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계속되던 한파가 끝났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도 지나고 바야흐로 봄이 왔다. 내 마음에도 봄바람이 불어와 여행을 계획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늘 같이 떠나던 아이 대신 친구들과 함께한 것.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챙겨줘야 하는 아이들을 두고 떠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이 여행에 일행들은 계획을 세울 때부터 설렜다. 강변북로에서 이어지는 서울 춘천 간 고속도로를 타고 두 시간 남짓 달려 찾아간 곳, 바로 낭만도시 춘천이었다.
내륙의 바다, 소양댐
강원도 춘천시에 서울에서 두시간만에 간다는 것은 1990년대 학교를 다녔던 우리들에겐 놀라운 일이다. 대성리도 아니고 양평도 청평도 아닌 춘천을 말이다. 세월은 갈수록 좋아져 급기야 지난해 말엔 서울에서 춘천까지 전철이 개통되었다. 비록 우리는 타보지 않았지만 요금도 종전 무궁화호 요금의 절반 수준인 2,500원이란다. 춘천이 한발 한발 서울로 다가오고 있는 듯 하다.
춘천에는 볼거리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소양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소양호 쪽으로 걸어갔다. 그 웅장하고 방대한 전경에 살짝 주눅이 들 정도로 소양호는 차디찬 물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동양 최대의 다목적댐인 소양댐이 건설되면서 만들어진 소양호이다 보니 내륙의 바다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우리들은 소양호가 정면으로 보이는 벤치에 앉아 한가로이 옛날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 학원이야기도 아니고 챙겨야할 집안 대소사 이야기도 아니고 오로지 우리들만의 이야기.
우리들 또래의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이야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소망, 그리고 이야기는 ‘소양강 처녀’를 불렀던 대학시절로 돌아갔고 지금도 대학에선 ‘소양강 처녀’를 부를까 하는 질문으로 끝이 났다. 소양댐 주변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고려시대 사찰인 청평사, 그리고 바위로 유명한 오봉산이 있어 서울 경기 일대의 관광객들에게 하루코스의 나들이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또 소양호는 어종이 풍부해 강태공들이 일년 내도록 즐겨 찾으며, 초겨울이 되면 향어, 송어를 비롯해 빙어낚시가 제철을 맞는다. 소양댐 선착장에는 청평사 여객선 외에 관광유람선을 운항하는데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과 주변경관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댐의 정상에는 식당과 휴게소, 기념품가게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겨울연가’의 향기 가득, 드라마갤러리
춘천 명동과 남이섬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이다. 춘천시내 명동을 비롯해 곳곳에선 드라마 ‘겨울연가’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다소 과장을 섞어서 이제는 한류스타의 대명사가 된 배용준과 최지우가 신처럼 느껴질 정도다.
춘천시에 위치한 강원도 드라마갤러리에서는 ‘겨울연가’의 세트장과 잊을 수 없는 드라마와 영화 속 명장면들, 그리고 영화포스터들을 볼 수 있다. 강원도 드라마갤러리 전시관은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촬영지를 소개하고 인근 관광정보도 알려준다. 영화 ‘웰컴투동막골’, ‘연애소설’, ‘말아톤’, 드라마 ‘겨울연가’ 등 명장면 명대사를 헤드폰을 통해 다시 즐길 수 있다. 이 스크린은 영어, 일어, 중국어까지 4개 국어 자막이 제공되고 있다.
강원도 드라마갤러리의 ‘겨울연가 Zone’은 어디선가 많이 본 풍경에 나도 모르게 우뚝 서게 만든다. ''겨울연가''에 나왔던 남이섬, 준상이네 집 등 촬영세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팬들을 위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벤치가 마련되어 있으며, 바로 옆에는 실물크기로 만들어진 준상(배용준)이와 유진(최지우)이의 마네킹도 볼 수 있다. 우리들도 준상이 곁에 서보기도 하고 벤치에도 앉아 분위기 가득잡고 셔터를 눌러댔다. 참고로 함께 온 친구는 해마다 겨울이 오면 ‘겨울연가’ 비디오를 꺼내 다시 본 것이 이제는 열 번이 넘을 정도로 열렬한 팬이다. 강원도 드라마갤러리 관람료는 무료이며 관람시간은 연중무휴 오전 9시부터 오후6시까지.
춘천시민의 쉼터, 공지천과 조각공원
산과 호수로 둘러싸인 춘천은 맑고 푸른 호반의 도시다. 특히 도심을 가로지르는 공지천은 춘천시민의 쉼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기나긴 한파는 끝이 났지만 겨우내 꽁꽁 얼었던 공지천이 녹으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공지천 이쪽저쪽을 잇는 인도교 구름다리 위로도 얼음이 얼어 보행자들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찬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한가한 오후, 우리들은 공지천을 끼고 산책에 나섰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엉금엉금 걷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보고 서로 한참을 깔깔대다 조각공원으로 올라갔다.
공지천 주위에는 개성 있는 볼거리가 많다. 조각공원, 분수대, 보트장, 고수부지, 야외공연장, 정조대왕도하주교, 전적기념관, 어린이회관, 이디오피아 참전기념관 등이 있다. 우리는 이디오피아 참전기념비를 지나 기념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디오피아 참전기념관 앞에 선 기념비는 한국전쟁 때 112명이 전사하고 536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화천 철원 양평지구 전투에 참여한 이디오피아 ''카그뉴'' 대대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이디오피아 참전기념관 1층은 이디오피아의 전통역사와 문화, 종교, 생활풍습을 소개하는 풍물전시실과 아디스아바바시와 춘천시와의 교류활동이 담겨있는 교류전시실로 되어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이디오피아군의 참전 배경과 전투상황이 담긴 참전기념전시실과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정보와 영상물이 상영되는 다목적실이 있다. 2층 휴게소에서는 공지천을 바라보며 따뜻한 이디오피아 원두커피를 맛볼 수 있다.
공지천 호수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중도와 의암호변의 경관을 감상하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해마다 9월이면 청소년 문화축제가 공지천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등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자연휴양림에 체험마을 행사 다양
춘천의 자랑거리중 하나는 자연휴양림이다. 해발 400미터 계곡에 위치한 울창한 수림의 집다리골 자연휴양림은 사계절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며 웅장한 바위가 계곡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는 계곡과 천연 활엽수 원시림이 있고 휴양객을 위한 숲속의 집, 야영장, 운동시설, 등산로 등이 조성되어 있어 가족단위 휴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용화산 자연휴양림이 위치한 용화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중 하나다. 용화산 자연휴양림은 인공 침엽수림과 자연 활엽수림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 삼림욕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암반으로 이어진 계곡에는 풍부한 수자원이 있고 다양한 동식물이 폭넓게 분포되어 자연학습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등산과 함께 각종 역사 유적 및 암벽 등반을 즐길 수 있다.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나들목과 인접해 있는 춘천숲 자연휴양림은 수도권에서 불과 40분만 가면 만날 수 있다. 이곳은 규모는 작지만 맑고 고요한 시냇물에 조용히 쉴 수 있는 참나무 숲이 아늑하게 조성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살림종합휴양시설인 오월리 산림휴양림이 있다. 이곳은 건전한 수렵문화 정착과 야생조수보호목적으로 조성된 전국 유일의 산악형 수렵장이다. 4개 코스의 등산로와 휴양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레저스포츠 활동이 가능해 도심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맘껏 풀 수 있다.
* 춘천시티투어
춘천시티투어 - 매일 오전 10시 춘천역 출발
예약문의 033)257-5533 / www.haniltour.co.kr
1코스 월요일
춘천역 - 소양강처녀상 - 강원도립화목원 - 중식 - 소양댐 - 춘천월드온천 - 풍물시장
2코스 화요일
춘천역 - 소양강처녀상 -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 중식 - 소양댐 - 옥광산 - 풍물시장
3코스 수요일
춘천역 - 소양강처녀상 - 박사로 - 애니메이션박물관 - 중식 - 남이섬 - 김유정문학촌
4코스 목요일
춘천역 -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 소양강처녀상 - 중식 - 애니메이션박물관 - 구곡폭포 - 김유정문학촌
5코스 금요일
춘천역 - 김유정문학촌 - 소양강처녀상 - 중식 - 국립춘천박물관 -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 애니메이션박물관
6코스 토 일요일
춘천역 - 김유정문학촌 - 소양강처녀상 - 중식 - 국립춘천박물관 -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 애니메이션박물관
* 농촌체험마을
강언덕마을 : 남면 한덕리 (011-367-4700)
오탄마을 : 사북면 오탄1리 (033)243-4955 www.otanri.co.kr)
물안마을 : 북산면 부귀리 (033)244-0576 www.greentourings.or.kr)
대추나무골 : 사북면 오탄2리 (033)018-318-6353 www.otanri.com)
섬배마을 : 남산면 광판3리 (033)250-4460 http://seombae.invil.org)
솔바우마을 : 사북면 송암리 (033)250-3460 http://solbau.invil.org)
원평마을 : 사북명 원평리 (033)243-3431 www.wonpyeong.net)
장절공마을 : 서면 방동1리 (033)250-4110 http://jjg.invil.org)
* 춘천축제
춘천마임축제
축제기간 : 매년5월
축제장소 : 축제극장 몸짓, 봄내극장, 춘천문화예술회관, 춘천인형극장
문의처 : 033)242-0585 www.mimefestival.com
춘천 막국수 닭갈비 축제
축제기간 : 매년8월
축제장소 : 춘천시 전역
문의처 : 033)250-4347~8
박수진 리포터 icoco19@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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