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시(詩)는 삶의 등식, 시하는 사람들로 불러주세요
시를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
시인도 아니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재차 묻는 질문에 그것도 의미가 정확하지 않단다.
시적인 삶과 행동을 하며 사는 사람이라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시의 행동주의(?)를 역설하는 이. 윤화진(76ㆍ수내동)씨다. 강남에서 소위 잘나가는 시 동호회를 접고 분당으로 이사 온지 이제 막 한 달이 넘었다는 그.
분당에서 시를 하는 사람들과 작지만 의미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며 오늘의 인터뷰를 자청해왔다.
시가 좋다면 시적인 삶을 살아야
모임의 이름도 이미 ‘시하사’(시하는 사람들)로 정해 두었다. 시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꿈꾸고 있는 그. 오프라인 회원만 수백 명, 온라인 회원까지 포함하면 수백 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시ㆍ문화모임을 이끌었던 노하우 때문일까. 분당으로 온지 한 달 만에 이미 10여명의 회원을 모집했단다. 2월 26일 창립식을 즈음해서는 30명 회원은 무난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가 만들려는 시하사 모임의 구체적인 그림에 대해 재차 물었다.
“우리는 시를 전문으로 쓰는 사람도 아니고 등단해 시를 책으로 엮자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시를 즐기며 시적인 삶과 행동을 하며 살자는 순수 아마추어 동호회인거죠.”
한 달에 한번 모임을 통해 시를 쓰고, 즐기고, 느끼며 그야말로 ‘시를 하자’는 것이 그가 강조하는 시하사의 밑그림이다.
“분당으로 온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삶의 질이 참 높고 격조가 있는 도시예요. 이런 도시에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에 모임을 다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76세의 나이에 아직도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그이지만 인생을 좀 더 멋스럽게 살고 싶다는 생각과 분당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시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이 모여 결행을 굳히게 되었다.
알음알음 지인들을 통해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로 이미 10여명의 회원 확보. 운영위원도 구성해 구체적인 모임의 방향이 추진되고 있다. 여러 사람들과 뜻을 모아 사하사 창립식도 가질 예정이다. 남녀노소 지위고하 따지지 않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하사 모임은 올 2월 26일(토)에 창립대회를 앞두고 있다.
시는 외롭지 않다
여러 형태의 모임과 동호회가 어느 지역보다 활발한 분당. 이곳에서 시를 하는 모임을 만들려는 윤화진씨.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시란 무엇일까?
“시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만듭니다. 가령, 가을에 낙엽을 보고 시를 쓰기도 하지만 버버리 코트를 입고 직접 낙엽 길을 걸어보는 것도 시라는 겁니다. 한 달에 한번 토요일 모임에 와서 시를 읊고 시를 듣는 것 자체가 시적인 삶, 시를 하는 것이지요.”
그런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 구절은 이혜인 수녀의 “시처럼 살고 싶다”는 구절이다.
시인은 외롭지 않다는 이혜인 수녀의 생각처럼 시하사를 통해 외롭지 않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시를 통해 분당시대를 열겠다는 윤화진씨. 전국에서 분당을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거대한 포부도 담겨 있다.
“가정사든 사회생활이든 시적인 삶을 사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그림이에요. 그것이 총체적으로 결합되면 품격이 높아지는 삶, 소프트웨어가 채워지는 삶이 되는 거니까요. 그러면 살기 좋은 분당에 조금은 기여하는 거지요.” (웃음)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창의적인 모양과 색을 덧대 나름의 그림을 완성해 가는 모임. 그가, 그리고 시하사가 앞으로 만들어야 할 설레는 기대감이다.
이를 위해 순수하고 소박하게 시낭송과 작은 공연, 문화가 있는 모임으로 시작하고 싶다는 그.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감동이 있어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요. 저희 모임도 그런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는 모임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는 사람들끼리만 모이면 진정한 의미의 ‘싸롱’이 형성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 그저 시가 좋다는 공통점, 시처럼 살고 싶다는 공통점만으로 묶인 사람들끼리 창조적으로 즐겁게 교류하며 살고 싶다는 그의 소망처럼 오늘 그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시처럼 마시고 있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시하는 사람들 이곳으로 오세요
윤화진씨가 중심이 된 ‘시하사(시하는 사람들)’ 창립식이 오는 26일(토) 12시 분당 구미동 빛뜰갤러리에서 첫 모임을 갖는다.
한 달에 한번 토요일에 진행될 예정인 시하사에서 시를 좋아하고 시낭송과 음악, 문화를 공유할 동호인을 모집한다. 비영리 자발적인 모임인 시하사는 분당에 거주하며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가입이 가능하다. 창립식을 통해 사하사 모임을 발족한 후 매달 1회 시낭송 및 시를 공부하고 배우는 아카데미도 열 생각이다. 스스로 와서 즐기고 창조적 삶에 동참하는 사람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환영한다. 참가비는 식사와 차 제공을 포함해 15000원이다.
문의 016-23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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