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푼젤, 또 다른 꿈을 찾아 가도 괜찮아

지역내일 2011-02-21 (수정 2011-02-21 오전 9:46:12)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는 꿈이 담겨 있다. 또한, 대개의 스토리에서 꿈은 공식화 되어있다. 어느 날 갑자기 백마 탄 왕자가 찾아와 온갖 어려움에 처해있는 공주에게 사랑의 키스를 하고 행복한 왕국으로 함께 떠나는 것이다.
캐릭터에도 공식이 있다. 바로 여주인공은 가만히 있는 것이다. 나쁜 왕비가 독이 든 사과를 건네줘도, 새엄마와 새언니들이 아버지의 재산을 다 가로채고 구박을 해도 그냥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이 여주인공들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다. 생각이 밝고 긍정적이다 보니 이들 모두는 끝까지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공식화된 스토리에 수동적인 캐릭터가 있어서 내용이 뻔하다 하더라고 바로 이 마지막 공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최근 개봉중인 디즈니의 50번째 작품 ‘라푼젤’은 그 동안의 공식을 사정없이 깨트린다. 백마 탄 왕자대신 백마에게 쫒기는 도둑을, 그냥 가만히 있기만 했던 수동적인 ‘공주’ 캐릭터 대신 프라이팬을 휘두르며 자신의 꿈을 쫒는 성격파 여주인공을 등장시킨다. 꿈을 찾아가는 임무 역시 라푼젤에게만 한정시키지 않고 주변 인물 모두에게 부여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스토리는 더욱 좌충우돌, 왁자지껄하게 되지만 행복과 감동은 배가 되었다.

이게 다 너를 위한 일이야
라푼젤은 자신을 높은 성탑에 가둬놓은 마녀 고델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로 믿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납치되어 성탑에서만 살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일. 조개껍데기가 섞인 물감과 감미로운 향기 가득한 스프를 주며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통해 젊음을 유지하려는 고델의 무시무시한 음모는 감지하지도 못한 채 세월은 18년이나 흘러간다.
한정된 공간, 성탑 안에서의 생활을 하다 보니 라푼젤은 벽에 그림도 그리고 쿠키도 굽고 바느질도 하면서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일 년에 한번 하늘위로 날아오르는 풍등을 바라보며 그 등이 어디에서 왜 날아오르는지 직접 보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꿈이다. 바깥세상에 나가보고 싶다는 라푼젤의 애원에 고델은 ‘이게 다 너를 위한 일이야! 바깥세상이 얼마나 험하고 무서운 줄 아니?’라는 협박으로 대답한다. 실제로 라푼젤은 세상 밖에 나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쉽게도 엄마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극이 진행됨에 따라 라푼젤과 고델이 겪는 갈등은 더 이상 둘만의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이 순간, ‘라푼젤’의 스토리는 아이들만의 동화에서 훌쩍 벗어나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세대초월의 영화가 된다. 이런 점이 디즈니 영화의 매력이다.
내가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다며 결코 품안에서 놓아주지 않는 부모들, 자신이 못다 이룬 꿈과 희망을 아이들이 실현시켜 주길 바라는 현실 속 부모들의 모습이 고델의 모습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더욱 슬픈 건 고델은 라푼젤을 납치한 나쁜 마녀이지만 현실의 부모들은 배 아파서 아이를 낳은 친부모이다 보니 사태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바깥세상은 새까만 까마귀들로 가득 차 있는데, 나 홀로 내 아이를 백로로 키울 수 있다고 착각한다면 먼 훗날 아이 혼자 세상에 섰을 때 닥칠 갈등과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또 다른 꿈을 찾으면 되잖아
선택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 세상에서 지금까지 돌봐주고 키워준 부모가 바로 ‘너를 위한 일’이라며 묶어두려고만 한다면 아이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라푼젤의 모습은 과거 우리가 꿈을 향해 달려갈 때 숱하게 겪었던 갈등을 그대로 담고 있다. 성탑에서 내려와 푸른 잔디에 발을 디뎌 보고, 그토록 보고 싶었던 풍등을 찾아가는 라푼젤이 처음부터 끝까지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풍등을 보기 직전, 라푼젤은 그동안 자신이 꿈꿔왔던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두려움이 휩싸인다. 그러한 라푼젤에게 플린(왕자가 아닌 왕국 최고의 도둑)은 담담하게 격려한다.
"걱정하지 마.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또 다른 꿈을 찾아가면 되잖아." 고아로 태어나 왕국 최고의 도둑이 되기까지 산전수전 다 겪었을 그답다. 낳고 키우다 보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린 자식에게 플린처럼 대범하게 대할 수 있는 부모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

박수진 리포터 icoco19@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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