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의 자랑스런 빛날인, 한영외고 김지환

호기심이 나를 성장시킨다

지역내일 2011-02-27 (수정 2011-02-27 오전 10:10:04)

김지환 군(한영외고 3학년)은 팔색조 같은 소년이다. 전국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사회과학 학회를 조직해 논문을 발표하고 밴드부에서 보컬과 기타리스트를 맡아 열정적으로 활동한다. 세계사와 심리학, 생물학 등 다방면의 책을 탐독할 뿐 아니라 해보고 싶은 일은 모두 다 하면서도 성적은 상위권이다.
 “관심 분야는 끝가지 파고 들 만큼 집중력이 탁월한 녀석이에요. 학원도 딱 필요한 부분만 다니며 자기 관리가 철저하죠.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SAT 고득점도 일찌감치 받아 놓았습니다. 자기 인생철학이 뚜렷하고 어떨 땐 고등학생이 아니라 ‘애늙은이’처럼 보일 때도 있죠.(웃음)”김 군을 가르치고 있는 한영외고 유학반 김종우 교사의 평이다.
 지환 군이 가장 존경하며 인생의 멘토로 꼽는 사람은 아버지 김성철 고대 미디어학부 교수. “아버지는 대기업과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다 늦깎이로 학위 받아 교수가 되셨어요. 틈나는 대로 아버지 강의를 듣곤 하는데 흡인력 있게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이며 현장에 바탕을 둔 독창적인 강의안을 짜기 위해 밤늦도록 공부하는 아버지의 열정이 제게 자극이 되요.”
 어린 시절부터 그는 국어나 수학 등 시험을 위한 학교 공부 보다는 관심 분야를 찾아서 스스로 주제를 정해 자료를 찾으며 지식 쌓는 걸 즐겼다. 이런 내공이 쌓이면서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세계적인 학자들이 참가한 세계정보통신학회(ITS)에서 온라인 게임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유일한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는 현재 ITS 최연소 회원이기도 하다.



 전국 규모 고교생 학술대회 뚝심 있게 개최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뜻 맞는 친구들끼리 한국청소년사회과학 학회를 만들어 지난 1월에 고려대에서 ‘정보사회와 청소년’을 주제로 학술대회까지 열었다. 회장을 맡은 그는 민족사관고, 용인외고, 상산고 등 전국 각지의 고등학교에 논문 공모 공문을 보내는 한편 회원을 모집하고 스폰서도 직접 구했다. “네이버에 우리가 개최하려는 학술대회의 목적과 의미를 담은 장문의 메일을 보냈지요. 흔쾌히 네이버 측에서 130만원을 스폰해 주셔서 논문집 인쇄며 현수막 제작 등 행사에 드는 실비를 조달할 수 있었어요.”
 당시 전국에서 32편의 논문이 접수되었고 이 가운데 10편을 뽑아 학술대회를 열었다. 타블로 학력위조 논란을 계기로 본 인터넷 실명제 효과, 한국의 영화산업 등 사회적인 이슈를 주제로 한 논문들이었고 심사를 맡은 이홍규 교수로부터 출품된 논문들이 고교생 수준을 뛰어 넘는 깊이를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술대회 준비 과정에서 많이 배웠어요. 온라인 카페 개설하고 인쇄소 쫓아다니며 장소 섭외, 일정 조율 등 행사 하나 치루는 데 손이 참 많이 가더라구요. 책상 물림 공부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지요. 다른 친구들의 논문을 읽으면서 자극도 많이 됐구요. 지금 두 번째 대회를 열려고 준비중이예요.”   
 
음악은 내 인생의 절친
 지환 군은 음악에 관심이 많다. 4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으로 피아노, 클라리넷, 기타, 드럼 등 다양한 악기를 두루 섭렵했다. 틈날 때마다 작곡도 한다.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한영외고 밴드부 소속으로 무대 경험이 많고 홍대 클럽에서 여러 차례 자선공연을 연 아마추어 음악인이기도 하다.
 외고의 ‘빡센’ 공부를 하며 어떻게 본인의 다양한 관심사를 소화하는 지 궁금했다. “공부할 땐 최대한 몰입해요. 그러다 공부가 안 될 때는 미련 없이 책을 덮고 하고 싶은 걸 하죠. 영화도 많이 보고 요즘엔 미드에 빠져 있어요.”


 보육원 봉사하며 대학교수 꿈 키워
 김 군은 격주 일요일마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명륜 보육원에 가서 공부를 봐주는 자원봉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대학 진학용 스펙 쌓기 봉사는 사절이에요. 보육원에서 유명이란 남학생을 5학년 때 처음 만났는데 올해 중학생이 되요. 공부를 곧 잘해서 보람도 크구요. 2년 가까이 유명이를 보면서 내가 가르치는데 소질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지요. 그래서 제 장래 희망은 대학교수예요. 전공을 무엇으로 정할지는 지금 고민중이구요.”
 타고난 재능을 사회에 기부할 줄도 알고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광팬이기도 하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의 음악은 깊이가 없다며 가수 이장희의 음악세계를 동경하고 해보고 싶은 것은 꿈만 꾸지 않고 실천하는 액티비스트인 김지환 군은 분명 ‘엄친아’다. 하지만 부모가 짜놓은 각본대로 움직이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의 미래를 차근차근 만들어 가는 모습이 무척 듬직해 보였다.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당분간 공부에 전념할 생각이에요. 대학이 결정되면 열심히 알바해서 아프리카와 이집트, 서남아시아 쪽을 여행하려고 해요. 최근의 관심 분야는 이슬람 문화거든요.”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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