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직업자활 돕는 ''전주 마음건강사업단''

지역내일 2011-02-24

"마음 다친 30~40대, 직업자활이 최고의 치료"

재봉틀 바늘을 선에 맞춰 꿰맨다. 바느질을 마친 포대를 가지런히 쌓는다. 포대를 묶음기계에 올려 100장 단위로 단단하게 묶는다.
전북 전주시 인후동 갈보리교회 옆 빌딩, ''마음건강 사업단''의 포대작업장의 일은 단순했다. 꿰매고 쌓고 묶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1시간 자리 지키기''를 위해 1년 정도 훈련해야 하는 이들에겐 단순업무 이상이다. 작업장 직원 10명이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이다. 업무효율에 앞서 일하는 직원들의 컨디션 관리가 첫번째 고려사항이다. 하루 8시간 일하고 목표량이 있는 것은 여느 사업장과 같지만 출·퇴근은 물론 하루하루의 컨디션을 꼼꼼히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어눌하고 느리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작업장에서만 연간 60만장의 포대를 제작해 납품한다. 지난해 7억5000여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납품처에서 ''100만장으로 늘리자''고 요구했지만 무작정 작업강도를 높일 수 없어서 미루고 있다.
이 작업장은 장애인 재활기관인 ''마음건강 복지센터''의 직업자활 사업단이 운영하는 곳이다. 포대 사업장 외에 환풍기 모터를 조립하고, 플래카드 제작·게시하는 사업장을 두고 있다.
마음건강 복지센터는 지난 1999년 알콜중독자를 위한 시설로 출발해 지금은 알콜·치매·조울증·정신분열증 등을 겪는 정신장애인을 돕는 전문기관으로 확장했다. 
센터에서 생활하는 30명을 포함해 등록된 인원은 140명이지만 실제 이용인원은 200여명을 상회한다. 장애 특성상 숨기는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정신장애 환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박헌수(53·사진) 센터장은 "알콜중독을 포함하면 국민의 12.9%가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더이상 숨기거나 방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물론 보호시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수백개의 정신장애 보호시설이 있지만 직업자활을 돕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전주시내에 14개의 유사한 시설이 있지만 직업자활을 겸하는 곳은 2개 정도에 불과하다. 보호 시설 운영프로그램은 다양하겠지만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박 센터장은 "센터에 등록된 회원들 가운데 30~40대 비중이 가장 높다"면서 "시민으로 자립할 수 있는 직업자활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복지센터는 10년전부터 자활을 위한 사업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직업을 갖고 치료와 사회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센터에 등록된 140명 가운데 70여명이 기업과 사업단에서 일을 하고 있다. 취업한 회원들은 매달 평균 95~10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다. 한 회사에 10년 넘게 근무해 공장장을 제외하고는 가장 오래 근무한 회원도 있다. 센터에 등록했던 120여명은 영구임대주택을 얻어 거주를 옮겨가기도 했다.
전주시 보호사업장으로 지정돼 연간 400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사업단에선 ''일거리''가 더 시급하다고 말한다. 김구중 팀장은 "표준사업장 기준을 맞춰야 ''우선구매'' 같은 지원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장애인 사업장에선 갖추기 어려운 조건"이라며 "일을 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기계와 전문 디자이너가 제작하는 플래카드의 경우 일반 제품과 다를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일정물량을 우선 배정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사업장에 중대형 기관에서 외주를 줄 경우 연계고용을 인정 받아 ''장애인고용 3% 의무비율'' 적용에 따른 감면혜택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의 마음건강사업단 063-221-5532
전주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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