기하도록 시킨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는 EBS 인강만으로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고 한다.
 김지향 주부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때까지 사교육 한 번 시키지 않은 케이스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습관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계획을 세우게 하는데 시간마다 구체적인 학습을 적도록 했다. 이렇게 하루의 계획을 세우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리지만 오히려 집중력 있게 공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중학생이 되자 남들이 가는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공부하는데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외동아이로 자라는 아이에게 많은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주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대화 통해 목표 점검하고 개선방안 필요하면 함께 고민
 고등학교 2학년, 초등학교 5·2학년 아이 셋을 키우는 김현영 주부는 사교육에 투자하는 돈을 아껴 노후에 대비하는 것이 낫다는 주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 씨의 세 아이들은 ‘공부 잘하는 얘들’이라는 얘기를 수 없이 듣는다. 사실,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남들 다시키는 교육에 동참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누르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고수하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 이런 감정을 누르고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스스로 판단하도록 도와주려고 애썼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아이들과의 대화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아이의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대화로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혹,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렇다고 학원과 과외를 모두 배제하지는 않는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성향에 따라 과외가 필요한 아이가 있고 학원이 적성에 맞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 집에서 가르칠 수 없는 종이 접기나 가야금 등 예체능 교육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교육관 때문인지 아이들 모두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큰 아이는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공부 중이다.  


영화 보면서 영어공부, 더디더라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줘
 교육서나 사이트, 모임을 통해 정보를 얻어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최소영 주부는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학원에 보내지 않았다. 수학은 다양한 문제를 풀게 한 뒤, 틀린 문제를 다시 확인하는 방법으로 지도했는데 아이들의 계산능력이 빨라지면서 이해력도 향상됐다. 이제 어떤 과목이든 교재와 문제집 몇 권만 있으면 아이들은 스스로 주어진 과제를 척척 수행하고 공부에 대한 성취감까지 느낀다고 한다.
 게다가 영어 공부법은 독특하다. 원서나 교재가 아닌 영화를 함께 보면서 공부한다. 영어로 된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귀가 트이게 되는데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는 것. 등장인물은 어떠했는지, 보고 난 뒤 느낌은 어떤지 등을 얘기하면 부모와 자녀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뿐 아니라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도 하게 된다. 영화를 통해 프리토킹도 하고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은 극장에 간다고.
 한편 조영미 주부는 아이가 어렸을 때 자칭 열성 엄마로 통했다. 아이를 닦달해서 그 날의 학습량을 끝까지 마치도록 해야 직성이 풀리는 보통 엄마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큰 아이가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조금 더디더라도 스스로 혼자 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기다린다. 만약 모르는 수학문제가 나오면 혼자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갖고 지켜봐 주었다. 물론 초조함과 불안감도 없지 않았지만 아이가 행복한 아이로 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아이의 멘토가 되려 노력하고 있다. 
이민경 리포터 mk4961@dreamwiz.com
  
사진 학부모 브런치 임원 김현영, 이경희, 김지향, 최소영, 조영미 주부(우측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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