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털 유감

지역내일 2011-02-28

제모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조차 어려웠던 시절에 완전히 제모시술만 하는 제모 전용 병원을 10여 년 전에 만들었다. 미국에서 제모기계를 개발하고 있던 대학병원 연구소에서 1년 3개월을 근무하고 돌아와서 전공인 피부과에 근무하다가 제모시술만 하는 병원을 설립하게 되었다. 우리말에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말이 있듯이 배운 게 제모라서 제모병원을 설립한 것 같다.


당시에 흰털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았다. 흰털도 제거가 되냐는 질문이었다. 털을 영구적으로 제거하기 위하여 개발된 레이저는 털에 존재하는 멜라닌 색소가 레이저 빛을 흡수하여 열이 발생하면, 주변에서 털을 만들고 있는 세포들을 덩달아 파괴시키는 방법으로 털을 제거한다. 그래서 멜라닌 색소가 사라진 흰털은 레이저 빛을 흡수하지 못하고 결국 제모가 되지 않는다. 금발이나 빨간 머리에서도 현재 사용되고 있는 레이저 빛을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도 흰털과 금발, 빨간 머리는 레이저로 제모가 되지 않는다.


얼마 전 좁은 이마를 넓히고 자연스러운 이마 선을 만드는 시술을 받기 위하여 경상도에서 오신 분이 계셨다. 이미 한 번의 시술을 받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오신 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흰털이 듬성듬성 올라오고 있었다는데 있다. 흰털이 많았기 때문에 "흰 털이레이저 제모로는 전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라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온 답은 당혹스럽게도 "아니요.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요"였다.


우리나라에 레이저 제모가 도입된 지도 10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흰털이 레이저 제모로 제거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모르는 의료진이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30대 여성 중에는 흰털이 많아서 염색을 하고 지내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이마의 털을 제거하는 제모시술의 경우 머리카락 염색을 하셨는지 물어 보아야 한다는 것이 특수질환의 매우 어려운 의료지식이라고 볼 수 없어서 안타까움이 더하다.


애석하게도 흰털은 레이저 제모로 영구적인 효과를 볼 수 없으니까 흰털이 많으면 제모를 받을 때 먼저 말하고 레이저 제모시술을 하는 병원들은 검은 머리의 여성에게도 염색을 했는지 물어보아서 흰털이 검은 털보다도 더 많은 분이 레이저 제모를 받는 황당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제이엠피부과의원
고우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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